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華城)에서 슈퍼 다이아몬드 캐는 법 2

34화: 질투를 죽이는 결혼

by 김정걸

그 시각 지우는 공동 감시지역에서 양측 간에 대충돌이 일어났다는 급보를 받고 즉각 대군을 이끌고 현장에 출동했다. 그리고 곧이어 대마령도 수만 마리의 흡혈박쥐의 호위를 받으며 허겁지겁 나타났다. 지우는 대마령을 노려보며 호통을 쳤다.

“대마령, 이놈, 감히 네 멋대로 협상을 깨뜨리다니 용서하지 않겠다!”

“이건 내 뜻이 아니야!”

대마령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해명했다.

“듣기 싫다! 이제 처참한 징벌만이 있을 뿐이다!”

“젠장, 정 그렇다면 나도 너희들을 모두 전멸시킬 수밖에 없다!”

수세적이던 대마령이 태도를 바꾸어 전면전을 벌일 태세를 보이자 양측 간에는 일촉즉발의 긴장이 고조되었다.

그때 화성(華城) 제국의 하늘이 갑자기 밝아지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마령은 매우 당황했다.

“아니, 이게 무슨 변고지?”

곁에서 두려운 시선으로 하늘을 살펴보던 소령이 몸을 부르르 떨며 소리쳤다.

“폐하, 슈퍼 다이아몬드가 화성으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뭐라고?”

대마령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미리내 아가씨가 가져간 슈퍼 다이아몬드가 행궁으로 흘러간 것 같습니다.”

“미리내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무모한 짓을 벌인 거야!”

대마령은 버럭 화를 냈다. 하지만 그 시각에도 제국의 하늘은 무심하게도 점점 더욱 밝아져 갔다. 그는 밝은 빛이 매우 고통스러운 듯 황급히 손바닥으로 눈을 가리며 탄식했다.

아, 우리 무명(無明) 제국이 거의 다 건국되었는데……아, 정말 원통하다!”

한탄하던 대마령은 고통스럽게 몸부림을 치더니 제국의 가장 어두운 곳을 찾아갔다.

하지만 반드시 다시 돌아오마!”

대마령은 암흑 속에 자기 몸을 숨기기 전 최악의 발악처럼 세상을 향하여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그것을 신호로 그를 따르던 흡혈박쥐 떼도 일제히 괴성을 지르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한편 미리내도 허공에서 아비와 동족들이 암흑 속으로 도망치는 것을 지켜보더니 이내 지상의 유진과 지우를 착잡한 시선으로 내려보며 중얼거렸다.

“이제 곧 지우도 적호에 의해서 사라질 것이니 그리 원통한 일은 아니다. 아, 유진, 나중에 다시 보자고요. 안녕,”

지상의 유진을 바라보며 서러운 눈물을 흘리던 미리내는 이내 무리를 따라 홀연히 모습을 감추었다. 마침내 허공에서 흡혈박쥐들이 모두 종적을 감추었다. 땅 위에서 그것을 지켜보던 4대 천왕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아, 고맙게도 이제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어!”

그들이 기뻐함에도 불구하고 지우는 여전히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매우 궁금한 시선으로 유진을 돌아보았다.

“나는 제국을 포기했었는데 설마 미리내가...... 유진, 자기는 알아요?”

“글쎄, 나도 뭐가 뭔지 통 모르겠어.”

유진은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미리내의 뜨거운 사랑 공세를 직접 받았던 유진은 뭔가 짚이는 것이 있었다.

(후, 여인의 질투가 이토록 무서운 것인가?)

유진은 새삼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고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때 난데없이 요란한 취타대 소리가 온 세상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곧 그들 앞에 적호왕이 수많은 군사를 이끌고 홀연히 나타났다.

“아니, 당신은?”

지우는 뜬금없는 적호왕의 등장에 기절초풍했다. 적호왕은 의기양양하게 슈퍼 다이아몬드를 치켜들고 지우에게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노기 띤 목소리로 대뜸 호통을 쳤다.

“지우 네가 감히 반란을 일으키고 나를 감옥에 쳐놓다니! 절대로 용서 못 해!”

“당신이 여길 어떻게?”

“슈퍼 다이아몬드가 다시 나에게로 왔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지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4대 천왕들도 적잖이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적호왕은 더욱 거들먹거렸다.

“하늘이 결국 나를 선택하신 거야! 하하,”

“아, 이런 미리내가 내 대신 결국 사고를 쳤구나.”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지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적호왕은 지우가 무릎을 꿇지 않고 멍하니 서 있기만 하자 더욱 분노가 치미는 듯 그의 군사들을 향해 호령했다.

“여봐라, 당장 지우를 끌고 가라!”

적호왕의 명을 받은 군사들이 우르르 달려와 지우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그녀를 끌고 가려는 순간 유진이 황급히 적호왕을 막아섰다.

