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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ita Nov 25. 2016

꿈의 챔피언스리그를 직관하다

#61. 스페인 바르셀로나 누캄프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본다.

그것도 스페인에서 말이다.

심지어 누캄프에서 직관을 한다.   

  

사실 축구를 잘 모르는 나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던 경기이기도 했고,

솔직히는 크게 구미가 당기는 어떤 것도 아니었다.

     

챔피언스리그이고 누캄프 직관이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축구를 사랑하는 스페인에서

그들과 함께 그들이 사랑하는 문화에 젖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래도 운이 좋았다.

누캄프에서 직관하는 경기 중에 손에 꼽히는 빅매치를 보게 되었다.


우연히 함께 스페인을 여행하게 된 축구 광팬인 친구들 덕분에 맨체스터시티와 바르셀로나의 경기 티켓을 구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괜스레 엄청난 경기라는 말에

슬쩍 설레기 시작한다.

경기도 경기지만 낯선 외국에서 스포츠 경기를 즐긴다는 것 자체가

무언가 대단한 문화생활에라도 접어든 것처럼 들뜨는 기분이 멈추질 않았다.     


한국에서도 야구 경기를 즐겨 보던 탓일까.

익숙한 취미생활을 여행을 떠나와서도 누릴 수 있다는 뿌듯함에 설레고 긴장됨은 더할 나위 없이 높아졌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새로운 취미가 또 하나 생기는 건 아닐까 하는

기대도 한가득 담고 있었다.     

햇살이 좋은 오후.

람블라스 거리를 걷는다.

FC 바르셀로나 공식 매장이 거리마다 눈에 띈다.

거리 주변 가판대에서도 다양한 응원도구와 유니폼을 팔고 있다.     


응원을 하러 가기에 앞서 유니폼을 구매하기 위해 여러 매장을 둘러보던 참이었다.

공식 매장에서 10만 원을 주고 유니폼을 사기에는

주머니 사정이 열악한 배낭여행자로서 선뜻 내키지가 않았다.


바르셀로나에 머무는 동안 볼 수 있는 누캄프 경기가 한 번뿐이었으므로

결국 공식 매장을 지나쳐 근처 가게로 들어가 유니폼을 골랐다.     


역시 이런 곳에서는 흥정이 빠져선 안된다.

쉽사리 제값 주고 샀다가는 버젓이 바로 옆 매장에서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팔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니 말이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일단 한 번은 외쳐봐야 한다.     

한국에서 열심히 배워둔 스페인어를 써가며

흥정을 한 결과 꽤나 이득을 봤다.

한 장에 10유로를 깎고서는 기분 좋게 유니폼을 들고 나온다.     

저녁 경기인 덕분에 잠시 나른한 시에스타를 즐기고는 서둘러 누캄프로 향한다.

축구를 사랑하는 바르셀로나답게 지하철역에서부터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 하나 없다.


모두 경기를 보러 가는 모양이다.     

다 함께 꽉 찬 지하철을 타고 몇 정거장을 지나 누캄프 역에 도착해서야 지하철은 한산해졌다.


드디어 경기가 코앞이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지하철역을 빠져나오자

거리는 이미 차량이 움직일 수 없을 만큼 혼잡하다.     

거리의 가게마다 벌써부터 취기가 오른 채 흥을 돋는 열띤 응원이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저마다의 유니폼을 챙겨 입고는 나 할 것 없이

가장 큰 목소리로 승리의 기원을 외치고 있다.     

시끌벅적한 응원을 뒤로하고 선 반짝이는 불빛을 따라가자 엄청난 규모의 누캄프 경기장이 나타났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입구를 찾아 겨우겨우 들어가자 벌써부터 곳곳에서 함성소리가 들려온다.


무엇보다 이 순간이 가장 긴장되고 설레는 순간이다.

눈앞에 펼쳐지기 전,

다른 사람들의 함성만으로도

엄청난 일이 시작될 것만 같은 떨림이

가장 진하게 몰려오는 지금이 말이다.     

예매한 표를 따라 가장 위층의 자리를 찾아 경기장 안으로 들어선다.

계단을 몇 개 더 올라 고개를 내밀자

수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반짝이는 조명이 커다란 그라운드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사람들의 우렁찬 함성,

격양된 목소리,

상기된 표정이,

얼마나 축구를 사랑하는지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떨리고 행복한지 말해주고 있었다.     

자리를 찾아 앉고 나니 이제야 경기를 보러 왔음이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떨리는 마음으로 시작된 경기.

내가 축구에 이렇게나 열광했었나 싶을 정도로

눈을 떼지 못한 채 경기에 빠져 이 순간과 하나가 되어 응원을 한다.     


함께 손뼉을 치고

함께 환호성을 지르고

함께 웃고 안으며

우리는 이 안에서 하나가 되어있다.     


축구를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같은 곳에서 같은 경기를 보며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꽤나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물론 4:0이라는 엄청난 승부 덕분에

그 감동과 희열은 더 배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경기를 보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들에겐 축구가 단순히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닌 그들 인생의 한 부분일 수도 있겠다고 말이다.


단순히 즐기는 놀이가 아닌

그들에겐 그 모든 것이 그들의 삶이자 순간이고 이유였다.     


잘하는 선수든 실수를 하는 선수든

경기를 뛰는 모든 선수들에게 아낌없이 보내는 격려의 박수를 따라 묵직한 감동이 전해진다.     

무언가를 사랑한다면 그런 게 아닐까.

잘하든 잘하지 못하든

최선을 다한 그 순간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주는 것.

결과가 아닌 끊임없는 노력의 과정을

바라봐주는 것.

언제나 그들의 편이 되어주는 것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에 대한 모습이 아닐까.


온 마음을 다해 그들과 자신이 하나인 것처럼

그들은 축구를 사랑하고

바르셀로나를 사랑하고 있었다.     

스포츠로 하나가 된 묘한 동질감을 느끼며

2시간의 경기는 순식간에 끝이 났다.

함께 뛰고 웃고 즐겼던 순간들이 너무 빨리 지나간 것만 같아 그저 아쉬울 뿐이다.     


경기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어둑어둑 까만 하늘이 밤을 가득 채우고 있다.

괜스레 집으로 돌아가긴 너무 아쉬운 밤이다.

이 여운이 가시기 전에 우리만의 파티를 열어야겠다.     


뜨거웠던 감동의 순간을,

모두가 하나가 되었던 가슴 벅찬 순간의 끝을

오늘은 조금 오래 잡고 있어야 할 것만 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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