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華城)에서 슈퍼 다이아몬드 캐는 법1

13화:그 많던 다이아몬드는 다 어디 갔을까

by 김정걸

잠시 후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팔달산에서도 가장 깊은 산기슭에 있는 어느 동굴 앞이었다.

역시 지우의 말대로 수많은 박쥐가 떼를 지어 시커멓게 뻥 뚫려있는 그 동굴 속으로 들락거렸다. 심상치 않은 박쥐들의 모습에 유진은 이미 보물섬이라도 찾아낸 것처럼 양손을 번쩍 들고 만세를 불렀다.

“오케이, 여기가 바로 박쥐 놈들이 다이아몬드를 숨겨놓는 아지트구나!”

“조심하세요. 안에 있는 놈들은 모두 사나운 흡혈박쥐예요.”

지우의 경고에 놀란 유진은 종이백에서 얼른 과도를 꺼내어 전방을 향해 겨누었다.

“그 과도는 또 언제 챙겼대요?”

“유비무환이요. 놈들이 덤비면 내가 이것으로 요절을 내버리겠소.”

유진은 호기를 부렸다. 그 모습을 보고는 지우는 고개를 한번 흔들더니 조심스럽게 동굴 속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동굴은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안으로 들어설수록 점점 높아지고 넓어졌다. 그곳은 거대한 석회암 동굴이었다. 동굴 안은 상당히 후덥지근했다.

“크크크”

천장과 벽에 새까맣게 붙어있던 흡혈박쥐들은 낯선 인간의 침입에 놀랐는지 기괴한 소리를 내며 종유석 사이를 어지럽게 날아다녔다. 다행히 그것들은 지우와 유진을 탐색만 할 뿐 아직 공격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유심히 보니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는 박쥐들은 대부분 빛이 나는 작은 물체들을 하나씩 발에 쥐고 있었다. 그런데 밖으로 나가는 녀석들의 발에는 한결같이 그 물체가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동굴 안 쪽에 그 물체를 놓아두고 나왔다는 뜻이었다.

“아마 박쥐들이 다이아몬드를 안에다 숨겨두고 나오는 거겠죠?”

유진은 흥분한 목소리로 추측했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이라도 하겠다는 듯 잰걸음으로 지우를 앞질러 박쥐 떼를 좇아 안 쪽으로 들어섰다. 좀더 깊이 들어가자 동굴의 끝에 수백 마리의 박쥐들이 모여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징그럽게도 많이 모여있군.”

유진의 말소리에 놀랐는지 박쥐 떼가 갑자기 요란하게 날갯짓하며 일제히 공중으로 솟구쳤다.

그 바람에 박쥐들이 깔고 앉았던 땅바닥이 훤히 드러났다.

그곳는에 온갖 크기의 다이아몬드들이 다양한 광채를 강렬하게 내뿜으며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오, 다이아몬드다!”

그것을 발견한 유진의 입에서 저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 설마 설마 했는데 당신 말이 진짜였어!”

기쁨에 겨워 환호성을 지른 유진은 지우에게 엄지 척을 날렸다. 그리고 그가 다이아몬드 쪽으로 성큼 다가서려고 하자 지금까지 경계만 하던 흡혈박쥐들이 갑자기 하강하더니 일제히 그를 공격했다.

“이것들이!”

깜짝 놀란 유진은 황급히 몰려드는 박쥐들을 향해 과도를 사납게 마구 휘둘렀다.

“꺅!”

그의 과도에 맞아 흡혈박쥐 한 마리가 기이한 소리를 내지르며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러나 유진이 의기양양하게 다시 과도를 휘두르는 사이 사방에서 다른 흡혈박쥐들이 벌 떼처럼 그에게 덤벼들었다.

“으악!”

짧은 과도는 더 이상 소용이 없었다. 흡혈박쥐의 날카로운 이빨이 유진의 몸을 마구 물어뜯었다. 흡혈박쥐들은 급기야 지우도 공격했다. 결국 생명의 위협을 느낀 두 사람은 정신없이 동굴 입구로 도망치고 말았다.

