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등짐
해 저문 들녘의
갈 길 먼 나그네
태산 같은 등짐 지고
휘청휘청 걷는다
사바의 인생길에서
등짐은 빛이야
처음에는 맨손이었어
오다 보니 가득 찼어
이제는 등짐에 깔려
허리 부러져
에이, 뒤쫓는 산적들에게나
노리개로 줘 버릴까.
바다로 가기 위해
자신을 묶지 않는 강물처럼
훠이훠이
자유롭고 싶다만
등짐 없이는
살 수 없으니 어쩌리
아, 어두운 산속의
길 잃은 나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