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華城)에서 슈퍼 다이아몬드 캐는 법1

10화:007 돈가방 갖고 튀어!

by 김정걸

골방으로 돌아와 다시 사당을 아쉬운 시선으로 염탐하고 있던 유진은 아침을 먹으라는 청파의 부름에 안채로 들어갔다. 조촐한 아침상이 준비된 원형 식탁을 가운데에 두고 네 사람이 둘러앉았다.

다행히도 오빠들은 없었다.

그래도 언제 그들이 나타날지 몰라 새삼 솟구치는 두려움에 유진이 식사를 제대로 못 하자, 청파는 유진 앞으로 작은 사발을 건넸다.

“그건 내가 만든 식혜라오. 마셔봐요. 입맛이 날 거야.”

“고, 고맙습니다.”

유진은 청파가 권하는 식혜를 받아 벌컥벌컥 시원하게 들이마셨다.

“아, 정말 시원하고 맛있네요.”

유진이 청파를 바라보며 엄지 척 하자 그녀는 그에게 이것저것을 더 권했다.

“아직 몸이 개운치 않으면 며칠 더 쉬었다가 가도 돼요.”

청파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친절을 베풀었다. 하지만 유진의 본능은 그녀의 제의를 거부하고 당장 이곳에서 도망치라고 끊임없이 경고를 보냈다. 그런데도 그는 우선 돈을 찾아야 했기에 그녀의 친절을 받아들이겠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어쨌든 신경이 무척 쓰이는 아침을 얻어먹은 유진은 서둘러 골방으로 돌아와서는 즉각 문을 잠갔다. 곧바로 뒤따라온 지우가 골방 앞마당을 쓸면서 그를 지켰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후 지우 오빠들이 뜬금없이 나타나 지우를 마당 한쪽으로 끌고 갔다. 백랑은 심각한 낯으로 다짜고짜 지우에게 물었다.

“아빠는 그자를 언제 처리한대?”

“누구요?”

“이런, 누구를 바보로 아나? 네가 저 골방에 고이 숨겨둔 남자!”

백랑이 골방을 가리키며 나지막하게 으르렁댔지만, 지우는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었다.

“난 지금 오빠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누구를 호구로 알아? 오늘 아침에 네가 그놈하고 같이 물 길어오는 것을 우리가 다 봤어.”

그제야 지우도 돌변하여 백랑에게 눈을 치켜떴다.

“그런데 뭘 처리한다는 거예요?”

날이 선 그녀의 반문에도 청랑은 눈을 가늘게 뜨며 실실 웃었다.

“왜 그래? 선수끼리……다 알면서?”

지우는 막내 오빠의 의도를 금방 파악하고도 단호하게 부인했다.

“아빠는 아픈 사람을 그냥 치료를 해주는 것뿐이에요.”

그러자 흑랑이 의구심이 가득한 얼굴로 불쑥 그녀의 말을 막았다.

“그럼 너는?”

“나도 아무 사심 없어요.”

“정말이야? 지우, 너도 우리랑 같은 생각을 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흑랑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문하자 지우는 더욱 언성을 높였다.

“아니라고 몇 번을 얘기해야 해요?”

이번에는 백랑이 지우를 째려보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

“요 앙큼한 것 봐라? 아빠랑 둘이 저 자식을 독식하려고 지금 쇼하는 거지?”

“오빠, 나는 지금 신물(神物)을 지키기에도 벅차요. 다른 것에 신경 쓸 틈이 없어요."

“너 말 잘했다! 제국의 신물(神物)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도 빨리 그놈을 처치해야지. 안 그래?”

“오빠!”

“그놈은 왠지 다른 목적을 갖고 우리 집에 숨어든 것 같아. 그러니까 우리의 비밀이 들통나기 전에 빨리 그놈을 우리에게 넘겨라!”

“오빠!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에요?”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빨리 우리에게 넘기는 게 좋아. 물론 아빠 모르게 말이야. 후후,”

“오빠, 제발 더 이상 살생을 하지 말아요.”

지우의 간곡한 호소에도 백랑은 별로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살생이 아니야. 서로 상생하는 거지.”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살생이에요.”

“지우야, 너무 잘난 척하지 마. 우리는 어제 엄마한테 우리 형제가 그동안 쌓아온 내공을 모두 빼앗겼다. 저놈을 이용해서 우리의 힘을 되찾아야 해.”