그들은 겨우 동굴 밖으로 겨우 빠져나왔다. 하지만 피에 굶주린 흡혈박쥐 떼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유진과 지우는 죽기 살기로 박쥐 동굴에서 아주 멀리 도망쳤다. 그제야 흡혈박쥐들은 공격을 멈추고 제 소굴로 되돌아갔다.

“휴, 하마터면 죽을 뻔 했네.”

유진이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우도 이마에 흐른 진땀을 닦아내며 대꾸했다.

“그나마 오늘은 운 좋게 탈출한 거예요.”

“그래요? 그런데 흡혈박쥐가 원래 우리나라에도 있었나요?”

“아니요. 원래 흡혈박쥐는 중남미에서 서식했었는데 요즘 무슨 까닭인지 갑자기 팔달산에도 출몰했어요.”

지우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듯 표정으로 설명했다. 그것을 심각하게 듣고 있던 유진이 갑자기 매우 들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쨌든 난 평생 그렇게 많은 다이아몬드를 본 적이 없어요. 그것들을 눈앞에 두고 도망쳐 나오다니……정말 아까워!”

“나도 그 정도로 많을 줄은 미처 몰랐어요.”

“그런데 지우 씨는 흡혈박쥐들이 다이아몬드를 훔쳐다가 그곳에 숨겨두는 것을 어떻게 알았죠?”

“취미 삼아 박쥐들의 습성을 연구하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그럼, 흡혈박쥐들을 쫓아낼 좋은 방법도 알고 있겠네?”

유진은 기대에 찬 시선을 지우에게 던졌다. 그녀는 다행스럽게도 고개를 끄덕이었다.

“물론이죠. 날 따라와요.”

말을 마친 지우는 다시 앞장서 박쥐 동굴로 향했다. 동굴 앞에 다다른 지우는 조심스럽게 박쥐들의 움직임을 예리하게 살피더니 갑자기 오른손 손가락을 입에 대고 휘파람을 길게 불었다.

“휘익!”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잠시 후 느닷없이 정체불명의 부엉이 떼가 동굴 앞으로 날아들었다.

커다란 덩치를 가진 부엉이들은 지우가 특별한 지시도 내리지 않았는데도 흡혈박쥐의 냄새를 맡은 듯 곧장 동굴 속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부엉이들은 흡혈박쥐를 발견하더니 다짜고짜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으로 그것들을 사정없이 공격했다. 그들의 무자비한 공격으로 흡혈박쥐들은 가죽이 찢긴 채 괴성을 내지르며 죽어갔다.

“찌찍!”

마침내 겨우 살아남은 흡혈박쥐들은 서글픈 울음을 남기고는 모두 동굴 밖으로 줄행랑치고 말았다. 부엉이 떼도 흡혈박쥐들을 쫓아 동굴 밖으로 우르르 몰려 나갔다.

“야호,”

이윽고 동굴이 텅 비자 유진은 환호성을 지르며 박쥐들이 다이아몬드를 가득 숨겨두었던 곳으로 단숨에 뛰어 들어갔다.

“앗! 이런,”

그런데 동굴 끝에 도착한 유진은 탄식하고 말았다. 그곳에 다이아몬드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시커먼 박쥐 똥만 즐비할 뿐 텅 빈 땅바닥을 보고는 유진은 망연자실했다.

“아, 안 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패닉 상태에 빠진 그는 미친 듯이 동굴 여기저기를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 하지만 동굴 그 어디에서도 다이아몬드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 많던 다이아몬드가 다 어디로 다 사라진 거야?”

마침내 맥이 풀린 듯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유진은 절망감에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지우 역시 낭패한 눈빛으로 텅 빈 동굴 안을 다시 둘러보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박쥐들이 다이아몬드를 다른 곳으로 옮긴 것 같아요.”

“아, 이제 난 망했어. 이제 어떻게 하지?”

유진은 마치 자기의 다이아몬드를 도난당한 듯 한숨 섞인 절규를 토해냈다.

