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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손 Jun 28. 2017

노인을 위한 웹디자인

초고령화 사회에 맞춰 노인을 고려한 웹디자인에 대해 생각하다

일전에 회사 블로그에 "노인을 위한 디자인은 있다"라는 주제의 글을 연재 형식으로 쓰려했으나 격무에 시달리느라 예고편에 그쳤다. 브런치를 시작한 김에 글을 이어 써보려 했으나 끓인 지 1시간 넘은 라면을 먹는 기분처럼 내키지 않는다. 그래서 지난번 글의 핵심을 요약하고 소소한 내용을 추가하여 재탕하되 새로운 한편으로 다시 쓴다.




들어가며

대한민국은 오래전부터 이미 고령화 사회였다. 다만 근 수년간의 변화라면 '온라인 서비스'를 할 줄 아는 노인이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는 스마트폰의 높은 넓은 보급, 컴퓨터 이용세대의 노인 진입, 노인의 신기술 학습능력 향상 등 여러 요인이 있다.


이에 맞춰 노인 타깃 온라인 서비스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그리고 어떤 서비스는 대상이 노인인지 아닌지가 모호하기도 하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는 노인에 대한 깊은 관심과 배려로 경로효친사상이 살아 숨 쉬는 디자인을 해내야 하지 않을까?



노인도 섬세한 타게팅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무언가 디자인할 때, 꽤 섬세한 타게팅을 하는 편이다.
청소년이 타깃이라면 중학생을 위한 표현과 고등학생을 위한 표현이 다르다. 20대 여성이 타깃이라면 20대 초반, 중반, 후반에 따라 표현이 다르다.
고작 3~4년의 터울만 놓고도 우리는 표현 방법에 대해 세심한 고민을 한다.


그런데 꼭 노인을 타깃으로 할 때에는 우리는 세심함을 잃고 하나로 묶어서 취급한다. 굳이 분류해도 재산 수준에 따라 스타일의 차이를 두는 정도에서 그친다.

그들의 미적인 니즈와 안목은 무시한 채, 그들의 '노안'에만 집중하여 유니버설 디자인이랍시고 맥락 없이 큰 글씨부터 박고 보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노안이라도 잘 고려되었으면 다행이지, 그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도 적지 않다. 늙은 것도 서러운데 디자인에서도 찬밥신세라니...

영화 '그랜토리노' 중, 며느리에게 왕따시 숫자가 박힌 전화기를 받고 깊게 빡친 주인공


이렇게 생각해보자.

우리는 '깐깐하고 고집불통인 노인'이라는 말을 참 자주 쓴다.

노인은 오랫동안 살아온 경험으로 자기 확신이 강한 한편, 뇌 기능이 쇠약해져 젊은 사람 수준으로 사고를 하기 어렵다. 그 결과, 유연하지 못한 사고로 노인 특유의 고집과 깐깐함이 생기는 것이다. 혹자는 이런 모습을 '꼰대 노인'이라고 비하하는데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여하튼 이렇게 깐깐하신 분들을 상대함에 있어 우리는 너무 안일한 태도로 일 하는 것이 아닐까?

약장수의 쇼에 열광하여 주머니를 여는 노인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마음을 훔치는 약장수의 실력을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노인은 정말 빨간색을 좋아할까?

예전 최불암이 모 CF에서 '요즘은 자꾸 빨간색이 좋아져요'라고 이야기했다.

(이 CF가 노인의 빨간색 선호와 관계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빨간색이 좋아진다는 속설도 있다. 예전 노인분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트로트 MP3플레이어도 빨간색이다. 그럼 노인들은 빨간색을 좋아하는 걸까?


