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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ita Nov 23. 2016

자전거를 타고 인생을 달리다

#60. 스페인 바르셀로나 해변

아침 일찍 간편한 옷차림을 하고 밖으로 나선다.

10월의 바르셀로나는 선선한 바람이 부는 초가을의 날씨를 뽐내고 있었다.

낮이 되면 꽤나 햇살이 뜨겁지만 바람이 부는 순간 금세 옷깃을 여미게 되는 완연한 가을이다.     


가을의 바르셀로나를 걷는다.

스페인의 가을을 느낀다.

뭔지 모를 자유로움이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

여유롭고 나른한 아침의 언저리가

조용히 지나가고 있었다.     

처음 타는 지하철에 티켓을 끊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바르셀로나 속으로 들어간다.

정신없는 인파 속에 끼어 몇 정거장을 지나

겨우 밖으로 나오자 바람이 상쾌하게 불어온다.     


오늘은 시원한 바르셀로나의 바람을 제대로

느껴볼 겸 자전거를 타기위해 나온 참이었다.

골목골목을 돌아 몇 분쯤 걸어가니 한 귀퉁이에 자전거를 대여하는 곳들이 줄을 서있다.

2인용 자전거가 있다는 곳을 찾아갔건만

1인용 자전거가 전부라는 말에 김이 새 버렸다.     

지금까지 살면서 자전거 하나도 안 배우고 뭘 했는지, 아쉬운 자책만을 남긴 채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자전거라고는 어릴 적 보조바퀴를 달고 타던 자전거 외에 우습게도 어른이 되어서 배워보겠다고 몇 년 전 한번 타본 게 전부인지라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고 돌아섰다.

 

결국 함께 간 친구들만 자전거를 대여하고는

나는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도전해보지 않겠냐는 말에 지레 겁을 먹고서는 괜찮다며 손사래를 쳐본다.     

친구의 자전거 뒤를 빌려 걸터앉고선

바르셀로나의 해변을 향해 달린다.

시원한 바람이 기분 좋게 머리를 넘기고

기다란 도로를 빠르게 달리는 기분이

묘하게 설렜다.

     

설레는 마음을 한껏 삼키려고 할때면

자전거의 뒷자리가 생각보다 딱딱해

연신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하며 낭만을 깨트려놓았다.    

그 덕에 내 두발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지 못하는 아쉬움만이 커져갈 뿐이었다.

바르셀로네타 해변 앞에 다다르자 탁 트인 널따란 광장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운동을 하기도 하고, 걷기도 하며

여유가 넘치는 바르셀로나의 해변을 즐기고 있었다.     


거리에 우뚝 솟은 야자수들

해변과 어우러져 운치 있는 거리를 만들어낸다.

10월의 쌀쌀한 가을임에도 몇몇 사람들은 바르셀로나의 낭만을 해수욕으로 즐기고 있었다.      

넓은 광장에 자전거를 세운다.

사람도 많지 않은 널따란 광장이니 겁 먹을 필요 없다며 한 번 더 도전해보라는 친구들의 성화에

못 이겨 드디어 자전거에 몸을 실었다.

     

몇 번 페달을 돌리자 결국 휘청하고 몸이 옆으로 쏠리고 만다.

균형을 잡고 천천히 달려보려고 마음을 가다듬고 해보지만 쉽게 맘처럼 따라주질 않는다.     

아무래도 겁을 먹은 탓이겠다.

"에라 모르겠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되지!

무릎이야 까지면 어때! 일단 힘껏 달려보는거야!"

몰려왔던 겁을 떨쳐낸다.


다시 자전거 페달에 발을 올리고

있는 힘껏 페달을 돌린다.     

휘청거리던 몸이 금세 바로 균형을 잡고

손목에 쥐고 있던 긴장도 스르륵 빠져나간다.


구부정했던 자세가 서서히 자유롭게 움직이고

굳었던 얼굴에도 슬며시 미소가 번진다.     

뒤를 잡아주던 친구의 손이 떨어지자

자유롭게 바르셀로네타 해변을 달리는 자전거.     

드디어 해냈다.

