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華城)에서 슈퍼 다이아몬드 캐는 법1

8화:아몬드 다이아몬드의 유혹

by 김정걸

그때 골방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유진은 벌떡 일어나 방안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그는 기절한 척 연기를 한 탓에 지우네 집에 깊숙하게 숨어들 수 있었다.

골방은 두어 명이 겨우 잘 수 있는 작은 공간이었다. 벽의 사면에는 금이 쩍쩍 갈라진 십여 개의 메주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오른쪽 벽에 작은 창문이 하나 있는데 창 너머로 황토 마당이 훤히 보였다. 그가 일어나 바깥을 살피고 있는데 어디선가 두런두런 사내들이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유진이 귀 기울여보니 보니 소리는 맞은편 메주들이 있는 곳에서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그가 급히 메주를 헤쳐보니 그곳에 주먹 하나 들어갈 만한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 보였다.

“……?”

호기심이 생긴 유진이 그곳에 귀를 붙이니 옆방에서 지우 오빠들이 은밀히 나누는 대화가 고스란히 다 들려왔다.

“야, 오늘 중년 남자 건은 정말 아슬아슬했어!”

“맞아요. 형님,”

흑랑이 맞장구치는 것과 동시에 청랑의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하마터면 이 소중한 물건을 그 빌어먹을 헌터 놈에게 빼앗길 뻔했어.”

“오늘은 정말 운이 좋았어요.”

흑랑이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맞장구칠 때 갑자기 누군가 식탁 같은 것을 주먹으로 꽝! 내리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이어서 분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백랑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런데 그 새끼는 언제까지 경찰 행세를 하면서 우리를 방해할 거야?”

“이 세상의 다이아몬드가 모두 없어질 때까지 쫓아다니겠죠! 뭐 희소성(稀少性)을 유지한다고 설쳐대는 거죠. 후, 어떻게 하면 그놈의 새끼를 죽여버릴 수 있을까요?”

흑랑이 백랑에게 헌터라는 자를 제거할 방법을 묻는 소리였다. 깜짝 놀란 유진은 메주를 헤치고 살벌한 소리를 주고받는 당사자를 몰래 훔쳐 보았다. 역시 예상대로 그들은 중년 남자를 잔인하게 불태워 죽인 사내들이었다. 하필 잔혹한 살인자들이 살고 있는 소굴로 뛰어든 셈이었다. 그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머리칼도 모두 바짝 일어섰다.

덜컥 겁이 난 유진은 얼른 방문으로 다가가 찢어진 창호지 틈 사이로 밖을 살폈다. 그런데 언제 왔는지 지우가 문밖 툇마루에 앉아서 산나물을 다듬고 있었다. 그는 돈을 훔치려 왔다가 꼼짝없이 호랑이 굴에 갇히고 만 것이었다.

(아, 어떡하지? )

유진이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창문 너머에서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느닷없이 청파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튀어나왔다.

“어? 요것들 봐라! 그 다이아몬드는 뭐야?”

다이아몬드라는 소리에 유진은 두려움도 잊고 다시 구멍에 눈을 갖다 대고 방안의 동정을 훔쳐보았다.

조그만 방에는 황호와 흑랑 그리고 청랑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청파가 저항하는 백랑의 손을 붙잡고 뭔가 빼앗으려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아들 손에서 무언가를 힘겹게 낚아챈 청파는 재빠르게 그것을 살펴보더니 매우 화난 목소리로 지우 오빠들에게 다시 물었다.

“이 다이아몬드는 근래에 처음 보는 것인데 이것 어디서 났어?”

“우리가 돈 주고 샀어요.”

백랑이 어미의 눈치를 살피며 거짓말을 했다.

“돈을 주고 사? 사실대로 말 안 해!”

청파가 아들들을 향해 매섭게 눈을 부라리며 추궁하자 백랑도 맞고함을 질렀다.

“뭘 그리 꼬치꼬치 캐물어요!”

“이것들이! 이 다이아몬드를 빼앗긴 사람은 죽었겠지?”

“다 알면서 뭘 새삼스럽게 물어요?”

곁에 있던 흑랑이 입을 삐죽거렸다.

그러자 청파는 더 이상 치미는 화를 참을 수 없는지 아들의 머리통에 군밤을 한 대 세게 먹였다.

“아이고, 이놈들아! 혹시나 해서 따라왔는데 진짜로 살인했구나. 이 죄업(罪業)을 대체 어쩐다는 말이냐. 제발 정신 차려!”

어미의 호된 질책에 백랑이 버럭 화를 내며 흑랑을 편들고 나섰다.

“누구는 그 짓이 하고 싶어서 해요?”

“뭐라고?”

대드는 아들이 괘씸한지 청파가 백랑의 머리통을 주먹으로 내리치려고 하자 막내 청랑도 반발하고 나섰다.

“우리의 초능력을 증가시키려면 사람들의 몸에서 생긴 다이아몬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단 말이에요!”

“대체 그 초능력으로 뭐 하려고 그래?”

“우리는 그 힘으로 화성(華城)을 탈출해서 시내로 나가서 살 거예요!”

“화성을 탈출한다고? 꿈깨라, 이놈아, 그 어떤 힘도 화성의 보호망을 뚫을 수 없어!”

“엄마, 제발 초치는 소리 좀 그만해요!”

“바깥세상이 뭐가 좋다고 그 난리야! 우리는 우리의 모습대로 사는 게야! 성현께서 앵매도리(櫻梅桃梨)라고 했어!”

