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늦깎이 시인이야

13화:그 길이 고래가 되는 날

by 김정걸

비가 오는 날은

인간의 길이

고래가 되어

바다로 돌아가는

광복절.


인간이

덮어 씌운

죽음의 아스팔트

두꺼운 껍질을

박살내고 부활한다


쇠못 같은

인간의 발길질

자동차의 바퀴에

내 등짝은

갈라지고 멍들었나니


그래도 버티면

인간은 내 몸에

칠성판을 대고

문명의 말뚝을

탕탕 박아 넣었다.


그렇게

나는

오랫동안 관속의

죽은 자로

여겨졌소이다.


오매불망

비가 오는 날에는

나는

한 마리 고래로

자유를 선언하나니.


온 도시를

검은 수염으로

부수는

거대한 왕고래가 되어

바다로 바다로 탈출한다.


비 오는 날에는

우산만 찾는 인간들을

나의 널찍한 푸른 등에 잔뜩 실고서

그들이 잊고 살았던

큰 바다에 털어놓는다.


고래.png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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