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nita Apr 29. 2017

광활한 사막 위에 펼쳐진 우리만의 놀이동산

#15. 페루 이카 


여행을 떠나왔음을 깊이 실감하는 순간은 이럴 때가 아닐까.


여행이 아니라면 그 어디서도 쉽게 보지 못할 곳에 와있을 때,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던 이른 아침의 풍경이 정말 눈앞에 펼쳐져 있을 때,

이를테면 사막 한가운데와 같은 곳 말이다.


나는 유독 사막을 좋아했다.

물론 세계여행을 떠나오기 전엔 내가 이토록 메마른 사막을 

갈망하고 있으리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지만

유독 사막으로 떠나는 날이면 다른 때보다 들뜬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어쩌면 나는 사막에 대한 로망을 꽤나 오래 품어왔는지도 몰랐다.    

주위를 둘러봐도 보이는 거라곤 온통 짙은 갈색빛의 고운 모래와

앞, 뒤, 옆이 어디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는 끝없는 모래언덕들.

그래서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막막해진다 한들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곳.


모래와 모래만이 가득한 그 사막에 밤이 내리면

그곳의 밤하늘엔 또 얼마나 많은 별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릴지.

그 수많은 별들을 세며 고요한 듯 평화로운 사막의 밤을 덮고 있는 나를 꿈꿨다.



어쩌면 적막한 사막은,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막은,

부드러움 속에 잠들어있는 거친 얼굴은,

불필요한 모든 것들을 모조리 삼켜버리고

최초의 날것과 철저히 대면하도록 모든 것들을 차단해버렸는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무것도 없을 거라 기대한 곳에서

나는 무언가를 만나길 기대하고 있었다.

그것이 방황이라 한들.

그것이 평온이라 한들.



밤잠을 설쳐가며 어쩌면 남미 여행에서 마지막 사막이 될지도 모를 페루 이카에 도착했다.

이카의 사막을 보기 위해선 와카치나라는 마을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카라는 도시에서 20분 정도 차를 타고 들어가면 

오아시스 마을이라고 불리는 작은 원형 마을이 나타난다.


예상과는 다르게 와카치나의 사막은 따스하고 포근하다기보단

조금은 삭막하고 차가워 보이는 회갈색의 모래사막이 작은 마을을 동그랗게 에워싸고 있었다.

원형으로 채워진 마을 안쪽에는 생각보다 커다란 오아시스가 

푸른빛을 띤 나무들의 호위를 받으며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적막할 거라 생각했던 사막 마을은

수많은 여행자들의 설렘 가득한 발걸음으로

조용할 새 없이 채워지고 있었다.



어쩌면 이곳은
나와 같은 여행자들이 만들어가는 도시일지도 몰랐다.


적막한 사막 한가운데 작은 숨통을 틔어주는 것.

모래바람이 휘몰아치는 모래언덕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

그건 아마도 이곳에 오기 위해 커다란 배낭을 주저 없이 메고

아침이고 저녁이고 이 거리를 걸어가고 있는 우리들일지도 몰랐다.    


나를 포함한 세계 곳곳의 여행자들이 이곳에 들르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코 사막 액티비티를 하기 위함이다.

커다란 모래언덕을 오르락내리락 질주하는 버기카 투어와

가파른 모래 언덕에서 조그만 보드 하나에 몸을 맡긴 채 

시원하게 내달리는 샌드 보딩을 즐기기 위해서 말이다.


도착과 동시에 열심히 발품을 팔아 

가장 괜찮아 보이는 여행사에 들어가 다음날 하게 될 투어를 예약하고서는

이동하느라 고된 몸을 이끌고 일찍이 하루를 마무리했다.



날이 밝자 새로운 모험을 향해 뛰어대는 심장이 이른 아침부터 나를 재촉했다.

따로 식사가 포함되어있지 않은 투어인 탓에 근처 식당에 들러

배를 두둑하게 채워두고는 다시금 투어여행사 앞으로 향했다.    


여행사까지 가는 아주 짧은 걸음 사이에,

더위를 식혀줄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들고

마음에 드는 팔찌 하나를 골라 손목에 채워본다.


그 사이, 거리마다 세워진 알록달록한 버기카들이

말끔한 단장을 끝내고 여행자를 기다리는 듯 나란히 줄지어 늠름한 자태를 뽐내 본다.