노인이 선호하는 색에 대한 통계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특정한 색을 압도적으로 좋아한다는 통계는 없다. 당연한 것이 노인이라는 자체가 65 - 100세로 너무 스펙트럼이 넓고 각자 환경도 너무 다양하다. 우리가 뮤직뱅크의 1위를 선정하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이 선호하는 색상의 순위를 메기는 것이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통계들을 살펴보면 그들이 공통적으로 빨간색, 녹색, 파란색, 노란색 같은 순색을 좋아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를 볼 때, 노인이 빨간색을 좋아한다는 속설이 틀린 말은 아니다. 젊은 세대에 비해 노인들은 확실히 순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순색의 대표주자는 빨간색이므로 "노인이 빨간색을 좋아한다"는 관용적인 표현을 쓰는 것에 무리는 없어 보인다.


인식이 어려운 남색이나 회색 같은 종류의 색상을 선호하는 노인은 매우 적다.

개그맨 조세호의 표현을 빌리자면, "안보이는데 어떻게 좋아해요?" 같은 원리로 추정된다.


참고로 노인의 선호와 무관하게 빨간색은 노인이 비교적 잘 볼 수 있는 색이다.

색상에는 색상 스펙트럼에서 상위에 속하는 장파장 색과 하위에 속하는 단파장 색이 있다.

여기서 노인은 파장이 긴 빨간색, 주황색과 같은 색을 더 잘 인식한다. 노인이 보는 푸른 계열의 색은 젊은이가 보는 것과 다르게 누리끼리하게 흐려져 보인다고 한다.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컬러스펙트럼


그렇다고 노인을 위한 웹사이트를 난색 한마당으로 구성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가독성에 있어서는 색상보다 대비가 더 중요하다. 디자인은 많은 요인들을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기에 위의 내용은 알아두기만 하면 된다.



글씨는 크면 클수록 좋다?

내 생각에 본문의 폰트 사이즈는 일반적인 사이즈보다 1~2포인트만 높여도 충분하다. 웹페이지는 14 - 16px에 해당한다.

노인은 단어 인식 능력과 줄 바꿈 인식 능력이 떨어진다. 긴 글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며 신체 능력이 약화되어 스크롤할 때, 팔과 손이 더 피곤하다.

폰트 사이즈가 커지면 당연히 스크롤이 길어진다. 스크롤이 길면 체감상 글이 길게 느껴지며 잦은 줄 바꿈은 눈에 피로를 준다. 팔과 손목이 아픈 건 덤이다. 언제나 Too much는 문제가 된다.


폰트 사이즈와 더불어 중요한 것이 줄 간격, 그리고 제목과 본문 간 사이즈 대비이다.

가급적 150% 이상의 여유 있는 줄 간격을 적용하는 것이 좋다. 내 생각은 140 - 160%가 적당하다.

제목과 본문의 크기는 확실한 대비를 적용한다. 예를 들어 본문을 16px로 했다면 제목은 24px로 하는 방식이다. 솔직히 이 부분은 조금 과해도 좋다고 본다. 눈에 딱 걸리도록.


또 하나, light 계열의 폰트는 가급적 피한다. 노안은 빛을 받아들이고 대비를 감지하는 능력이 약하기에 얇은 폰트는 진짜로 안 보인다.



노인은 시야가 좁다

개인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노인의 경우, 시야가 1.5배까지 줄어든다고 한다.
따라서 화면 전체를 활용하는 디자인은 지양한다. 적당한 너비를 결정하고, 가급적 모든 요소는 그 너비 안에 있도록 단순한 구조로 화면을 만든다.


다만, '맨 위로 가기', '설문조사', '채팅상담'과 같은 부가 기능을 우측으로 빼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우려스러운 것은 '닫기', '확인'과 같은 필수 버튼을 화면 모퉁이에 배치하거나 레이아웃 밖으로 빼는 것이다.


극단적이지만 내 시야에 비네팅 효과가 있다고 상상해보자. 요소들을 어떻게 배치할지 감이 잡힐 것이다.



간결한 내용을 풍부하게

노인은 화면에 보이는 모든 것을 다 확인하고 읽으려는 습성이 있다. 하지만 화면에 보이는 기능과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능력은 떨어진다.

