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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항중인 김씨 Aug 04. 2023

항공사직원이 되다!운이 9 실력이1 '운구기일'(3)

김씨의 항공이야기

종각 4번 출구로 기계적으로 나온다.


막상 나오니 무엇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했는지 깜빡했다.


터벅터벅 청계천으로 향했다.


그리 멀지 않다.


청계천 건너편에는 절대 무너지지 않을 듯 웅장한 대기업 건물들이 천을 따라 서있다.


순간 아까 나를 이끈 기분을 다시 상기할 수 있었다.


나른하게 살며시 밀려 오는 우울감.


초여름이라 뜨겁지는 않았지만 볕은 은근히 신경쓰였다.


한 낮시간이라 사람이 많지 않았다.


광교 사거리 다리 하나 앞에 있는 다리 아래에 있는 계단에 앉았다.


더위를 피해 잠시 쉬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바람쐬러 나오신 노인분들이 몇분 계셨다.


양복 자켓을 옆에 벗어 두고 


등을 눕혔다.


'아 시원하다.'


사실 크게 신경쓰이거나 우울하지도 않았다.


조금 없지 않았지만, 


그 때의 나는 그런 상태였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열정도 없고, 실천하지도 않았다.


지금의 나로선 그 때의 내가 이해되지 않는다. 


후회해서 될 일이 없기에 후회하지 않는 편이지만


가끔 생각이 나면 조금 아쉽고 안타깝다.


돌바닥의 시원한 냉기가 몸에도 전해지니 정신이 맑아졌다.


'나는 그냥 내 기분을 어떤 방식으로던지 표현을 하고 싶었나보다.'


20분 정도 지나고 몸을 털고 일어났다.


어김없이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 XX야 소주 한잔 하자."


몇 일이 지났다.


나는 내가 면접을 본 사실도


합격 발표를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도 


마치 모른채 그렇게 몇 일을 지냈다.


전날에 어김없이 술한잔 거나하게 걸치고 늦잠을 자고 있는 아침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XX씨죠? XX항공사 인사팀 XXX입니다. 합격 안내드립니다."


"아..네..감사합니다."


"합격하셨는데 안 기쁘신가봐요?"


자다 일어나서 최대한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고 받았지만 티가 났던 것 같다.


물론 발신자가 누구인지 몰랐지만 그래도 늦게까지 늦잠을 잔다는 생각을 상대방에게 주기 싫어


최대한 노력했던 내 모습. 기특하다.


"아닙니다! 너무 얼떨떨해서 그렇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곧 안내사항 추가로 연락갈 겁니다."


"네!!!"


나는 얼떨결에 항공사 직원이 되어버렸다.


앞으로 무슨 일들이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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