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華城)에서 슈퍼 다이아몬드 캐는 법1

7화:호랑이 굴

by 김정걸

지우는 돈에 굶주린 무서운 예비 강도가 자신의 꽁무니에 붙은 줄도 모르고 태연히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으슥한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좋아, 으슥한 쪽으로 알아서 잘도 가는군.”

유진은 악마적인 미소를 흘리면서 도둑고양이처럼 그녀의 뒤를 따라 오솔길로 들어섰다.

그런데 길가의 나무와 수풀이 이상하리만큼 울창했다. 마치 아마존의 밀림처럼 쭉쭉 뻗은 이름 모를 나무들이 밤하늘을 완전히 가려버렸다.

(이상하다. 전에는 이런 곳이 아니었는데)

유진은 전과는 달리 이상하게 변한 팔달산의 낯설고 괴괴한 분위기에 차츰 불안해졌다. 심상치 않은 주위 풍경에 그의 온 머리카락이 일제히 곤두섰다.

그런데도 지우는 모든 것이 익숙한 듯 태연하게 걸었다. 잠시 후 그녀는 오솔길에서 벗어나더니 더 짙은 어둠이 깔린 돌계단 위로 올라섰다. 돌계단 너머로는 아름드리 백송(白松) 이 가득한 숲이 펼쳐졌는데 마치 시간의 벽을 훌쩍 뛰어넘은 듯한 풍경이었다. 급기야 시내에서 들려오던 자동차의 소음들마저도 아예 물에 잠긴 듯이 아득하게 멀어졌다. 왠지 모를 두려움이 그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

유진은 왠지 더 쫓아가다가는 오히려 자신이 큰 봉변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무섬증이 들자 갑자기 추격을 멈췄다. 하지만 그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고 자신을 독려했다.

“좋아, 저 으슥한 숲에서 돈가방을 빼앗자.”

그는 땀이 잔뜩 밴 짱돌을 다시 단단히 고쳐 잡고는 지우를 향해 대담하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우와의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그래도 절대로 지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에 죽을힘을 다하여 뛰어갔다. 그때 어디선가 범종 소리가 아련히 들려왔다.

“……!”

그 범종 소리가 신호라도 되는 양 지우는 갑자기 그 자리에 우뚝 섰다. 그러고는 뒤늦게나마 혹시 미행자가 붙었는지 확인하는 듯 주변을 잠시 둘러보더니 어느 모퉁이로 재빠르게 들어섰다.

커다란 참나무 뒤에 잠시 몸을 숨겼던 유진도 재빨리 미행을 재개해서 그 모퉁이를 돌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앞에 낡았지만, 아담한 기와집 건물 하나가 나타났다. 팔달산 산비탈과 붙어있는 기와집의 전면은 간이매점이었다. 지우는 그곳을 향해 서슴없이 걸어갔다.

“전에도 저곳에 집이 있었나?”
유진은 자신의 기억에 없는 낯선 기와집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수상했다.

그가 의구심을 품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사이에 지우는 간이매점 옆에 붙어있는 쪽문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그는 돌발 상황에 잠시 고민했다.

유진은 잠시 후 심호흡을 하고 간이매점 쪽으로 살금살금 다가가서 굳게 닫혀있는 출입문의 유리창을 통해 매점 안을 살펴보았다. 그곳에 지우는 보이지 않았다.

매점은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으슥한 곳에 있어서 그런지 서너 평 되어 보이는 매점의 진열대에 놓인 물건의 종류가 매우 빈약했다. 그나마 형식적으로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 진열해 놓은 듯한 대여섯 개의 화성(華城) 기념품 위에는 두꺼운 먼지만 잔뜩 쌓여 있었다. 진열대 바로 뒤에는 주인이 앉아서 결제할 때 사용하는 듯한 작고 낮은 앉은뱅이 의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비좁은 매점 안에는 주인도 없었다. 아마 장사는 그저 놀이 삼아하는 듯했다.

“……!”

지우를 놓쳐버려 매우 당황스러운 유진이 이번에는 지우가 들어간 쪽문으로 돌아가 보니 기와집의 전경이 드러났다. 낮은 담장과 사립문으로 둘러싸인 기와집은 기역 모양으로 건물이 배열되어 있었다. 왼쪽에는 매점 주인이 기거하는 듯한 살림집이 매점과 바로 붙어 있었고, 작은 황토 마당을 가로질러 작은 방 세 개가 나란히 이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작은 방 너머로 또 다른 황토 뒷마당이 얼핏 보였다.

어쨌든 집안은 전체적으로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조금 전 그곳으로 유진의 인생을 단숨에 대박 나게 해 줄 어마어마한 돈이 담긴 007 가방이 들어갔다.

“이번에는 절대로 인생 대박을 놓칠 수 없어!”