청파가 청랑의 기를 꺾으려는 듯 어려운 한자(漢字)를 써가며 훈계했다. 하지만 청랑은 입을 삐죽거리며 빈정거렸다.

“엄마나 그렇게 사세요!”

“뭐라고? 그 입 닥치지 못해!”

청파는 마침내 눈알을 희번덕거리며 따지고 드는 청랑을 윽박지르고는 나머지 두 아들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어쨌거나 또 사람을 또 해치면 그때는 정말 손모가지를 모두 부러뜨려놓을 거야!”

“……!”

어미의 서슬 퍼런 기세에 세 아들들은 찔끔했다. 청파는 자신이 쥐고 있던 다이아몬드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리고 이 다이아몬드는 내가 압수한다!”

청파의 선언에 아들들은 펄쩍 뛰며 놀랐다.

“엄마, 그것만은 제발!”

제일 먼저 백랑이 털썩 무릎을 꿇고 통사정하자 두 동생도 청파에게 매달리며 애원했다.

“이것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 이것을 사당에 갖다 놓고 너희들이 저지른 죄업을 용서해 달라고 기도할 테니 그리 알아!”

“엄마는 정말 대책 없는 깡패야!”

“깡패? 이 자식들이 오늘 진짜 깡패 맛 좀 제대로 볼래?”

아들들의 도발에 제대로 열받은 청파의 눈이 핑그르르 돌아버렸다.

“모두 이리 와!”

“왜, 왜요?”

흑랑은 어미의 완강한 태도에서 뭔가 불길한 징조를 눈치챘는지 뒤로 슬금슬금 꽁무니를 뺐다.

“어쭈, 도망가? 당장 이리 안 와!”

청파는 서로 눈짓을 하면서 뒷걸음질 치는 세 아들에게 번개처럼 달려들어 자기 손바닥으로 그들의 배를 차례로 빠르게 훑었다.

“어흑,”

아들들은 비명을 질렀다.

그러거나 말거나 냉정하게 돌아서는 청파의 손에 세 개의 노란색 작은 다이아몬드가 담겨 있었다.

“이것도 모두 사당에 바친다.”

“엄마, 제발, 그건 우리 마지막 희망이에요!”

백랑이 겨우 기운을 차리고 청파에게 매달렸지만, 그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 흉기를 압수해야지 너희들이 더 이상 나쁜 짓을 안 하지.”

“엄마, 제발,”

세 아들들은 일제히 통사정했지만, 청파는 독하게 외면하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황호도 아들들에게 사나운 눈총을 쏘고는 청파를 뒤쫓아갔다.

“사당? 사당이 어디에 있지?”

한바탕 소란을 몰래 지켜보던 유진은 쏜살같이 골방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지우가 여전히 골방 툇마루에 앉아 산나물을 다듬고 있는 바람에 나갈 수가 없었다. 길이 막힌 유진은 다시 다급하게 골방의 큰 창문으로 달려가 황호 부부의 행방을 뒤쫓았다. 잠시 후 다행히도 황호와 청파가 뒤꼍에 있는 황토마당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유진의 눈에 들어왔다. 두 사람은 황토마당까지 내려온 산비탈까지 걸어가더니 비탈의 한가운데에 나 있는 작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 문 앞에 울긋불긋 천 조각들이 새끼줄에 엮여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 멀리서 보아도 사당 같은 분위기였다.

(웬 사당?)

아마도 누군가 사람들의 눈에 안 띄게 하려고 일부러 산비탈 절벽에 동굴을 파고 그곳에 은밀하게 사당을 조성한 것 같았다.

“왜 저런 은밀한 곳에 사당을 만들어 놓았을까?”

유진이 의아한 생각에 젖어 있을 때 지우의 부모는 사당에서 다시 나왔다.

빈손이었다. 아마 지우 오빠들에게서 압수했던 다이아몬드들을 사당 안에 놔두고 나오는 것이리라.

“오, 저 사당에다 다이아몬드를 보관해 두는 거야? 그렇다면 혹시 돈가방도 저기에 있는 거 아니야?”

유진의 심장이 돈 뿐만 아니라 덤으로 다이아몬드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갑자기 심장이 요동을 쳤다.

유진은 사당에 있을 돈가방과 다이아몬드를 훔치기로 결단을 내렸다. 일타쌍피였다.

일단 지우 오빠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들키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그는 숨조차 쉬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숨겼다. 지우 오빠들이 곯아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마침내 자정이 넘자 지우 오빠들이 드르렁드르렁 코를 고는 소리가 골방 창문 너머로 들려왔다. 그런데 문제는 지우였다. 그녀는 오빠들이 곯아떨어진 것을 확인하고서도 골방 앞을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산나물을 다 다듬자 지우는 또 다른 허드렛일을 잔뜩 가져와 밤새도록 툇마루에 머물렀다. 새벽녘에도 마찬가지였다. 지우는 밤하늘의 별을 구경하면서 밤새 불침번을 섰다. 그 바람에 유진은 사당을 털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유진은 처음에는 지우가 잔혹한 오빠들로부터 자기를 보호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차츰 자신을 감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여겼다. 어쨌든 점점 날이 밝아오자 유진은 더욱 조바심이 났다.

마침내 유진은 독하게 마음먹고 툇마루에 앉아 자신의 인생 대박을 가로막는 지우를 조용하고도 신속하게 처리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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