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어머니께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맞으셨다.
여든네 살의 나이이시고, 혈관계통의 기저질환을 가지고 계신 터라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안심하고 생활하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반가운 터였다. 백신과 관련해서 하도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걱정이 오가고, 예상이 오가고 있었기에 어머니도 나도 날짜가 다가옴에 긴장이 되었다. 심지어 어머니는 전 날 저녁에 이미 주민등록증 같은 것을 준비해 놓으시고, 혹시 몰라, 그러니까 혹시 백신을 맞은 직후 쓰러지실 경우 가방에 있는 신용카드나 현금을 도난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 빼놓으셨다고 한다... 그만큼 걱정이 되셨다는 거지. 어쨌든 그야말로 우여곡절 끝에 백신 접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셨다.
나는 오전에 일을 마치고 어머니댁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이미 백신을 맞으러 간 상태였다. 거실에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그 적막함에 가슴이 먹먹했다. 우리가 오지 않으면 일주일 내내 어머니가 맞이 할 적막함. 창문을 열고, 티브이를 켰다. 조금은 나아졌지만 외로움의 공기는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낮에도 이럴진대, 밤이 되어 홀로 잠을 청해야 하는 상상을 하니 더욱더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 숨 막히도록 답답한 외로움을 거의 1년 동안 겪고 계셨을 어머니가 안쓰러웠다.
백신을 맞은 어머니가 돌아오셨다.
접종하는 곳에서 했던 실수들과 친구분들의 소식과 티브이에서 얘기한 건강상식을 참아오셨다는 듯 말씀하셨다. 아이들 걱정과 40여 년째 아들로서 듣고 있는 잔소리도 그냥 감사한 마음으로 들었다. 대꾸해드렸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위로인 것 같았다.
간단히 점심을 시켜 먹었다. 특별히 크게 아프시거나 하는 증상은 없으신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던 안방에서 주무시는 게 계속해서 무섭다고 하신 어머니와 상의를 해서 안방의 침대를 거실로 내놓고, 소파는 안방으로 옮겨드렸다. 마음 같아서는 집을 옮겨드리고 싶은데, 어머니는 계속해서 그냥 이곳에 있겠다고 하셔서 작게나마 리프레쉬를 해드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요즘엔 2~3일에 한 번씩은 전화를 하고, 거의 매일 카톡을 드린다.
전화를 안 받으신다거나 카톡의 1이 없어지지 않으면 정말 그렇게 걱정이 되고 가슴이 철렁할 수가 없다. 어머니도 나도 아버지께서 그렇게 갑자기 가시게 된 일을 겪으면서 아무리 건강해도, 무탈한 삶을 살고 있어도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강하게 남았다. 나는 그리 효자가 아님에도 거의 하루 종일 어머니 걱정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동년배의 친구분들과 이제 아흔을 바라보고 계신 홀로 지내시는 고모를 걱정 하면서 똑같이 전화하고 카톡을 하고 집에 가고 계신다.
젊었을 때는 중년의 삶을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는 말년의 삶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조금씩 나의 말년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고 예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