무릎도 까지지 않고, 넘어지지 않고

몇 번의 휘청거림 끝에

꽤나 성공적으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인사를 나누며

시원한 바르셀로네타 해변의 바람을 가로지르는

이 짜릿한 기분.


나는 지금 스페인을 달리고 있다.

나는 지금 자유로운 한 때를 달리고 있다.    

 

긴장되는 마음과 떨리는 마음,

설레는 마음과 가슴 벅찬 마음이

순식간에 교차한다.   

  

행복이 별게 있을까.

작고 소소한 도전이 빛을 발하는 순간

간절히 바라던 소박한 바램이 이루어지는 순간

그게 다 행복이 아닐까.

    

때론 유치하고 사소한 것들에

행복을 나눠 줄 필요가 있으니 말이다.     

이 나이에 자전거를 타게 되었다고 행복해하는 모습이 마치 어린아이 같아 새삼 부끄럽지만

바르셀로나를 두 바퀴로 누비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스러워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유롭게 흩날리는 바람이

이토록 낭만적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도 그들처럼 그리고 그들과 함께,

바르셀로나를 느끼고 있었다.

     

“무너져도 괜찮아,
무너지면 다시 세울 수 있잖아.
모든 건 끊임없이 변화하며 발전해!
무너지지 않으면 변화할 수 없어.
두렵지만 한 번은 무너져야 해.

-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영화 中 -


나는 그랬다.

혹여나 넘어질까봐, 혹여나 성공하지 못할까봐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기도 전에 실패라는 이름으로 낙인찍힌 채 끝나버릴까 두려워 조금이라도 의심이 드는 선택은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자전거도 그랬다.

"어차피 넘어질 텐데, 계속해서 넘어질 텐데.

나중에 정말 타고 싶어지거든 그때 가서 타보면 되지. 지금 타지 않는다고 얼마나 후회하겠어."

그렇게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게 겁이 나 외면하고 돌아서버리곤 했다.     


하지만 언젠간 한 번은 마주쳐야 했다.

아니, 굳이 마주치지 않아도 되었겠지만

나는 마주하고 싶었다.

실패라는 이름으로 끝을 내고 싶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이제서야 또다시 일어날 준비가 되었으니 말이다.

자전거도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분명 처음엔 어지게 될 걸 알지만

흔들리고 힘들고 마음처럼 되지 않을 걸 알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자전거를 탄다.

실패할  알면서도 계속해서 페달을 돌린다.


아마도 우린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넘어지고 흔들리고 다시 일어서는 시간이 쌓이고 나면 그 후엔 더이상 넘어지지 않을 만큼,

더이상 쉽게 흔들리지 않을 만큼

균형을 잡고 자유롭게 달릴 수 있게 될 거란 걸 누구보다 잘 아니까 말이다.     

우리는 자전거만큼이나 인생에서도 무모한 넘어짐과 흔들림을 담담히 마주하고 있을까.

자전거는 넘어지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확신을 하면서도 왜 우리의 삶은 넘어지면 안되는 걸까.

   

분명 인생에도 자전거의 브레이크처럼

위험한 순간에 도달하기 전 멈출 수 있브레이크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혹여나 넘어졌을 때 남을 상처를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인생도 자전거처럼 몇 번의 넘어짐 속에 터득하는 균형이 반드시 존재한다.

다만 자전거에 능숙해지는 시간처럼

인생의 균형을 조금 더 빨리 잡느냐

천천히 잡느냐인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넘어져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흔들려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다시 일어서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것이 내 것이 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말이다.


그러므로 우린 계속해서 넘어져도 괜찮다.

우린 실패한 것이 아니라

내 것을 찾아가는 중이니 말이다.    

자전거와 인생이 어떻게 같을  있겠냐만은

가만히 보면 인생이 돌아가는 모든 것들은

우리 주변에 작고 사소하게 돌아가는 것들과 매우 닮아있다.


자전거가 되었건, 여행이 되었건

결국 그것들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인생의 또 다른 한 면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되듯이

내가 내가 움직이는 하나하나가 모여

인생의 방향과 속도를 만들어낸다.   

  

우린 그저 그 안에서

넘어지면 또다시 일어나

조금 더 자신 있게

힘껏 페달을 밟고 달리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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