“지우를 대체 어디로 데리고 가는 것이요?”

그의 당도한 제지에 적호왕은 눈살을 찌푸렸다.

“지우는 나와 제국에 반역을 한 죄로 중벌을 받을 것이다.”

“중벌이라면?”

“아마 지우는 유황불 지옥으로 떨어질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유황불 지옥이라니……그것 너무 심한 처벌 아니요?”

유진이 눈을 부라리며 적호왕에게 항변하자 그는 검을 뽑아 유진의 목을 겨누며 호통을 쳤다.

“이놈, 어디서 감히 반역자를 옹호하는 것이냐? 너도 당장 유황불 속으로 보내주랴?”

그의 위협에도 유진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 누구도 지우를 잡아갈 수 없어!”

자신의 각오를 밝힌 유진은 갑자기 천호신검으로 적호왕의 검을 쳐버리고는 지우를 끌어당겨 재빨리 자신의 등 뒤에 숨겼다. 유진의 뜻하지 않은 저항에 부딪힌 적호왕은 벌컥 불같이 화를 냈다.

“이놈, 당장 물러서지 않으면 너도 지옥에 끌려갈 것이다!”

“적호왕, 미안하지만 지우는 더 이상 제국의 백성이 아니다!”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지우는 내가 갖고 있었던 다이아몬드를 몸속에 받아들였기 때문에 진짜 인간이 되었단 말이다!”

“뭐라고, 진짜 인간? 그럴 리가 없어!”

적호왕의 두 눈에 의구심이 가득 찼다. 할 수 없다는 듯 유진은 등뒤에 숨긴 지우의 오른손을 끌어당겨 적호왕에게 만져보라는 듯 쓱 내밀었다. 적호왕은 지우의 손목을 잡아보고는 깜짝 놀랐다.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뜻밖의 사실에 꽤 놀란 듯 적호왕의 얼굴이 붉게 변했다.

“이제 지우는 인간이 되었으니 당신은 그만 물러가시오!”

“그 말은 너는 진작부터 지우의 정체를 알고 있었단 말이냐?”

“그렇소. 나는 진작부터 지우의 실체를 알고 있었소. 지우가 최소한 인간이 아니라는 정도는 나도 알고 있어,”

“그런데도 이 소란을 피운다는 말이냐? 어리석은 놈!”

적호왕은 유진이 지우에게 품고 있는 환상을 완전히 부숴주겠다는 기세로 일갈했다.

“적호, 어떤 인간이라도 축생계를 갖고 있다. 그리고 지우가 과거에 무엇이었든 이제 지우는 내가 준 다이아몬드의 힘으로 완전한 인간이 되었다. 따라서 적호왕은 더 이상 당신 제국의 법령에 지배받지 않는 지우를 포기하고 그냥 순순히 물러가라!”

“이런,”

화성 제국의 율법에 해박한 적호왕은 금방 그 말뜻을 알아차리고 장탄식을 내뱉었다. 법리적으로 그의 주장에 타당성이 있고 유진이 일전(一戰)을 불사할 각오로 버티니 그도 당장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닭 쫓던 개꼴이 되어버린 적호왕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런 적호왕을 보고 유진은 쐐기를 박듯 그를 노려보며 무섭게 일갈했다.

“오늘의 무례함은 용서할 테니 다시는 우리 앞에 나타나지 마시오.”

“이, 이런, 괘씸한 놈,”

적호왕은 매우 분한 듯 이를 부드득 갈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이를 악물고 뒤로 물러섰다.

“알았으면 빨리 꺼져!”

유진이 벽력같이 고함을 지르자 뜨악한 적호왕은 물러가다가 4대 천왕을 보고는 손짓을 했다.

“너희들도 이제는 나랑 가야 한다. 어서 따라와!”

적호왕이 명령하자 4대 천왕은 내키지 않은 듯 주춤했지만 결국 그를 따라갔다. 이윽고 적호왕이 군사들을 이끌고 모습을 감추고 4대 천왕이 뒤따르자 그제야 유진은 지우를 돌아보고 웃었다.

“이제 지우는 자유인이야. 어쨌든 이제 슈퍼 다이아몬드도 제자리에 돌아왔으니 화성 제국 걱정은 안 해도 돼.”

유진의 격려에 지우는 감격한 듯 눈물을 글썽이었다.

“미리내는 우리를 갈라놓고 나를 죽이기 위해서 슈퍼 다이아몬드로 적호왕을 불러왔지만 당신 덕분에 살아났어.”

“미리내의 질투는 정말 끔찍해.”

유진은 새삼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의외로 지우는 고개를 저었다.

“질투는 사랑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야. 한편으로 미리내의 행동도 이해가 돼.”

“헐, 그게 사랑이라고?”

“그래. 나도 그랬으니까. 당신이 가희를 해독제로 치료해 줄 때 그런 비슷한 감정을 느꼈어.”