어느덧 여행사 앞에 도착하니 나와 마찬가지로 한껏 상기된 표정의 여행자들이

국적을 막론하고 모두들 투어의 시작을 고대하고 있었다.    

시간이 되어도 오지 않는 여행사 직원을 기다리며 초조해하던 그때,

옆 벤치에서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외국인들 중 한 명이 말을 건넸다.


노란색으로 염색한 머리에 조금은 마른 듯해 보이는 그는 아마도 내 또래인 듯했다.

"너도 혹시 버기카투어 기다리는 거야?"

"응, 맞아!"

그러자 이미 흥이 잔뜩 올라있던 그들은 함께 투어를 하게 될 친구들이라며

처음 만난 사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반가운 인사들을 건넸다.


무리 중 3명은 콜롬비아에서 온 친구들이었고 나머지 한 명은 멕시코에서 온 친구였다.

한국에서 세계여행을 떠나 이제는 남미 여행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그들은 꽤나 신기한 듯,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한 것처럼 눈을 커다랗게 떠 보였다.


    

그러더니 콜롬비아에서 온 친구가 손을 뻗으며 말했다.

"너 괜찮으면, 맥주 마실래?"

그리고 그녀는 본인이 마시던 맥주를 서슴없이 건넸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나는 단숨에 맥주를 벌컥벌컥 털어마셨고, 

그 모습을 보던 그녀는 돌려준 맥주 캔을 들고는 신이 난 듯 외쳤다.

"나, 네가 너무 좋아!"


시원한 맥주 한 모금 덕분인지 

우리는 버기카가 세워진 곳으로 향하는 와중에도 

끝없이 서로에 대한 궁금증을 꺼내놓았다.


처음부터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친구들은

예상만큼이나 흥이 넘쳤고 에너지가 끊이질 않았다.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에너지가 나는 좋았다.

자신들의 모든 감정을 마음껏 꺼내는 그 친구들이 좋았다.


재고, 숨기고, 가리고, 참을 필요가 없었다.

그들 옆에선 왠지 모르게 나도 그래야만 할 것 같았으므로.

아니, 충분히 그래도 괜찮았으므로.

어쩌면 그게 당연해 보였으므로.

잠시 그들을 빌려 부끄럼 없이 나는 내 감정에 솔직해졌다.



버기카에 시동을 걸었을 뿐이건만

그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끝없이 차오르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버기카가 시원하게 내달리건, 또는 잠시 멈춰 서건 

그들은 미리 일러준 한국말 몇 마디를 목청껏 질러대며 

온 동네방네 우리의 버기카를 소문내고 있었다.

"친구!!! 꼬레아!!!"


그들의 분출하듯 터지는 흥겨움과 환호성 덕분에 

우리의 버기카는 남들과 다르게 더욱 뜨거운 흥분으로 가득 찼다.

모름지기 액티비티에는 이렇게 흥을 돋워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여야

그 재미가 배가 되는 법이다.    


운이 좋게도 나는 그날, 

그 어떤 버기카보다 가장 짜릿한 버기카에 올라탔다.


모래사막을 덜컹거리며 내달리는 버기카 안에서조차 

서슴없이 맥주 캔을 따고는 모두가 돌려 마시며 

한껏 고조된 비명을 질러대는 버기카 투어는 분명 우리밖에 없었을 테니 말이다.



앞도 잘 보이지 않을 만큼 모래바람이 사정없이 휘몰아치는 사이,

버기카는 가파른 모래언덕을 온몸이 들썩거리도록 쿵쿵거리며 달린다.

주변에 둘러봐도 보이는 거라곤 온통 회갈색 빛의 광활한 모래언덕뿐.    

커다란 언덕을 내달리자 심장이 하늘에 붕 떠있는 듯 

모두가 잠시 중력을 상실했다가 또다시 쿵하는 소리를 내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흡사 롤러코스터라고 착각할 만큼 진한 스릴이 덮쳐온다.

두 손으로 꽉 잡은 안전벨트를 몇 번이고 확인하는 와중에도

주체할 수 없는 웃음소리들이 와카치나 사막의 모래언덕에 흩뿌려지고 있었다.


정신없이 버기카의 매력에 빠져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고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가파른 경사가 보이는 한 모래언덕 앞에 멈춰 섰다.

외마디 비명 외에는 별다른 말소리조차 나올 수 없는 버기카 드라이빙이 일단락되자

드디어 말로만 듣던 샌드보딩을 하게 될 곳에 도착한 것이다.

