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華城)에서 슈퍼 다이아몬드 캐는 법1

15화:5,000캐럿의 거대한 다이아몬드

by 김정걸


그사이 유진이 간이매점으로 부리나케 다시 돌아왔을 때 집안은 쥐 죽은 듯이 괴괴했다.

“……!”

걷잡을 수 없이 솟구치는 새로운 욕망에 이끌려 미친 듯 사당으로 돌진하던 유진은 지우 오빠들이 사당 앞마당에서 이리저리 배회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멈칫했다. 잡히면 골로 간다는 위기감에 그는 재빨리 근처에 있는 덤불 속에 몸을 숨겼다.

지우 오빠들은 자정 무렵이 되어서야 자기들 방으로 돌아갔다. 유진은 숨어있던 덤불 속에서 조심스럽게 기어 나왔다. 장시간 땅바닥에 엎드려 있던 탓에 몸이 뻣뻣해졌다.

“억만장자가 되기 정말 힘들군.”

혼자 중얼거린 유진은 주위를 살핀 후 사당이 있는 뒷마당으로 곧장 달려갔다. 낮은 담장에 걸쳐있는 청사초롱이 그를 맞이해 주었다.

사당 문 앞에 다다른 그는 잠시 안의 동정을 살폈다. 다행히 사당 안에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이윽고 그는 도둑고양이처럼 사당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강렬한 빛이 안에서 폭사되었다. 그 빛은 사당 한가운데에 마련된 1미터 높이의 갈색 단상 위에서 방출되고 있었다.

“......?”

호기심이 고조된 유진이 급히 그곳으로 가 보니 단상 위에는 우윳빛 대리석으로 정교하게 만든 화성(華城)의 미니어처(miniature)가 웅장하게 펼쳐져 있었다. 그 화성(華城)의 한가운데에 서장대(西將臺)가 우뚝 솟아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위에 갓난아이의 머리통만 한 다이아몬드 하나가 박혀 있었다.

“슈퍼(super) 다이아몬드! 맙소사!”

다이아몬드를 보는 순간 유진의 입에서는 ‘슈퍼’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그 크기 때문이었는지 무채색이던 슈퍼 다이아몬드가 내뿜고 있는 강렬한 빛은 촛불 하나 없는 사당 안을 수십 개의 횃불을 켜 놓은 것처럼 휘황찬란하게 밝히고 있었다.

물론 화성(華城)의 성곽에도 아몬드 크기의 작은 다이아몬드들이 각각의 빛을 뽐내며 일정한 간격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감히 슈퍼 다이아몬드의 상대가 안 되었다.

“이건 아마 지상 최대의 다이아몬드일 거야! 고마워, 대마령!”

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대마령에게 깊은 감사의 말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슈퍼 다이아몬드의 위용과 광채에 홀린 듯이 서서히 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마치 절대자를 찬양하듯 경건하게 무릎을 꿇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자기 얼굴을 가까이 댔다. 그 순간 슈퍼 다이아몬드를 감싸고 있는 신비한 광채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파르르 요동을 쳤다.

“……!”

그 순간 유진은 홀린 듯이 슈퍼 다이아몬드의 상단을 움켜쥐었다.

“크루릉!”

다이아몬드 안에서 맹수의 포효 소리가 날카롭게 들려왔다. 마치 깊은 잠을 방해받고 깨어난 맹수가 내지르는 분노의 소리 같았다.

“앗!”

유진은 불에 댄 것처럼 깜짝 놀라며 얼른 손을 떼었다. 그때 누군가 사당 안으로 쓱 들어섰다. 유진은 지우 오빠들인가 싶어 지레 식겁한 표정으로 돌아보니 지우였다. 그녀 또한 슈퍼 다이아몬드 앞에 앉아 있는 유진을 발견하고는 몹시 놀란 모양이었다.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죠?”

“흥, 내가 당신 말에 속아 바보처럼 박쥐 동굴 속에만 처박혀 있을 줄 알았어?”

유진이 일어나 비아냥거리듯 내뱉었다. 지우도 아무런 해명 없이 정색한 얼굴로 대뜸 명령조로 말했다.

“여기서 나가요! 빨리!”

하지만 유진은 어림없다는 듯 씩 웃었다.

“이런 대단한 물건을 사당에 숨겨두어서 나를 박쥐 동굴로 따돌린 거요?”

“저건 모조품이에요!”

지우는 별것 아니라는 듯 딱 잘라 시치미를 뗐다. 유진은 콧방귀를 뀌었다.

“흥, 나를 바보로 알아? 모조품을 사당에 이렇게 은밀하게 숨겨두었을 리 없지. 안 그래?”

“……!”

말문이 막힌 지우가 얼른 대꾸를 못 했다. 유진은 씩 웃고는 슈퍼 다이아몬드의 주변을 천천히 돌면서 자신의 감을 확신하는 듯 고개를 연신 끄덕이었다.

“이 슈퍼 다이아몬드의 광채만 봐도 이건 진짜가 틀림없어.”

“이것은 진공 상태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값싼 인조 다이아몬드이에요. 큐빅이라고요! 진품이 아니에요!”

지우는 유진의 관심을 감소시키려는 듯 인조라는 부분에 또박또박 힘을 주었다.

“과연 그럴까? 후후,”

유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웃었다. 지우는 그것이 못 마땅한지 미간을 찌푸렸다.