“안 돼요. 오빠,”

“어쨌든 네가 오늘 점심때까지 저 녀석을 우리에게 안 넘기면 우리가 일방적으로 저 녀석을 처리하기로 했다.”

“맞아.”

흑랑과 청랑이 동시에 맞장구를 쳤다.

“맙소사,”

지우는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백랑은 최후통첩의 표시로 지우의 어깨를 한번 툭 치고는 동생들을 이끌고 어디인가 가버렸다. 그들의 뒷모습을 넋 나간 듯이 바라보던 지우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이제 오빠들이 노골적으로 나오는구나. 신물(神物)의 안전을 위해서 차라리 그 사람을 오빠들에게 그냥 넘겨주는 것이 더 낫긴 한데. 하지만 그건 안될 일이야. 아, 어떡하지?”

고개를 이리저리 저어가며 잠시 고심을 하던 지우는 모종의 결단을 내린 듯 곧장 골방의 문을 열고 유진을 불렀다.

“당장 이곳을 떠나요!”

“지금 당장요?”

“네. 지금 상황이 더욱 위험해졌어요!”

“왜요? 오빠들이 내가 여기 숨어있는 것을 눈치챘어요?”

“네. 유감스럽지만 맞아요.”

“이런,”

“그러니 빨리 도망치세요.”

조바심을 드러내는 지우와는 달리 유진은 미적거렸다.

“난 지금 갈 수 없어요. 사실 난 잃어버린 돈가방을 찾으러 왔으니까요.”

유진의 예상치 않은 고백에 지우는 조금 실망한 빛을 띠었다.

“돈이요? 어쩐지.”

“실망했어요?”

“……”

“물론 예쁜 당신에게 반한 것도 사실이요. 하지만 난 그 돈가방을 찾기 전에는 결코 이곳을 떠날 수가 없어요.”

“바보 같은 사람, 지금 그 돈가방이 당신 목숨보다 중요하다는 거예요?”

“나에게는 그렇소.”

유진은 비장한 목소리로 답했다. 착잡한 표정으로 유진의 말을 듣던 지우는 불현듯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요.”

지우는 유진에게 당부하고는 자심 자리를 떴다. 그런데 잠시 후 그녀는 놀랍게도 문제의 007 가방을 들고 다시 유진 앞에 나타났다.

“어, 그 가방은?”

유진이 가방을 보고 화들짝 놀라자 지우는 돈가방을 그의 코앞에 쓱 들이밀었다.

“내가 그저께 산속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보관해 왔던 가방이에요. 어제 내게 사 온 꽃값으로 드리는 거예요.”

말을 마친 지우는 동시에 돈가방을 툭 하고 열었다. 활짝 열린 가방 안에는 노란색 5만 원짜리 지폐 다발이 가득 들어 있었다.

“와우!”

환호성을 지른 유진은 지폐 하나를 집어 들고, 그것을 넘기며 자세히 살펴보았다. 모든 지폐가 진짜인 것을 확인한 유진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활짝 피어났다. 온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표정이었다.

“이거 꽃값치고는 너무 비싼 것 아닌가?”

유진이 겸연쩍은 웃음을 지으며 슬쩍 묻자, 그것을 딱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던 지우는 그를 다시 재촉했다.

“나에게는 필요 없는 돈이니 가져가요. 자, 이제 원하던 것을 얻었으니 당장 이곳을 떠나요.”

“고맙소.”

그의 입에서 감사의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이제 돈가방을 찾았으니 흉악한 살인자의 소굴에서 더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그깟 다이아몬드는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돈가방을 다시 단단히 잠근 유진은 지우에게 돌아섰다.

“부모님에게 인사라도 드리고 가야지.”

“그냥 가세요. 혹시 오빠들하고 마주치면 모든 게 끝장이니까. 부모님도 이해하실 거예요.”

“좋아요. 두 분께 꼭 인사 전해줘요.”

“네. 만일을 위해서 제가 배웅해 드리죠. 따라오세요.”

지우는 말을 마치고 시내를 향해 앞장섰다. 유진도 돈가방을 신줏단지 모시듯 가슴에 안고 그녀를 따라 활기차게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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