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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ita Oct 18. 2016

작은 동화 속 세상을 꿈꾸다

#20. 몬테네그로 페라스트

코토르에서 15분 남짓이면 도착하는 작은 마을, 페라스트.

버스에서 내려 도착한 페라스트는 반짝이는 바다와 작고 아담한 마을들이 모여 있는

아름다운 휴양지의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페라스트 마을의 끝에서 끝을 걸어본다.

10분 정도면 충분한 거리.

짧은 시간이지만 페라스트 앞에 넓게 펼쳐진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왔던 길을 걷고 또 걷는다.     

페라스트를 걷다가 우연히 보트 투어를 하고있는 선착장 앞에 다다랐다. 

할까 말까, 괜한 상술일까 몇 번을 고민한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페라스트를 좀 더 가까이 느껴봐야 하지 않겠냐며 스스로를 설득한 끝에

한 사람에 10유로 정도의 가격을 지불하고는 보트에 올라탔다.


코토르 해안을 달리는 보트에 나와 내 마음 그리고 모든 걸 싣고 달린다.


뜨거운 햇살 밑으로 시원한 파도를 가르며 달리는 보트.

새하얀 파도를 잡고 싶어 손을 내밀어 본다.

파도는 잡히지 않지만 코토르 해안을 나 홀로 달리는 짜릿함을 한가득 움켜쥔다.

지금 이 순간,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만큼 짜릿하고 행복하다.

내 평생 이런 아름다운 순간을 다시 가져볼 수 있을까.


오늘이 마지막 순간이라 해도 후회 없을 만큼 행복한 지금.

이런 순간을 내 인생에 하나 채워 넣었다는 사실이 그저 뿌듯하고 황홀할 뿐이다.

보트는 하늘과 바다 아래로 펼쳐진 드넓은 코토르만을 가로질러 달린다.

달리다 보면 곳곳에 보이는 조그만 마을들.

마치 작은 블럭으로 만들어 놓은 미니어처 마을을 보는 것만 같다.     


동화 속 세상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여기선 잠시,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을 느껴도 좋다.     

한낮의 코토르 해안은 눈부시게 빛난다.

지난밤의 별들이 모두 바다로 떨어진 걸까.

반짝이는 바다가 마치 별빛을 수놓은 듯 넘실거린다.     


보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하늘을 올려다본다.

솜털 같은 새하얀 구름이 조용하고 나지막하게 하늘을 덮고 있다.     

고개를 내려 푸르른 바다를 바라본다.

얼굴까지 비칠 듯 투명하고 맑은 바다.

쪽빛 바다를 보며 맞는 시원한 바람은

스쳐 지나가는 근심까지 날려줄 만큼 상쾌하다.


보트 아래 유리창으로 떼 지어 지나가는 물고기가 보인다.

맑은 물 덕분에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것처럼 생생하다.


이토록 푸른 바다를 헤엄치는 기분은 어떨까.

당장이라도 물속으로 들어가 새파란 바다 위에 떠있고 싶다.

드넓은 하늘을 바라보며 말이다.     

조그만 마을에 도란도란 앉아있는 가족이 보여 반갑게 손을 흔들어 본다.

그곳 사람들도 우리를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든다.


푸르른 바다, 시원한 파도, 새하얀 구름.

그리고 아름다운 주황빛 붉은 마을들까지.

동화 속을 여행하는 달콤한 꿈이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     

두 번 다시없을 코토르의 황홀한 보트 투어.

불과 30분 전만 해도 이런 아름다운 페라스트를 보게 될 거라 상상이나 했을까.

주저하고 새로운 것들에 부지런하지 않았더라면,

나를 위한 시간에 조금 야박했더라면,

이런 꿈같은 시간은 나를 비켜갔을지 모른다.     


무엇이든 할지 말지 고민될 때는 하는 게 맞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후회하더라도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하고서 후회하는 편이 덜 쓰라리기 때문이다.     

여행도 삶도 순간의 선택과 우연이 만들어주는 선물 같은 시간이다.


모든 선택과 우연이 항상 좋은 것만을 가져다주지는 못하지만

수많은 선택과 우연이 모여 때론 이렇게 잊지 못할 소중한 시간에 머물도록 해준다.


그러기에 모든 선택과 우연은 언제나 값지고 소중하다.

물이 좋은 항구에 오면 왠지 모르게 맛있는 해산물 요리가 먹고 싶어 진다.

오늘같이 동화 속을 거닌 날이면 특히나 그 행복이 조금 더 오래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맛있는 요리를 찾게 된다.


아름다운 페라스트의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한가득 해산물 요리를 시켰다.

시원한 샴페인 한잔까지 곁들이면 이만한 호사가 없다.


입이 즐거운 해산물 파티를 한껏 즐기고 나니 이제 페라스트와 작별할 시간이다.

짧지만 강렬했던 페라스트의 모습이 못내 아쉬워

카메라를 내려놓지 못한다.     

꿈만 같던 시간들을 뒤로한 채,

눈부시게 반짝이던 동화 속 모습을 몇 번이고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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