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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롭고 싶은 백수 생활

여전히 천장만 바라보고 있는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by 겹겹 틈일기

백수가 된 지 어느덧 두 달째를 향해가고 있고,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을 실로 체감하고 있다.

일을 구하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여태동안 난 뭘 하며 살아온 걸까…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면 보통 거실 천장을 바라보면서 ‘앞으로 뭘 하면서 살어야 하냐’를 생각하며, 시간을 보낸다.

오글거리지만 이런 시간을 보낼 때는 나도 모르게 닭똥 같은 눈물이 또르르 관자놀이를 흘러내린다.

(또르르… 눈물이 흘러간다… 또르르… 또르르르…

지연님의 ‘또르르’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퇴사하기 전에는 분명 퇴사만 하면 글도 열심히 쓰겠노라고 다짐했건만 그 다짐이 무색하게 글 쓰는 데에는 시간을 도통 내질 않는다.

하루 일과도 딱히 없으면서 말이다.

이렇게 해서 스스로 ‘문드러져 가는 백수 생활’을 보내고 있다.


요즘은 텅텅 빈 하루 일과를 보내고 나면 밤에 잠들기가 싫다.

아침에 눈을 뜨면 또 또르르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럴 때 꼭 떠올리는 말이 있다.

소녀시대 태연님이 하셨던 말 인 ‘그래도 해야지. 어떡해.‘

무기력이 판을 쳐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면 자동으로 이 문장이 떠오른다.

취준 생활을 여러 번 해 봐서 그런지 낙담하고 무기력해도 어떻게든 살아는 내야 하는 현실을 부정 할 수 없다는 것을 아니까 저 문장이 내 머릿속에 각인이 되어 있다.

채용 사이트를 보기 싫어서 눈을 질끈 감다가도 한번 더 채용공고가 올라왔는지 보게 된다.


오전에도 별반 다르게 업데이트되어 있지 않은 채용 사이트를 들락날락거리기를 수십 번.

입사지원 후 혹여나 연락이 올까 봐 휴대폰은 진동에서 소리로 바꿔 놓는다. (광고 메시지 알림만 쩌렁쩌렁하게 울려댄다.)


다시 취업 준비를 하며 슬펐던 점은 내가 이토록 사회에 필요 없는 존재를 뼈저리게 느낄 때 였다.

어떻게 된 것인지 나이를 더 먹고 사회 경험이 조금은 더 쌓여 있는데 사회 초반생이었을 때 보다 더 무능한 기분이 드는 걸까.

저능력을 보유한 내 문제가 우선 제일 크겠고, 취업 문이 좁아진 것도 한몫하는 것일까.

이 세상을 탓하기에는 진짜 내가 가진 능력이 없긴 하다.


그래도 뭐든 해야 살아갈 수 있으니 우선 아침부터 거실 천장만 바라보고 있는 일상에서 벗어나자 싶었다.

한 날은 ‘5분만 더 누워있어야지’ 하다가 오후가 되긴 했지만 얼른 나갈 채비를 하고 집 근처 카페로 향했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그나마 생산적인 듯한 일이 ‘독서’였다.

책장에 있던 책 들 중 문득 <약간의 거리를 둔다_소노 아야코 에세이>가 읽고 싶어져 가지고 나왔다.

이 에세이 속에서 ‘떨어지길 잘했다고 말할 날이 온다.’라는 제목을 보게 되었는데 갑자기 약간의 희망이 내 주위를 맴돌았다.

실제로도 떨어진 후 더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경험이 있기에 ‘떨어지길 잘했다고 말할 날이 온다.’라는 뉘앙스의 말을 믿고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근데, 어느 순간 잊고 지냈다.

이제 다시 이 말을 믿어보려 한다.

입사지원을 계속하고 몇 주가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지만 이건 나중에 나에게 더 좋은 기회가 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 회로를 빙빙 돌렸다.

좋은 문장을 만나면 무채색이었던 감정에 조금은 채도가 스미는 것이 나는 참 단순하다.


여태동안은 내가 백수일 때 친구들을 만나기 꺼려졌던 적이 없었는데 요 근래에는 친구들 만나는 게 크게 내키지 않았다.

막상 만나고 오면 활력을 받고 오지만 만나기 전에는 백수인 내 모습이 너무 부끄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남들과 나를 자꾸 비교하며 이런 감정이 생기게 된 것 같다.


취준 할 때마다 생각하는 것이지만 조급함은 절대 금물이다.

그리고 타인과 나를 비교하기 또한 금물이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희망적인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희망고문 하지 않아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요즘은 그냥 과하게 낙천적이고 싶다.

한껏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리면 그냥 움직이지를 않게 되는데 낙천적으로 생각하면 조금은 움직이게 된다.

근데 그게 취준 일 때는 쉽지 않긴 하다!


날씨는 따뜻해졌지만 고용 시장에는 여전히 한파가 불어 제친다.

노력은 하고 싶으나 기회를 만들기가 어려우니 취업 준비를 하는 내 마음도 시베리아 벌판 같다.

그렇지만 오늘도 ‘그래도 해야지. 어떡해.’를 떠올리며 채용사이트를 들락날락 거리지만 공고가 많이 올라와있지 않다.


‘그래도 뭐라도 하며, 노력해서 살아야지. 어떡해.’


오늘도 카페에 와 두서없는 글이지만 깨작깨작 써내려 간다.

날씨가 포근하니 이불속에만 틀어박혀 있기 아깝기도 하다.

‘그래도 해야지. 어떡해.‘로 오랜만에 한 편의 글을 완성 시켰다.

말과 문장의 힘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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