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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정 Apr 10. 2017

콘텐츠 산업의 주도권 경쟁

문화예술과 과학기술

인류의 발전은 과학기술이 주도하는가? 문화예술이 주도하는가? 이 문제는 형식과 실질의 문제처럼 꼬여있는 문제이다. 형식이 있어야만 실질이 의미가 있고 실질이 있어야만 행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호 순환적 고리로 연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과 문화예술 집단은 콘텐츠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2017년 대선 정국에서도 콘텐츠 산업의 거버넌스에 대한 어젠다가 등장할지 모른다. 


원래는 예술은 기술과 같은 의미를 지닌 어휘였다. 예술은 어떤 물건을 제작하는 기술능력을 가리켰다. 


“예술에 해당하는 그리스어 테크네(technē), 라틴어 아르스(ars), 영어 아트(art), 독일어 쿤스트(Kunst), 프랑스어 아르(art) 등도 일반적으로 일정한 과제를 해결해낼 수 있는 숙련된 능력 또는 활동으로서의 ‘기술’을 의미하였던 말로서, 오늘날 미적(美的) 의미에서의 예술이라는 뜻과 함께 ‘수공(手工)’ 또는 ‘효용적 기술’의 의미를 포괄한 말이었다. 이러한 기술로서의 예술의 의미가 예술활동의 특수성 때문에 미적 의미로 한정되어 기술일반과 예술을 구별해서 ‘미적 기술(fine art)’이라는 뜻을 지니게 된 것은 18세기에 이르러서이다.” ※ [네이버 지식백과] 예술 [art, 藝術] (두산백과)


과거에는 문화예술과 과학기술이 서로 독립적인 가치가 아니었다. 예술가가 과학자였고 과학자가 예술가였다. 모나리자를 그린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철학, 의학, 과학에도 정통한 과학기술자였다. 뉴턴이 자연의 힘을 발견한 이후 과학기술은 거의 빛의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1년의 과학기술의 발전은 고대의 7백만 년의 기술발전에 해당된다고 설명하는 학자도 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인류의 진화가 가속화되었다. 과학기술을 활용하여 자연의 힘을 이용할 수 있는 도구를 발명하면서 인류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풍요로워졌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자 인구수는 급속도로 늘어났다. 인류가 사는 지구라는 공간은 복잡해졌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과학기술은 고도의 인지능력을 요구하는 난이도가 높은 고등수학을 필요로 했다. 그 결과 과학기술의 빠른 속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학기술자들은 문화예술을 신경 쓸 여유가 없어졌다. 이 점에서는 문화예술가들도 마찬가지였다.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은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다.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은 순환하는 고리 관계이다. 뱀의 머리가 꼬리를 물고 있는 모양이다. 뱀의 머리가 먼저인가 꼬리가 먼저인가는 어리석은 질문이다. 무엇이 먼저인가 보다는 어떻게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가를 고찰해보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이다. 


과학자들은 예술가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킨다. 기술과 예술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가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왔다. 예술의 발전도 과학과 기술의 결과물인 도구를 활용함으로써 이루어졌다. 언어와 문자를 활용할 수 있는 인류는 생존과 더 나은 삶을 위해 도구를 발명했다. 돌도끼에 자루를 다는데 백만 년이 걸렸지만 과학기술은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해서 산업혁명을 일으켰다. 과학기술은 증기기관, 전기, 반도체,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등을 발명하면서 빠른 속도로 발전해왔다. 예술가들은 과학자 기술자들이 발명한 기술과 도구를 활용해서 영감을 새로운 문화예술로 표현해냈다. 


전기의 발견은 18세기 철학자인 장 자크 루소의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전기는 상호작용하는 특성이 있다. 이를 철학에 적용하여 인간은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관념을 만들어낸 것이다. 낭만주의 사조는 인간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놓았다. 사람은 백지상태로 태어나기 때문에 교육과 훈육에 의해 도덕을 가르쳐야 한다는 합리주의, 계몽주의 사상에 반기를 들었다. 인간은 본래 다른 사람들의 곤궁을 자신의 곤궁으로 느끼는 선한 마음을 가지고 태어나며 존중과 애정을 가진 보살핌에 의해 도덕적 인간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우주를 하나의 통일되고 유기적인 전체로 상상하는 낭만주의 사상은 전기 실험을 하는 과학자에게 중요한 이론적 모델을 제공했다. 문화와 기술이 상호 영향을 미치면서 문화와 기술의 경계는 사라진다. 구체적인 물질이 정신에 영향을 주고 정신이 물질세계에 영향을 주면서 문화예술과 과학기술은 서로 발전해왔다.


콘텐츠 산업은 문화예술적 요소와 과학기술적 요소가 융합된 산업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은 문화예술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도구로서 기능했기 때문에 문화예술을 소비하는 관점에서 콘텐츠 산업은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정의되어 사용되어 왔다. 과거에 비해 문화예술에 미치는 과학기술의 영향이 더 커졌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정보를 수집하는 센서가 1조 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간과 사물로부터 수집된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하여 콘텐츠의 소비자인 인간이 좋아할 콘텐츠를 제작, 유통, 소비하도록 하는 콘텐츠 산업 생태계가 정보통신기술 기반으로 형성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콘텐츠 산업은 문화산업의 일부로 정의되어 육성되어 왔다.  콘텐츠가 문화의 범위를 넘어 공공, 제조, 의료, 복지, 유통 등 전 산업을 혁신하는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산업의 옷을 입고 있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다. 


“문화콘텐츠산업은 문화산업 중에서도 콘텐츠에 기반 한 산업을 말한다. 가령 연극, 공연, 영화 등 전통적인 문화예술과 미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산업을 포괄한 개념이 문화산업이라면 이 중 콘텐츠가 부각되는 분야를 문화콘텐츠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문화콘텐츠산업보다는 문화산업이 훨씬 포괄적인 개념이다. '문화콘텐츠산업'은 부가가치유발계수가 높고 기술집약적, 지식집약적인 창조적인 산업을 가리키는 개념이다.”※문화콘텐츠란 무엇인가, 2006. 2. 28., ㈜살림출판사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져 서로 융합하는 제4차 산업혁명으로 콘텐츠는 다른 산업의 부가가치를 올려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핵심이 될 것이다. 지금 세계는 인터넷 통신망을 통해 연결되어 있으며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세계로 진입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콘텐츠의 시장으로 진화할 것이다.

  

콘텐츠 산업이 인공지능 등 과학기술 발전과 함께 등장한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오는 대량실업사태를 막을 대안이 될 것이다. 그러나 콘텐츠 산업을 문화예술이 주도해야 하는지? 과학기술이 주도해야 하는지? 논쟁에 시간을 소모해서는 안 된다. 형식과 실질에 대한 해석의 차이로 우리 선조들은 소모적인 당쟁을 했다. 그 결과 세계정세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해 나라를 잃는 치욕을 겪었다. 콘텐츠 산업에서 그러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문화예술과 과학기술은 상호 연결된 가치이기 때문에 신속한 의사결정과 열정적인 실천이 더 중요하다. 다음 정부에서는 콘텐츠 산업을 육성해서 우리 경제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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