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살기 위해서 죄짓는 것은 죄가 아니다.
“난 대마령이다. 넌 누구인데 왜 우리 동굴에 자빠져 있는 거냐?”
검은색 망토를 걸친 대마령은 가시처럼 날카로운 손가락으로 그의 목을 옥죄며 무섭게 추궁했다.
“악! 살려주세요! 난 그저 내 다이아몬드를 찾으러 온 것뿐이요!”
“네 다이아몬드를 찾으러 왔다고?”
대마령은 무슨 개똥 같은 소리냐는 듯 징그러운 눈썹을 꿈틀거렸다.
“네. 다 말할 테니 제발 이 목 좀,”
유진이 캑캑거리며 숨넘어가는 소리를 하자 대마령은 슬그머니 손아귀에서 힘을 뺐다.
“네 이놈, 만약 헛소리했다가는 그대로 지옥으로 갈 줄 알아!”
대마령이 검지 손가락으로 유진의 목덜미를 아프게 누르며 위협했다.
“네. 저는 내 다이아몬드를 통째로 훔쳐 간 어떤 박쥐 새끼를 쫓다가 여기까지 쫓아온 거라고요.”
바짝 겁먹은 유진이 구구한 변명을 하자 대마령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오라, 아까 동굴에서 소란을 피웠다는 도둑놈 새끼가 바로 너였군.”
“난 도둑이 아닙니다!”
유진이 항변을 했지만, 대마령은 짐짓 모르는 체하고 더욱 인상을 무섭게 했다.
“그런데 대체 네놈이 이 동굴은 어떻게 찾아낸 거냐?”
“그건……우연히 발견한 겁니다.”
유진은 박쥐 동굴을 알려 준 지우를 팔아넘기기가 싫은지 일단은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영악한 대마령은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우리가 완벽하게 위장했던 동굴을 너 따위 인간이 혼자서 찾았을 리 없어. 분명 누가 도와줬겠지. 그게 누구냐? 빨리 말해!”
대마령은 으르렁대고는 잠시 힘을 뺐던 날카로운 그의 손톱으로 다시 유진의 목덜미를 힘주어 깊이 눌렀다.
“악! 그만, 말할게요!”
유진은 고통에 못 이겨 비명을 지르고 항복했다. 대마령은 즉시 목을 누르던 동작을 멈추었다. 그의 목덜미에 난 생채기에서 붉은 피가 주르르 흘러나왔다.
“그게 누구냐? 네 모가지를 완전히 뜯어내기 전에 빨리 말해!”
“지, 지우가 알려주었소!”
“지우?”
지우를 잘 모르는 듯 대마령은 두 눈을 또르르 굴렸다.
“팔달산에 있는 간이매점 주인 딸이요!”
유진이 답답하다는 듯이 내뱉자, 대마령은 그제야 생각이 난 듯했다.
“아, 그 계집애! 그런데 그 여자아이가 우리 아지트를 어떻게 알았지?”
대마령은 고개를 갸웃했다. 유진은 불똥이 다시 자기에게 튈까 봐 두려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내뱉었다.
“그 여자가 취미로 박쥐들의 습성을 연구하다가 우연히 이 동굴을 발견했답니다.”
“그 여자가 우리 박쥐들을 연구한다고? 왜? 너는 그 이유를 알지?”
유진의 말을 곱씹던 대마령은 엉뚱하게도 그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던졌다.
“그, 그건 나도 모르죠.”
대마령의 손에 죽을까 봐 유진은 벌벌 떨었다.
“몰라?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그년에 대해서 다 털어놔!”
대마령은 위협과 동시에 다시 그의 날카로운 손톱으로 유진의 가냘픈 목을 확 움켜쥐었다.
“악! 잠깐요, 만난 지 얼마 안 되어서 정말 아는 게 없어요!”
“그렇다면 네가 죽어야지.”
대마령은 이번에는 진짜 유진의 숨통을 확 끊어낼 기세였다. 당장 죽을 위기에 처하자, 유진은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지우에게 부모가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들은 매점에 있는 사당에 들락거렸어요.”
“사당? 그 간이매점에 사당이 있다고?”
예상치 않았다는 듯 대마령의 두 눈이 번개처럼 번쩍 빛났다. 뭔가 생각한 듯 대마령은 유진의 목에서 양손을 뗐다. 거의 황천길까지 갔었던 유진은 안도하고 자진해서 사당에 대해서 더욱 자세하게 실토했다.
“네. 그들은 특이하게도 매점 뒷곁에 있는 절벽을 파내고 안에 사당을 지어놨던데요.”
“절벽 안에 사당을 만들었다 이거지?”
“네.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유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대마령은 다시 그의 멱살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더 자세히 털어놔!”
“사당은 뒷마당에 있었는데 그 사당에 지우의 부모가 다이아몬드를 갖다 놓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대마령의 관심이 사당으로 급격하게 쏠리는 것을 눈치챈 유진은 굳이 털어놓지도 않아도 될 것을 다 실토하고 말았다. 일단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역시 그의 기대 대로 대마령의 두 눈에 기쁨의 빛이 가득 찼다.
