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華城)에서 슈퍼 다이아몬드 캐는 법1

11화:원한은 홍어처럼 독하다

by 김정걸

잠시 후 유진과 지우는 화성(華城) 행궁 옆의 고풍스러운 담장 길을 걷고 있었다. 행궁의 넓은 광장이 50미터 전방에 보였다. 거기만 벗어나면 시내였다.

이제 유진은 환락의 세상 시내에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면서 보란 듯이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것이다.

행궁의 담장에 울긋불긋한 행사 배너(banner) 깃발들이 줄지어 화려하게 꽂혀있었다. 그 깃발에는 ‘혜경궁 홍 씨 회갑연 시연회’라는 글자들이 멋들어지게 쓰여 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유진이 담장 너머를 살펴보니 행궁에 평소와 달리 사람들이 매우 북적거리고 있었다. 그것을 흥미롭게 바라보던 유진의 두 눈이 반짝 빛났다.

“지우 씨, 우리도 잠깐 구경 좀 하고 갑시다.”

“구, 구경요?”

“저런 잔치는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끝나기 전에 어서 가봅시다.”

“안 돼요, 오빠들에게 잡히면 큰일 나요!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 해요.”

오빠들 때문에 유진을 빨리 팔달산에서 내보내고 싶었던 지우에게는 잔치 구경은 별로 달갑지 않은 제의였다.

"에이, 잔치집에 왔다가 그냥 가면 평생 재수 없대요."

유진은 이상한 핑계를 대면서 싫다는 그녀의 손을 잡고 억지로 행궁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거금이 자기 손에 들어와서 그런지 그는 매우 즐겁고 여유롭게 보였다.

어쨌든 회갑연이 시연되는 봉수당 앞마당에는 이미 수많은 관광객으로 가득 차 있어서 잔치 분위기가 흥청망청 무르익고 있었다.

유진은 불안해하는 지우를 봉수당 앞마당에 설치된 하얀 천막 구석으로 끌고 가 자리를 잡았다. 회갑연 시연을 준비하는 여성 스태프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작은 소반에 음식을 가득 차려서 그들에게 갖다주었다. 잔치국수, 돼지고기 수육, 홍어 그리고 맛깔스럽게 보이는 전이 그의 군침을 돌게 했다.

“와, 홍어다!”

유진은 제일 먼저 젓가락으로 홍어 몇 점을 한꺼번에 집으며 탄성을 질렀다. 하얀 종이 접시에 수북하게 놓여있던 홍어는 그의 바쁜 젓가락질에 금방 동이 나고 말았다. 그것도 양이 안 찼는지 유진은 옆에 있던 다른 상에서 하객들이 남기고 간 홍어마저 모조리 쓸어왔다.

“그렇게나 홍어가 좋아요?”

잔치국수를 말아먹던 지우가 유진을 타박하듯이 물었다.

“그럼. 오늘 홍어가 유별나게 맛있네! 자, 지우 씨도 좀 먹어봐요.”

“난 홍어는 냄새가 독해서 못 먹어요.”

“원래 홍어는 그 냄새 때문에 먹는 건데……”

“그 독한 암모니아 냄새 때문에 먹는다고요?”

지우가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다는 듯 표정으로 되묻자, 유진은 그녀를 향해 눈을 찡긋했다.

“그럼.”

대답하고는 유진은 다시 무척 행복한 표정으로 부지런히 홍어를 주워 먹었다. 상 위에 있던 홍어를 모두 먹어 치운 유진은 이번에는 막걸리 한 통을 집어 들고는 사기대접에 콸콸 따랐다.

“흠, 홍어에 막걸리가 빠질 수 없지.”

호기롭게 말하고 유진은 하얀 막걸리를 꾸역꾸역 들이마셨다. 순식간에 막걸리 한 사발을 다 비운 유진은 다시 막걸리를 가득 따르더니 지우에게 쓱 내밀었다.

“지우 씨도 한잔해요.”