그런 유진의 모습을 보고 지우는 그의 관심이 다시 사당으로 향할까 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사당의 신물(神物)을 보호하기 위해서 유진의 관심을 겨우 박쥐 동굴의 다이아몬드 쪽으로 돌려놓았는데 모든 것이 수포가 되고 만 것이다. 그렇다고 유진처럼 마냥 한숨만 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하긴요? 흡혈박쥐들이 다이아몬드를 옮겨놓은 새 거처를 찾아내야죠.”

“그것을 어떻게 찾아내? 놈들이 아주 은밀하게 숨겼을 텐데……”

유진은 깊은 한숨을 내리쉬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지우에게서 다시 실낱같은 희망을 기대하는 듯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내 생각에 흡혈박쥐들은 이제 다이아몬드를 숨긴 새 거처에서만 지낼 거예요.”

“젠장, 대체 그곳이 어디냐고?”

땅이 꺼지라 한숨을 내쉬는 유진의 얼굴에 절망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박쥐 중에는 틀림없이 이 상황을 모르는 놈도 있을 거예요. 평소처럼 이 동굴 속으로 돌아온 박쥐는 동굴이 텅 빈 것을 알고는 곧장 그들의 무리를 찾아가겠죠? 그때 우리가 그놈을 쫓아가면 새 거처를 찾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거예요.”

자칭 박쥐 생태의 전문가인 지우의 설명은 그럴듯했다. 거의 울상이었던 유진의 얼굴빛이 비로소 조금씩 밝아졌다.

“그러니까 당신 말은 이 동굴에 남아서 낙오자를 기다려서 그놈을 미행하자는 말이군.”

“빙고, 지금으로서는 그게 최상이에요.”

“좋아, 그렇게 하지.”

다시 기운이 나는 듯 유진의 눈이 반짝 빛났다.

“며칠만 고생하면 당신은 박쥐들의 새로운 거처를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지우 당신은?”

“난 그만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갈래요.”

예상치 않은 지우의 선언에 유진의 두 눈이 다이아몬드를 모두 차지할 욕심으로 번쩍 빛났다. 그리고 지우의 진심을 확인하겠다는 듯이 그녀의 투명한 눈을 뚫어지게 쏘아본다.

“정말이요?”

“네. 사실 난 처음부터 다이아몬드에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이제 다이아몬드를 찾으면 당신이 다 가져요.”

지우도 자기 말이 진심이라는 듯 유진의 시선을 똑바로 주시하며 담담하게 속내를 털어놨다.

“정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나중에 딴소리하지 않기요.”

유진은 다이아몬드를 다 독차지할 수 있다는 큰 욕심에 떠나겠다는 지우를 굳이 붙잡지 않았다.

“그건 걱정하지 말아요.”

지우는 그 말을 남기고는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듯 얼른 박쥐 동굴을 빠져나갔다.

“우후!”

유진은 양손을 번쩍 들고 만세를 불렀다. 그런 유진을 등지고 동굴을 서둘러 빠져나오는 지우의 입가에 야릇한 미소가 어렸다.

(이제야 겨우 저 사람을 저 박쥐 동굴 속에 완전히 붙잡아 두었군)

한편, 텅 빈 동굴 속에 덩그러니 혼자 남은 유진은 낙오된 흡혈박쥐가 동굴로 돌아오기만 눈이 빠지게 기다렸다. 그러나 땅거미가 지고 동굴 밖이 본격적으로 어두워졌지만, 박쥐는 한 마리도 동굴로 날아오지 않았다.

유진은 차츰 초조해졌다. 그리고 점점 허기가 져서 다이아몬드고 뭐고 당장이라도 간이매점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이 동굴을 떠난 후에 혹시라도 낙오된 박쥐가 날아올까 봐 함부로 자리를 뜰 수도 없었다.

“끙, 조금만 버티면 억만장자가 되는데 이 정도 고통쯤이야 참아내야지.”

그는 독하게 마음을 다져 먹고 지루함과 배고픔을 이겨나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

어느 순간 까무룩 잠이 들었던 유진은 누군가 자기 목을 강하게 누르는 압박감에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눈앞에 드라큘라같이 붉은 눈을 가진 웬 남자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앗, 누, 누구야!”

소스라치게 놀란 유진이 벌떡 일어나려고 했으나 그 남자가 이미 그의 배를 깔고 앉아 있는 바람에 그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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