“다이아몬드를 사당에 보관한다는 말이냐?”
“네.”
“오, 그래? 너는 그 안에 들어가 보았느냐?”
유진을 쏘아보며 추궁하는 대마령의 눈에 주체 못 할 짙은 흥분과 광기가 터져 나왔다.
“죄송합니다만 그럴 틈이 없어서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유진은 자신의 미흡한 대답이 대마령의 분노를 다시 불러일으킬까 봐 두려워하며 대답했다.
“사실이렷다!”
대마령의 차가운 눈빛으로 그에게 추궁했다.
“사, 사실입니다.”
유진은 주눅이 든 목소리로 답했다. 대마령은 매와 같은 눈으로 유진을 훑어보더니 그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러고는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혼자 중얼거렸다.
“다이아몬드를 보관하는 사당이라……그럼 제국의 신물(神物)도 거기에 있을 가능성이 큰데……”
(제국의 신물(神物)?)
유진의 궁금증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것처럼 대마령은 그를 돌아보며 기분 좋은 듯이 지껄였다.
“우리 무명(無明) 제국의 건국을 방해하는 장애물이지. 그런데 교활한 적호왕이 그런 허름한 곳에 신물(神物)을 숨겨놓았을 줄은 미처 몰랐어.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그것을 찾아 헤맸었는데……어쨌든 잘 되었어!”
잠깐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들의 힘들었던 세월을 회상하던 대마령은 금방 돌변하여 땅바닥을 발로 꽝꽝 내리찍으며 환호했다.
“그런데 여우 같은 지우 그년이 신물(神物)의 존재가 저놈에게 들킬 지경이 되자 녀석의 시선을 우리 쪽으로 슬쩍 돌려놓았군. 나쁜 년!”
대마령은 혼자 중얼거리다가 새삼 분통이 터지는지 다시 이를 갈며 치를 떨었다.
“지우 네년이 그렇게 비열하게 나온다면 나도 똑같이 갚아 주어야겠군!”
이를 부드득 갈며 혼잣말을 내뱉던 대마령은 갑자기 유진을 우악스럽게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겁에 질린 유진에게 한결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봐, 너는 네가 잃어버린 다이아몬드를 찾으러 이 동굴에 온 모양인데 번지수가 완전히 틀렸어.”
“그게 무슨 말씀인지?”
유진은 붉게 빛나는 대마령의 눈빛을 애써 피하며 반문했다. 그러자 대마령은 더욱 진지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너는 멍청하게도 지우 그년에게 속아 엉뚱한 곳으로 끌려온 거야. 진짜 엄청난 다이아몬드는 그년의 사당에 있는데 말이다! 흐흐,”
“엄청난 다이아몬드가 사당에 있다고요?”
뜻밖의 사실에 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대마령의 두 눈을 겁 없이 정면으로 쳐다보았다.
“그래. 그년은 이 세상에서 제일 큰 다이아몬드를 절벽 속에 있는 그 사당에 숨겨두고 있을 거야!”
“정말입니까?”
“영악한 지우는 그것을 너한테 들킬까 봐 너의 관심을 우리 박쥐 동굴로 돌린 거야. 이 멍청한 자식아,”
“맙소사,”
“결국 교활한 지우가 너를 갖고 논 셈이지. 후후,”
대마령은 유진의 자존심을 박박 긁어놓고는 알아서 하라는 듯이 유진의 멱살을 슬쩍 풀어주었다. 대마령의 친절한 설명에 유진은 새삼 화가 치미는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날 속이다니, 지우를 가만 놔두지 않겠어.”
유진이 배신감에 치를 떨자, 대마령은 한층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의 욕심에 불을 댕겼다.
“자, 이제 가서 그 다이아몬드를 네가 가져. 주인이 뭐 따로 있나? 먼저 챙기는 놈이 임자 아니겠느냐? 흐흐,”
“저를 살려 주시는 겁니까?”
“암. 그리고 그것을 차지하면 보너스로 내가 그동안 수집했던 우리의 모든 다이아몬드를 너에게 몽땅 주겠다.”
“정말입니까?”
생각하지도 못한 파격적인 제안에 유진의 눈이 홱 돌아갔다.
“이놈아, 우리는 본능적으로 다이아몬드 보기를 원수처럼 대한다. 그 망할 놈의 빛은 우리의 무명(無明) 제국에 암적인 존재이거든. 자, 어쨌든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한다.”
대마령의 확약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진은 이미 몸을 돌려 어두운 동굴 밖으로 뛰쳐나가고 있었다. 분노와 욕망과 휩싸여 사당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 나가는 유진의 뒷모습을 보고 대마령은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 저놈의 눈깔이 확 뒤집히는 것을 보니 우리들의 무명(無明) 제국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건국될 것 같군.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