“난 술 못해요.”

“술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음식으로 여기고 한잔 들이켜요. 홍어에는 막걸리가 제격이거든.”

유진이 하도 권하는 바람에 지우는 대접을 받아 조심스럽게 맛을 보기 시작한다.

“그냥 시원하게 확 들이켜요.”

유진이 다시 재촉하는 바람에 지우는 더 이상 거절을 못 하고 막걸리를 쭉 들이마셨다. 그런 지우를 유진은 애정이 넘치는 시선으로 지켜보았다.

“……!”

그때 그들로부터 4~5미터 떨어진 곳에 나이 지긋한 노인 두 명이 앉아서 막걸리를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 중 하얀 수염을 길게 기르고 눈매가 매서운 한 노인이 지우를 심상치 않은 시선으로 노려보고 있다.

“어허, 저것들을 보게나.”

노인은 독한 표정을 지으며 맞은편에 고려청자 빛 비단옷을 입고 앉아 있는 다른 노인에게 눈짓으로 두 사람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 비단옷 노인은 막걸리를 마시다가 고개를 돌려 유진과 지우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두 사람에게서 별로 특이한 점을 발견하지 못한 듯 비단옷 노인이 반문했다.

“그냥 평범한 연인 같은데.”

“사내놈 말고 저 계집애를 잘 보라고!”

“왜? 저 여자에게 무슨 문제라도 있나?”

“저 계집아이가 내 제사장 자리를 빼앗아 갔네.”

노인은 하얀 수염을 손으로 잡아 뜯으며 매우 언짢게 내뱉었다.

“뭐, 저 어린 처자가? 천하의 화산(華山) 자네를 저 처자가 밀어냈다고?”

“수치스러운 일이지만 사실이네.”

매우 고통스러운 듯이 대답하던 전(前) 제사장 화산은 다시 부아가 치미는지 막걸리 한잔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아니, 저 처자가 무슨 재주로 제국의 신물(神物)을 지키는 제사장 자리를 꿰찼단 말인가?”

“재주는 무슨? 아마 주군과 뭔가 짬짜미가 있었겠지.”

“어허, 화산, 이 사람! 말조심해. 자칫 잘못하면 주군에 대한 불충으로 경을 치네.”

“저 계집의 약혼자는 반란군의 수괴였어. 그런데 저 계집이 사전에 주군에게 밀고했지. 덕분에 반란을 진압하게 된 주군은 저 계집을 덜컥 제사장으로 임명한 거야. 나한테는 반란을 막지 못했다고 책임을 추궁하고 말이야! 빌어먹을!”

화산은 거칠게 욕설을 내뱉고는 다시 치미는 분노를 주체 못 하겠는지 또다시 막걸리 벌컥벌컥 들이켰다.

“저 여자의 충성심을 높이 샀군. 예사로운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옛날 일은 그만 잊어버리고 그냥 술이나 한잔해.”

비단옷 노인은 속상한 친구를 위로하려는 듯 화산에게 막걸리를 가득 따라주었다. 화산은 술을 받으면서도 속에서 열불이 나는지 더욱 언성을 높였다.

“옛날 일? 내게는 어제 일처럼 생생하고 지금도 고통스러워! 난 반드시 내 자리를 되찾고 말 거야!”

“흐흐, 무슨 좋은 수라도 생각났나?”

“암. 있지. 저 계집 옆에서 살살대는 저 놈팡이를 잘 이용하면 조만간 내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네.”

화산은 손가락으로 유진을 가리키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비단옷의 노인은 정색하고 충고했다.

“어떤 수를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세상에 너무 나대면 자칫 꼰대 소리나 들으니까 조심해.”

하지만 화산은 친구의 충고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막걸리를 들이켜고는 오이를 입 안에 넣고는 사납게 씹어먹었다.

“자네나 그러게. 난 내게 찾아온 이 황금 같은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다네. 흐흐,”

화산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리며 다시 두 사람을 다시 쏘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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