유진은 인적 없는 기와집을 노려보며 새삼 주먹을 불끈 쥐며 몇 번이고 다짐했다. 그는 들고 있던 짱돌이 그의 범행에 별로 효과적인 도구가 아님을 깨닫고는 그것을 길바닥에 내버렸다. 더 적절한 도구를 찾기로 했다. 잠시 궁리하던 그는 그 길로 다시 시내로 돌아갔다.

30분 후 유진은 안개꽃과 노란색 후리이지아로 만든 꽃다발을 들고 간이매점 앞에 다시 나타났다. 심호흡을 두어 번 하고 유진은 대담하게 매점 쪽문의 유리창을 마구 두들겼다.

“계십니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래도 그가 계속 사람을 부르자 잠시 후 안에서 초로(初老)로 보이는 한 남자가 짜증이 잔뜩 난 얼굴로 나타났다. 그는 낮잠을 자다가 인기척에 깬 듯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있었다.

“당신 누구요!”

매점 주인 황호는 유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물었다. 키가 장신인 노인은 백발이 성성했지만, 얼굴빛은 대추처럼 붉었다. 그런데 노인의 눈동자가 투명했다. 마치 특수 렌즈를 착용한 것처럼 말이다.

노인은 대체로 건장하게 보였지만 크게 힘을 쓸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왠지 자신감을 얻은 유진은 대답도 하지 않고 대뜸 집안으로 들어가 두리번거렸다. 그의 무례한 행동에 황호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유진의 팔을 잡아당겼다.

“당신 누군데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와?”

황호의 질책에 그제야 정신이 났다는 듯 유진은 애절한 눈빛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저는 유진이라고 하는데요. 조금 전에 이곳으로 아주 아름다운 여자 한 분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거든요.”

“여자? 우리 지우를 말하는 거 같은데……그래서?”

황호는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대꾸하다가 유진의 꿍꿍이를 알아챈 듯 인상을 쓰며 언성을 높였다. 딸 가진 아비들의 자연스러운 경계심이 발동한 것이다.

“제가 한눈에 반해서……그만 이렇게 실례를 범했습니다.”

유진은 자신이 을(乙)이라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각인시키려는 듯 최대한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황호는 그의 남루한 행색을 흘끔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마구 쳐들어오면 안 되지.”

“마치 마법에 끌린 듯 지우를 따라왔어요. 저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유진은 정말 진심이라는 듯 애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황호는 유진의 말재주에 어찌해야 좋을지 난감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그때 황호 뒤에서 또 다른 사람이 나오는 인기척이 났다. 유진은 얼른 그곳으로 기대에 찬 시선을 던졌다. 그러나 막상 그 앞에 나타난 사람은 지우가 아닌 황호와 비슷한 또래의 노파였다.

지우의 엄마 청파는 중키에 예쁘장하고 또한 눈매가 야무진 것이 여간 만만치 않아 보였다. 그녀도 낮잠을 자다가 일어나 대충 옷매무시만 고치고 나온 듯했다. 그녀 또한 특수 렌즈를 끼고 있는 듯이 눈동자가 투명했다.

“이제 그 마법이 끝날 시간이 되었으니 인제 그만 돌아가게나.”

불청객을 기분 나쁘지 않게 밀어내는 그녀의 말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하지만 유진은 그녀에게 밀릴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그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저는 이제 지우 씨를 안 보면 죽을 것 같아요. 제발 얼굴이라도 한번 보게 해 주세요.”

유진은 통사정했다. 하지만 황호는 얼른 그를 일으켜 세우고는 밖으로 밀어내려고 했다.

“제발,”

유진은 안간힘을 다해 버티었다. 마침내 힘에 부친 황호가 자기 아내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뭐 해? 같이 이 녀석을 내쫓아야지?”

그런데 힘을 보태라는 남편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청파는 웬일인지 미적거렸다.

“우리가 이럴 게 아니라 지우 보고 판단을 내리라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자 황호는 버럭 화를 냈다.

“무슨 판단을 하라고? 한눈에 보아도 백수인데.”

“그래도 인물은 훤칠하구먼.”

“어디 인물이 밥 먹여 줘?”

“그래도 사내는……”

“어허,”

생각이 다른 두 사람은 옥신각신했다. 결국 청파도 남편의 강요에 못 이겨 유진을 같이 밀어내기 시작했다. 끝까지 안간힘을 쓰며 버티던 유진은 갑자기 그 자리에 푹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기절한 듯 꼼짝도 안 했다. 뜻밖의 상황에 부부는 기절초풍했다.

“어어, 이 사람 왜 그래? 죽었나?”

유진을 강력하게 밀어내던 황호가 제일 많이 당황했다. 그가 어쩔 줄 모르고 있을 때 청파가 달려들어 침착하게 유진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휴, 다행히 죽지는 않은 것 같아.”

황호에게 안심하라는 듯 말을 건넨 그녀는 유진의 뺨을 살짝살짝 때리며 조심스럽게 흔들었다.