“세상에,”

“당신을 오롯이 독차지하고 싶다는 감정이지.”

지우가 유진을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 유진은 뭔가 큰 결심을 한 듯 정색했다.

“좋아, 지우가 다시는 그런 질투에 빠지지 않게 지금 중대 결단을 내리겠어.”

“결단?”

지우가 눈을 반짝이며 되묻자, 유진은 싱긋 웃었다.

“지우, 나랑 결혼하자.”

유진의 예상치 못한 고백에 지우는 매우 놀란 듯했다.

“결혼?”

“그렇지. 나를 완전히 지우 것으로 만드는 거룩한 의식이지. 아마 사랑의 구속이라고 할까.”

“사랑의 구속이라,”

지우는 구속이라는 말을 음미하듯 되뇌었다. 차츰 그녀의 얼굴에 형언하지 못할 기쁨이 피어났으나 그것은 곧 어두운 빛으로 바뀌었다.

“왜 싫어?”

유진이 조바심을 드러내자 지우는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싫은 게 아니라 사실은 두려워요.”

“뭐가 두렵다는 거야?”

“당신이 어느 날 나의 본모습을 보고 싫어할까 봐.”

유진을 바라보는 지우의 두 눈에 수심이 짙은 물안개처럼 가득 피어올라 왔다.

“본모습? 나는 지우 당신의 모든 것을 사랑해.”

뭔가 두루뭉술하게 얼버무리는 유진의 말에 지우는 모깃소리처럼 작게 대답했다.

“나의 실체는 추악해.”

지우의 고백에 위로하듯 유진은 그녀의 양손을 꼭 쥐었다.

“나 만큼 추악해? 사실 나도 욕망의 화신인 아귀계(餓鬼界)의 대마왕이었어. 잘 알잖아? 그런 나를 당신이 좋아했는데 나라고 그것을 못 하겠어?”

“유진 씨,”

“이제 모든 것은 과거일 뿐이야. 어쨌든 난 신경 안 써.”

그의 진지한 고백에 지우의 마음은 더 먹먹해졌다.

“유진 씨, 내가 정말 더 추한 모습으로 변해도 계속 날 좋아할 거야?”

“당신이 왜 변해? 지우는 이제 진짜 사람인데.”

유진은 기분 좋게 웃으며 지우에게 확신을 심어주자 그녀는 배시시 웃었다.

“그래도......”

“지우, 나는 맹세할 수 있어.”

유진은 오른쪽 약지를 지우에게 쓱 내밀며 진지하게 말했다.

“아, 유진 씨,”

그녀는 유진의 손가락에 자기 손가락을 걸었다. 참았던 감동이 밀려오는지 지우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모습을 보고 유진이 다시 재촉했다.

“이제 나의 프러포즈받아 주는 거지?”

“나는 엄마 말 대로 당신을 보고 화랑에 대한 자책감을 키우려고 했었어요. 당신을 나쁘게 이용한 거지. 그런데 당신은 나를 그만 사랑에 빠뜨리고 자책감에서 나를 건져냈어. 심지어는 사랑, 질투도 하고 또 나를 위해서는 제국도 과감히 포기하는 그런 여자로 변질시켜 버렸어. 엄마의 처음 의도가 빗나간 것 같아. 하지만 자기야, 고마워. “

자기의 속내를 밝히던 지우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맺었다. 그런데 금방이라도 수락할 것 같던 지우는 갑자기 표정을 바꾸었다.

“하지만 그전에 가희 문제부터는 정리하죠.”

“가희는 그냥 여사친일 뿐이야.”

유진은 두 눈에 진심을 가득 담아 지우를 응시했다.

“정말이지? 그리고 미리내하고는 아무 일 없었지?”

“그건 짝사랑일 뿐이야. 날 믿어.”

“좋아. 그동안의 모든 여자 문제를 사면하고 당신의 프러포즈를 받아들이지. 호호,”

지우는 무심결에 말해놓고도 자신도 낯 간지러운지 깔깔거렸다.

“여자 문제? 지우의 뒤끝 정말 장난 아니야.”

“그것을 이제 알았어? 나 원래 그런 여자야. 호호,”

지우는 자신을 마구 깎아내리고도 뭐가 그리 즐거운지 다시 크게 웃고는 유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유진은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

“장난꾸러기, 어쨌든 우리는 잘 어울릴 거야.”

“자기야, 우리 결혼식은 언제 하지?”

유진을 고즈넉이 바라보며 묻는 지우의 눈이 밤하늘의 별처럼 초롱초롱 빛났다.

“6월 25일 어때?”

“좋아요! 아, 신나!”

유진의 전격적인 제안에 지우는 세상 걱정 없는 소녀처럼 물개박수를 치며 무척 좋아했다. 그녀는 조만간 자신의 운명에 들이닥칠 혹독한 시련을 미처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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