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넷,] 그들의 웃는 얼굴만큼 쉽게 바래지 않는 페루 완차코에서
#04. 어느새 내 여행은,
그 사람을 만나고
내 입가엔 마르지 않는 웃음이 지어지고 있었다.
그 웃음은
사람과 사람이 사이의 교감으로 피어나는
만개한 한 송이의 꽃과 같았다.
이렇게 사람이 좋아져 버릴 줄 몰랐다.
누구의 도움을 받기보단 혼자가 편했던 날들이
이토록 허무해져 버릴 줄 몰랐다.
사람이 좋아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말하게 될 줄 몰랐다.
그들이 보고 싶어
꼭 다시 돌아오겠다고 외치게 될 줄 몰랐다.
어느새 내 여행은
그들이 되어버렸다.
언제고 이 여행을 다시 떠올리거든
그들의 얼굴이 가장 커다란 조각이 되어
까만 머릿속을 밝히는 별들이 되어 줄 것이다.
결코 사람으로부터 피어난 빛은
쉽게 닳아버리지 않으니까.
쉽게 바래지 않으니까.
쉽게 잊히지 않으니까.
오늘처럼 사람의 곁이 그리운 날이면
유독 그날의 그들의 얼굴이
더욱 선명히 머릿속을 떠다닌다.
기어코 나는 오늘도 그들을 꺼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