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살인

4화:생환한 사자(死者)

by 김정걸


“세상에 별일이 다 있네”

점심을 차리면서 인협의 노모가 호들갑을 떤다.

“무슨 일인데요?”

“뒷골목 영희네 말이야?”

갑자기 소리를 낮추는 노모의 주름진 얼굴에 두려운 빛이 스쳐 간다.

“한 달 전에 영희 네 엄마 아빠가 교통사고로 모두 죽었다는 집?”

“그래. 그런데 세상에 조금 전 슈퍼를 다녀오다가 그들을 만났지 뭐냐?”

“뭐라고요?”

한 숟갈 입에 떠 넣었던 밥이 갑자기 인협의 목구멍에서 콱 막혔다. 노모는 황급히 아들에게 냉수를 건네주고는 몸서리를 쳤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어. 그런데 자세히 보니까 영락없는 영희네 엄마 아빠잖아. 한순간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섬뜩해지더라. 경찰에서는 죽었다고 했잖아? 내 생전에 그렇게 가슴이 벌렁거린 것은 처음이야. 그런데도 두 사람은 나한테 태연하게 인사를 하고는 자기 집으로 가더라.”

“정말 영희엄마 아빠가 맞아요?”

도저히 노모의 목격담을 믿을 수 없었던 인협은 그녀를 혼내듯이 다그쳤다.

“이놈아, 난 아직 정신 말짱해!”

노모는 자기를 치매 환자 정도로 여기는 듯한 아들의 반응에 화를 버럭 냈다. 그래도 인협은 여전히 미심쩍은 얼굴을 했다.

그러나 노모의 말은 금방 사실로 확인되었다. 영희네 부모는 정말로 살아 돌아왔다. 한 달 만에 귀가한 영희네 엄마 아빠의 모습은 매우 밝고 차분해 보였다. 두 사람은 예정된 여행을 마치고 막 돌아온 사람들같이 약간 피곤한 빛을 띠면서도 홀가분해하는 표정들이었다.

영희네 집에 벌떼처럼 몰려온 동네 사람들은 그들을 먼발치에서 수군거리며 훔쳐보았다. 그중에 동네 오 반장도 끼어 있었다. 동네 사람들은 영희 아빠와 시선이 마주치자, 몸서리를 치고는 하나둘씩 황급히 내뺐다.

그러나 영희 할머니는 설사 아들과 며느리가 지옥에서 도망쳐왔더라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덩실덩실 춤추고 있었다. 그리고 영희도 엄마 품에 안겨 마냥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동안 소식도 없이 어디 있다 온 거야? ”

동네 오 반장이 두려운 마음을 애써 숨기고는 동네를 대표하듯이 영희 아빠에게 나무라듯이 한마디 했다. 그러자 영희 아빠 문호상은 겸연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은 여기저기 여행 좀 했어요. ”

“여행?”

“네. 재충전하면서 사업 구상 좀 했죠.”

“그것도 모르고 자네 모친은 얼마나 우셨는지 몰라.”

오반장의 말에 노모는 급히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제 괜찮다. 이제 네가 살아 돌아왔으니.”

“엄마, 내가 언제 죽었어요? 하하,”

문호상은 노모의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었다. 그제야 옆에서 모자의 대화를 지켜보던 오 반장이 의구심을 떨쳐낸 듯 덥석 문호상의 손을 잡았다.

“그렇지. 이렇게 생생한 사람을 죽었다고 하다니? 경찰 놈들이 뭔가 실수한 것이 틀림없어!”

오 반장은 모든 것을 경찰 탓으로 돌리고 영희에게 눈을 찡긋했다.

“어쨌든 영희야, 넌 좋겠다. 엄마 아빠가 살아 돌아왔으니,”

“너무너무 좋아요!”

어린 영희의 함박웃음에 마당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인협도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때 황금산 반장이 상기된 표정으로 마당에 들어섰다. 그는 영희 아빠 엄마를 쏘아보더니 곧장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저 양반이 웬일로?)

인협이 뜨악한 얼굴로 황금산 반장을 주시하는데 그는 문호상에게 경찰 신분증을 내밀었다. 문호상이 고개를 갸웃했다.

“형사님이 무슨 일이시죠?”

“잠깐 서까지 동행해 주셨으면 합니다.”

황금산 반장이 무뚝뚝하게 내뱉자, 그를 불안한 시선으로 주시하던 영희 할머니가 얼른 끼어들었다.

“우리 아범이 뭘 잘못했어요?”

“아닙니다. 어르신, 그냥 의례적인 조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황 반장은 살짝 웃으며 노모를 안심시켰다. 그러고는 잔뜩 긴장한 문호상을 앞세우고 경찰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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