그렇기에 우리는 화면의 구조를 단순하게 하며 꼭 읽어야 할 정보를 잘 선별하여 간결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특히, 어르신을 공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과잉 친절이 들어간 긴 문장은 다시 한번 체크해보자. 물론 존경과 예절을 담은 문장이 나쁜 것은 아니다. 언제나 벨런스가 중요하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간결한 내용이 간결한 느낌의 화면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위의 내용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분들은 꽤 깐깐하다. 자칫 간결한 느낌의 디자인은 이분들의 깐깐한 확인에 있어 허접함으로 다가올 수 있는데 이 부분은 위의 내용을 복기하며 디자인하면 해결된다.


적당히 큰 폰트 사이즈로 충분한 줄 간격을 적용하며 정보의 레벨은 분명한 대비의 폰트 사이즈로 구분한다.

콘텐츠는 꼭 필요한 내용만을 적당한 수준의 예의를 갖춘 워딩으로 기획한다.

정보를 판단하는데 핵심이 되는 내용들은 스크롤 없이 한 화면 안에 담을 수 있도록 하며, 최종적으로 모든 내용을 읽는 동안 스크롤을 최소화한다.

화면의 최대 너비는 되도록 1000px 이내로 좁은 시야를 고려하여 설정하고 필수 기능 버튼들의 위치는 어떠한 경우에도 이 최대 너비를 벗어나지 않도록 한다.

좁은 화면에 위의 기준들을 맞추다 보면 다소 복잡한 느낌이 들 수 있다. 이 부분은 디자이너의 정돈 실력으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사례 소개

좋은 사례 세 가지를 소개하는데 영국의 보험사 SAGA, 남아공의 보험사 Discovery, 미국의 증권사 Charles Schwab이다.

대체적으로 촌빨 날리지 않으며 노인을 은근히 배려할 뿐 무시하듯 대놓고 배려하지 않는다.

노인을 무시하듯 배려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젊은 사람이 볼 때, "훅갔다"라는 느낌이 들면 그게 바로 노인을 무시하는 디자인이다.

너무 꼼꼼하게 잘된 웹사이트들이라 칭찬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몇 가지만 열거해보자.

이미지 위에 글씨를 쓸 때는 박스를 활용하여 충분한 대비를 확보하는데 심지어 멋스럽기까지 하다.

버튼 같은 클릭 요소는 확실히 대비되는 컬러를 사용한다. 여러 개의 버튼이 놓여있는 경우,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여 섬세한 마우스 컨트롤이 약화된 노인을 배려한다. 그 와중에 미적으로 문제가 없다.

단순한 디자인 가이드 안에 풍성한 느낌이 담겨있다.



마치며

디자인에 오답은 있지만 정답은 없다. 그러니 위에 내가 쓴 내용들, 특히 각종 수치들은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가이드는 아니다. 그리고 현재의 모든 통계들도 언제나 최신으로 업데이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타 분야에서 우리가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맞추어 디자인하듯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디자인에 있어서도 같은 자세를 취해야 한다.


현재의 뉴실버 세대는 왕성한 활동력을 유지하는 것이 트렌드이지만, 내가 늙었을 때는 다시 자연주의로 회귀하여 집에 앉아서 점잖게 생을 보내는 것이 미덕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노인들은 죽음을 상징하는 검은색을 싫어한다고 하는데 기대 수명이 엄청 길어지고 더 풍부한 문화생활을 누려본 내 세대는 늙어서도 검은색의 세련되고 시크한 느낌을 계속해서 선호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현재의 20대에게 90년대 X세대풍의 디자인을 제시하지 않듯 노인을 위한 디자인도 언제나 최신 지식과 트렌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노인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주제는 할 말이 너무 많은 주제다. 다만, 스압 관계로 여기서 줄인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리스티클 형식으로 더 많은 내용을 짧게 요약해서 올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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