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방문한 다음날인 28일 오후 1시경. 세종시 사무실 안에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어머니의 목소리가 피곤해 보이신다. 내가 말했다.
"식사는 하셨어요?"
"어... 했어."
"회진은요? 회진 돌았어? 수술 날짜 이야기는 아직 없죠?"
"응... 아까 외과 선생님이 왔었는데, 7월 1일쯤 이야기하더라..."
"3일 뒤? 7월 1일? 그날 아빠 생신인데?"
어머니는 잠시 정적을 두셨다.
"그래. 맞아..."
너무 갑자기 수술 날짜를 통보받으니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글자 그대로 불안했다. 특히나 우리 가족에게는 아버지의 수술 예정 날짜인 '7월 1일'이라는 숫자가 사실 조금 불안하였다.
2021년 7월 1일. 음력 5월 22일. 아버지의 생신이자 당초 칠순잔치가 예정되어 있던 그날에, 아버지는 담도암 수술을 위해 수술대에 오르시게 되었다. 아버지가 태어나신 그날, 예정대로라면 서울 모처의 호텔에서 맛난 산해진미를 듬뿍 드시고 있어야 할 그날에, 장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으러 수술실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무언가 불안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생일날 다시 태어나라고 그러는가 보다..."
내가 이야기했는지, 어머니가 이야기했는지 정확하게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우리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었다. 일단 수술 날짜가 잡히니, 무언가 알 수 없는 것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 들었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처럼...
...(중략)...
나와 어머니는 그렇게 장장 10시간이 넘는 수술 뒤에, 아버지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는 헛헛한 마음을 가진채서울본가로 돌아왔다.
아버지가 다시 새롭게 태어나시길 기대하면서, 그렇게 아버지가 계시지 않는 칠순 생일날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