    

버기카에서 내리자 사막의 고운 모래가 내 발을 살며시 덮었다.

사막에 발을 딛기 위해 내린 나에게 콜롬비아에서 온 그녀가 다급하게 말했다.

"아니야, 아니야. 여기선 신발을 벗어야 돼!

그래야 이 사막을 제대로 느낄 수 있으니까.

자, 어서 느껴봐! 이 모래를, 이 사막을...!!"


맨발로 천천히 사막을 걸어가는 그녀를 뒤따라

나도 단숨에 신발을 벗어던지고는 까무잡잡하게 탄 맨발로 모래 위를 걸었다.

모래는 내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부드러웠고, 깊었으며, 

포근하게 내 두발을 감싸 안았다.

이제야 조금, 사막에 가까이 다가온 것만 같았다.



모래사막에 한없이 빠져들고 있을 때쯤,

보드를 꺼내놓은 가이드 아저씨는 우리들을 불러 모으셨다.

곧이어 간단한 샌드보딩 자세를 일러주시고는 본격적으로 샌드보딩을 시작했다.

    

경사를 가늠하기 위해 모래언덕 끝자락에 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육안으로 보니 생각보다 가파른 경사에 순간 눈앞이 아찔해졌다.

호기로운 용기는 온데간데없이 보드를 잡은 두 손엔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미적지근한 두려움이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사이,

콜롬비아에서 온 친구들은 거침없이 가파른 모래언덕을 내달렸다.

짜릿한 첫 샌드보딩의 매력을 맛본 친구들은 

저 아래서 한껏 격양된 목소리로 어서 내려오라며 나에게 소리쳤다.

"친구!!! Vamos!!"



드디어 내 차례가 다가왔다.

그들의 외침에 멋지게 보답하기 위해

나는 보드 위에 누워 쉬이 가늠조차 안 되는 경사 끝에서 아래로 몸을 기울였다.


절대 보드에서 손을 놓으면 안 된다는 아저씨의 말대로 

몸과 손을 바짝 붙이자 보드는 점점 속도를 붙였고 

빠른 속도로 가파른 모래언덕을 내달렸다.


부드럽게 갈라지는 사막 한가운데를 쏜살같이 내달리는 보드.

마치 모래 속으로 파고 들것처럼 순식간에 모래 언덕 아래로 내리 꽂히는 기분은

그동안의 그 어떤 액티비티와도 비교할 수 없는 아찔한 듯 짜릿한 경험이었다.


경사가 완만해지는 모래언덕 아래에 다다르자 

보드는 서서히 속도를 멈추고 무사히 땅으로 안착했다.

온몸에 힘은 잔뜩 들어갔지만

눈 깜짝할 새에 커다란 모래언덕을 내달렸다는 사실이 

뛰어대는 심장을 더욱 거세게 흔들었다.



딱히 대단한 건 아니지만 뭔가를 해낸 것만 같은 성취감이 기분 좋은 쾌감을 실어 날랐다.

시원하게 내달리는 샌드보딩을 타고나면

또다시 높은 모래언덕을 두발로 걸어 올라가야 하는 힘든 수고가 뒤따라야 했지만

이마에 송골송골 맺히는 땀방울을 따라

우리의 얼굴에도 지워지지 않는 미소가 끝없이 번지고 있었다.    


체력이 바닥날 때까지 내달렸던 샌드보딩을 마무리하고

다시 마을로 내려가기 전, 우리는 잠시 모래언덕에 걸터앉아 숨을 골랐다.

사막 아래 시원하게 탁 트인 와카치나 마을의 풍경 위로

시원한 바람이 천천히 스쳐 지나고 있었다.


우리는 모래사막 언덕마다 

어린아이처럼 신나게 뛰어놀던 순간이 생생히 담긴 

우리들의 발자국을 넌지시 바라보았다.


그 어느 때보다 즐겁고 행복한 순간에

혼자가 아니라서,

기억하고 싶은 너희들과 함께여서,

우린 더욱 많이 웃었고, 더욱 오래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사막 한가운데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는 사이
우리들이 남긴 웃음 자국이 선명히 떠오르고 있었다.


온몸이 모래투성이가 되고,

옷이 해지고, 얼굴이 새까맣게 모래 범벅이 되어도

우리는 이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그저 아쉽기만 했다.


우리는 정돈도 채 되지 않은 꼬질꼬질한 몰골로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

무엇보다, 지금에 가장 잘 어울리는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금 버기카를 타고 마지막 코스인 사막의 선셋을 보기 위해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모래언덕으로 향했다.

