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그 길이 고래가 되는 날
비가 오는 날은
인간의 길이
고래가 되어
바다로 돌아가는
광복절.
인간이
덮어 씌운
죽음의 아스팔트
두꺼운 껍질을
박살내고 부활한다
쇠못 같은
인간의 발길질
자동차의 바퀴에
내 등짝은
갈라지고 멍들었나니
그래도 버티면
인간은 내 몸에
칠성판을 대고
문명의 말뚝을
탕탕 박아 넣었다.
그렇게
나는
오랫동안 관속의
죽은 자로
여겨졌소이다.
오매불망
비가 오는 날에는
나는
한 마리 고래로
자유를 선언하나니.
온 도시를
검은 수염으로
부수는
거대한 왕고래가 되어
바다로 바다로 탈출한다.
비 오는 날에는
우산만 찾는 인간들을
나의 널찍한 푸른 등에 잔뜩 실고서
그들이 잊고 살았던
큰 바다에 털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