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둘째 필립이의 새로운 축구화가 도착했다.
2014년 홍명보 축구교실을 시작으로 거의 7년째 축구를 해온 필립이의 꿈은 여전히 축구선수이다. 그리고 며칠 전 중학교 입학하고 다닐 축구팀 테스트를 보았지만 아쉽게 통과하지 못했다. 실력을 100% 발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겠지만 크게 내색하지 않는 듯싶었다. 그 날, 경기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옆구리가 터지고 뒤축이 찢어진 축구화에 대해 이야기했고, 자신의 '마지막 어린이날 선물'은 축구화로 해달라고 말하길래, 아쉬운 마음도 달래줄 겸 흔쾌히 수락하고 주문을 해주었다.(그렇다 필립이는 6학년을 공식적인 마지막 어린이로 규정짓고 있다)
현재 다니고 있는 클럽의 감독님께서는 필립이가 기본기나 왼발 등의 실력은 준수하지만, 무엇보다도 멘털 부분에서는 운동선수로 계속해서 성장하기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하셨다. 자신이 큰 깨달음을 얻거나, 노력으로 멘털의 약점을 극복하지 않는 한, 축구는 취미로 남기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말씀해주셨다.
나는 부모님의 반대로 내 꿈을 펼치지 못했다고 항상 말하고 다녔다. 취미로 시작했던 그림 그리기와 미술학원이 내 장래희망의 큰 축이 되었고, 당연히 미술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실 줄 알았던 부모님께서 고등학교 2학년 진로 결정의 순간 반대하셔서 그 후로 꽤 긴 시간을 방황해야 했다. 그래서 막연히 나의 아이들에게는 그 일이 어떤 일이든, 어떤 어려움이나 비용이 들든지 간에 서포트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살았고, 지금 둘째 필립이의 '축구선수'라는 장래희망을 꺾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가 되었다.
공부를 곧 잘하는 필립이에 대한 부모로서의 기대, 운동선수의 길이 어떤지 어느 정도 알기 때문에 걱정하는 부모로서의 측은지심, 또한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을 아내와 짧지 않은 시간 고민하며 나는 깨달았다. 결국 그 시절 나의 부모님도, 그렇게 단박에 생각 없이 거절한 것은 아니겠구나, 많은 고민과 생각 끝에 나의 미래를 위해 단박에 끊어내기 위한 방법을 택하셨겠구나 하는 깨달음이다.
하지만 당사자로서의 마음을 잘 알기에, 필립이의 꿈을 단박에 끊어버릴 생각은 없다. 다만, 필립이에게 차선의 준비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설명해주고, 축구와 더불에 좋아하는 것들을 할 수 있도록 선택의 여지를 주기로 했다. 결국엔 실패나 포기를 하는 주체는 당사자여야 하기 때문에, 좋아하고 하고 싶다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기회는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고, 결론적으로는 더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부모의 무게 절반은 돈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