“이봐요, 정신 차려요!”

그래도 유진은 깨어나지 않았다.

“아까 지우를 안 보면 죽을 것 같다고 하더니 우리가 너무 매몰차게 내몰아서 충격을 받았나?”

청파가 안쓰럽다는 듯이 유진을 바라보며 중얼거리자, 황호는 처치 곤란한 놈을 만났다는 듯 한숨을 쉬고는 그녀에게 물었다.

“어쨌든 이놈을 어떡하지?”

“글쎄, 그냥 내다 버릴 수도 없고……”

남자 못지않게 침착했던 청파도 딱히 좋은 생각이 나지 않는지 남편만 멀뚱히 바라볼 뿐이었다.

“엄마, 무슨 일이에요?”

부부가 유진의 처리에 대해서 고심하고 있을 때 불현듯 지우가 나타났다. 청파는 반색하며 얼른 지우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이 청년이 너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고 만나게 해달라고 생떼를 쓰길래 우리가 안 된다고 밀어내다가 그만 이런 꼴이 되고 말았단다.”

“생명에는 지장 없고요?”

지우는 기절한 상태에서도 꽃다발을 꼭 쥐고 있는 유진을 바라보며 청파에게 물었다.

“그래. 상사병인 것 같구나.”

“상사병요? 딱한 사람. 휴,”

지우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을 보고 황호가 발로 유진을 툭툭 차며 그녀에게 말했다.

“지우야, 네 생각에는 이 녀석을 어떻게 하면 좋겠니?”

“빨리 깨워서 내보내야죠. 오빠들이 오기 전에요.”

지우는 당연한 것 아니냐 하는 눈빛으로 황호에게 대답했다.

“하긴. 그런데 이 녀석이 통 깨어나지 않는구나.”

황호가 유진을 다시 발로 차면서 대꾸하자, 청파가 그에게 눈총을 쏘았다.

“그만! 왜 자꾸 사람을 발로 차?”

청파의 날 선 지적에 황호가 움찔하자, 그녀는 지우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아마 상사병이 뼛속까지 숨어들 것 같구나. 이 사람이 정신을 차릴 때까지 만이라도 간호를 해줘야겠구나. 지우야,”

“엄마, 그건 안 돼요.”

“왜?”

“제국의 제사장인 제가 어떻게 외부인을 쉽게 집에 들여요? 잘 아시면서……”

“그렇다고 너를 좋아하다가 기절한 사람을 밖에 내다 버리는 것도 도리는 아니잖아?”

어미의 반박에 지우도 계속 반대를 고집할 수 없는지 입을 다물고 말았다. 잠시 서로가 어찌할지 눈치를 보고 있을 때 간이매점 마당에서 서너 명의 남자들이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우, 황호 그리고 청파의 두 눈이 일제히 커졌다.

“오빠들이 오는 모양이에요!”

귀를 쫑긋하던 지우가 거의 비명에 가깝게 외쳤다. 노부부의 입에서도 동시에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런, 큰일이다!”

당황스러운 빛을 감추지 못하던 청파는 황호와 지우를 향해 빠르게 속삭였다.

“난 저놈들이 또 살생하는 것을 원치 않아. 당신과 지우도 모두 똑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해. 빨리 이 사람을 골방에 숨기자.”

“별수 없군요.”

지우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자, 청파와 황호는 축 늘어진 유진을 들고 재빨리 골방으로 뛰어갔다.

세 사람이 유진을 골방에 숨겨놓고 막 나오자 시끄러운 소리의 주인공인 사내들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조금 전에 산속에서 중년 남자를 불태워 죽인 백랑, 흑랑 그리고 청랑이었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시끄럽게 떠들던 형제 중에서 흑랑이 안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코를 킁킁거리며 중얼거렸다.

“어? 이상한데, 사람 냄새가 나.”

“그래? ”

흑랑이 코를 이리저리 내밀며 냄새를 추적하자 청랑도 같이 킁킁거렸다. 그 광경을 보고 뜨악한 표정을 짓던 청파는 버럭 고함을 질렀다.

“야, 이놈들, 오늘도 사람을 또 해쳤나 보구나! 네놈들 몸에서 사람 냄새가 나는 것을 보니!”

청파가 선수를 치자, 뒤가 켕긴 것이 있는 지우 오빠들은 찍소리도 못했다. 그 모습을 보고 황호가 정말 화가 치미는지 심각한 얼굴로 아들들을 꾸짖었다.

“어허, 이놈들아, 대체 너희들은 언제 철들래? 너희 에비 어미는 너희들의 죄업(罪業)을 덜기 위해서 매일 기도하는데 너희들은 매일 살생만 저지르다니……”

“아니라니까요!”

백랑이 한마디 내지르고 제 방으로 도망가 버리자, 나머지 동생들도 우르르 뒤쫓아갔다.

이전 06화화성(華城)에서 슈퍼 다이아몬드  캐는 법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