어느덧 투어를 마친 버기카들이 하나 둘 속속들이 집결하고 있었다.


샌드보딩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한 탓인지 

해는 이미 머리의 끄트머리만을 남긴 채 사막 밑으로 얼굴을 감추었지만

살짝 남겨놓은 불그스름한 기운을 바라보며 

우린 사막의 낭만에 촉촉이 젖어들었다.

    


버기카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기어코 마을 입구에 다다랐고

마지못해 작별 인사를 나누려던 그때,

멕시코에서 온 친구가 이제 어디로 가냐는 아쉬움 섞인 질문을 던졌다.


나는 오랜 고민을 할 필요도 없이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하게, 그리고 가장 명료하게 말했다.

"지금은 맥주를 마시러 가야 할 것 같은데?!"


그 말이 떨어진 그 순간, 

그곳에 있던 우리 모두는 누구 하나 먼저랄 것 없이 비명을 질렀고

멕시코에서 온 친구는 나를 얼싸 앉고 방방 뛰기 시작했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뭐 때문에 그렇게 신이 났는지.

그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음이 분명했다.    



우리의 인연을 조금 더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오늘에 조금 더 많은 추억을 채우고 싶어서.

그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을 함께하고 싶어서.

우린 그저 그 마음뿐이었다.


주변 사람들의 놀란 듯한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깨동무를 하고선 오늘 밤 페루에서 가장 뜨거운 시간이 되어줄 곳을 찾아 나섰다.

어느새 밤이 기운 와카치나 마을에는

가로등의 달콤한 노란 불빛이 아른아른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우린 그들이 묵고 있는 호스텔 옆에 자리한 커다란 풀장으로 향했다.

야외 풀장답게 위로는 뻥 뚫린 하늘이, 눈앞엔 드넓은 모래사막이 펼쳐졌다.

현란한 네온 컬러의 조명들이 어두운 밤을 밝히고 있었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음악에 취해, 분위기에 취해, 사막의 밤에 취해

오래도록 이 밤의 끝을 놓고 싶지 않은 미련만이 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우리도 그들 가운데 섞여 맥주를 한 캔 씩 비워내고는

그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우리만의 풀장을 즐겼다.


그들은 살사를 궁금해하는 나를 위해 살사 음악을 들려주기도 했고,

그 노래에 맞춰 부드럽게 나풀거리는 살사 스텝을 밟기도 했고,

처음 듣는 노래에도 다 같이 하나가 되어 따라 부르기를,

말도 안 되는 수영시합에 온 승부욕을 다 걸기를,

그들의 깜찍한 싱크로나이즈 공연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의 이야기,

앞으로 기대하는 우리의 이야기들이

잠들지 않는 페루의 밤을 수놓았다.    


걸어도 걸어도 끝없이 펼쳐진 드넓은 세계라는 땅덩어리에서

돌고 돌아 이날, 이때, 이곳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수억만 분의 일이라는 가늠조차 되지 않는 확률로도 

이렇게 연결된 인연의 끈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인연 (因緣)  1.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2. 원인이 되는 결과의 과정.    


다만 분명한 것은,

적어도 우리가 만나게 된 것은,

그저 스쳐 지나가버리지 않음은,

그 어떤 끈보다 더 질긴 인연으로 엮인

내 인생에 꼭 만났어야만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리라.


어떤 결과에든 반드시 원인이 따르듯,

이곳에서의 시간엔 반드시 너희가 함께여야 했던 것처럼.


낯선 여행지에서 우연히 낯선 여행자들을 만나고

예기치 않게 시간을 보내고, 이야기를 나눈다.

우린 그렇게 조금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하고

서서히 서로에게 의미를 남겨주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들과 함께일 때야

비로소 내가 떠나온 이유를,

내가 이곳에 있어야만 하는 이유를,

기어코 여행이어야만 했던 이유를 찾았다.


결코 의미 없이 다가오는 인연이란 없음을.

끝없는 길 위에 수많은 걸음을 이어가며 운명적으로 다가온 인연은

어쩌면 내가 가장 바라고 기다린 또 하나의 뜨거운 여행일지도 몰랐다.


비록 뿌옇게 낀 구름에 꿈꾸던 사막에서의 별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나는 오늘, 별 보다 더욱 눈부시고 빛나는 사람들을 페루의 밤하늘에 걸어놓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