“어쨌든 그건 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에요. 그만 빨리 나가요!”

그녀의 재촉에도 유진은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슈퍼 다이아몬드 주변을 계속 어슬렁거렸다. 사당을 나갈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대체 이놈은 몇 캐럿이 될까?”

급기야 유진이 다이아몬드의 크기에 관심을 두자 지우는 매우 무례하다는 듯 발끈했다.

“모조품이 몇 캐럿이 되든 그게 당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모조품? 끝까지 오리발이군. 대마령이란 자가 사당에 신물(神物)이 숨겨져 있다고 했어. 그런 신물(神物)이 모조품일 리가 없지. 후후,”

유진이 '신물'(神物)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자 지우의 얼굴이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대마령 그놈이 결국……”

지우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눈치 빠른 유진이 그 모습을 보고는 더욱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저 슈퍼 다이아몬드는 진짜군. 후후,”

유진은 히죽 웃었다. 지우는 반대로 긴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해요. 하지만 나도 우리 화성(華城) 제국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한 거예요.”

“화성(華城) 제국을 지킨다고?”

유진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묻자 지우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네. 저 신물(神物)은 우리 화성(華城) 제국의 모든 중생에게 빛을 주는 존재예요. 단순한 다이아몬드가 아니라는 말이죠.”

“화성(華城) 제국? 처음 듣는데……그건 어느 나라의 이름이요?”

유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화성(華城) 제국은 우리의 시조(始祖) 적호왕이 팔달산에 세우신 빛의 제국입니다. 그래서 빛난다는 뜻을 가진 화(華) 자(字)를 화성(華城)에 쓴 것입니다.”

지우가 나름 설명을 했지만, 화성(華城) 제국은 유진에게 매우 생소했다.

하지만 그는 곧 자신의 무식은 자기가 학창 시절에 역사 공부를 게을리했던 탓이라고 돌리고 다시 물었다.

“적호왕은 또 누구지? 내가 원래 역사에는 좀 젬병이라……”

적호왕의 존재 또한 매우 낯설었던 유진은 매우 궁금하다는 듯 지우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당신……정말 역사 시간에 잠만 잤군요.”

“아무리 그렇다, 치더라도 당신이 말한 왕의 이름은 매우 생소해.”

“그건 당신의 무지 탓이고 어쨌든 제석천(帝釋天)이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과 사바(娑婆) 세계 쟁탈전을 벌일 때 적호왕께서 제석천을 도와 전쟁에서 공을 세우셨어요. 그 대가로 제석천(帝釋天)에게 하사 받으신 상이 바로 화성(華城) 제국의 신물(神物)이에요.”

지우는 연속적으로 등장하는 낯선 인물들이 누구인지는 굳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대충 넘어갔다. 유진도 사실 그의 관심은 당장 눈앞에 있는 다이아몬드에 있었기에 그들에 대해서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

“흠, 일종의 건국 신화(神話)군.”

“신화가 아니라니까요! 역사라고요!”

“알았소. 그렇다 칩시다.”

“끙, 어쨌든 제사장인 내가 그것을 맡아서 수호하고 있는 거예요.”

“당신이 제사장이라고?”

유진은 새삼스럽다는 듯이 지우의 행색을 다시 훑어보며 되물었다.

“네. 오랜 세월 동안 슈퍼 다이아몬드를 지켜왔죠.”

“흠,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얘기뿐이군.”

유진은 종횡무진하는 지우의 얘기를 통 이해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곧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듯 그는 슈퍼 다이아몬드 쪽으로 뜨겁게 타오르는 욕망의 시선을 돌렸다.

“어쨌든 적호왕이라는 자는 능력이 참 대단한 사람이군. 저런 대단한 명품을 구하시다니……”

욕망이 엄청난 부러움으로 변해 가는 유진의 시선은 슈퍼 다이아몬드에서 좀처럼 떨어질 줄 몰랐다. 심지어 그는 군침마저 꿀꺽 삼켰다.

“딱 봐도 5,000캐럿 이상은 되어 보이는데. 팔면 어마어마한 돈을 벌겠어.”

유진은 자신이 마치 보석 감정가나 된 것처럼 슈퍼 다이아몬드를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눈빛이 점점 이상하게 변하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는 지우의 얼굴에 걱정스러운 빛이 더욱 짙어졌다.

“그 정도는 아니에요.”

“모르는 소리. 이 정도 크기면 천문학적인 돈을 받고 팔 수 있을 거야. 희소성 때문이지. 아마 전 세계에 이 정도 크기의 다이아몬드는 없을 테니까. ”

이글거리는 유진의 눈빛이 지우에게 쏟아지자, 그녀는 그를 정면으로 쏘아보며 쐐기를 박듯이 힘주어 말했다.

“이건 절대 팔 수 없는 신물(神物)이에요.”

경고를 하는 듯 그녀의 눈에서 불꽃이 일었다. 그녀의 시선에 겁먹은 유진이 슈퍼 다이아몬드의 주위에 배열된 작은 다이아몬드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것들은 신물(神物)을 위한 장식품 같은데 팔 수 있는 거죠?”

“아니오. 저것들도 슈퍼 다이아몬드를 수호하기 때문에 거래가 될 수 없어요.”

지우가 딱 잘라 말하자 유진은 씩 웃으며 대꾸했다.

“저것들은 왠지 매우 낯이 익어. 당신네 적호왕이 남긴 것이 아닌 것 같은데……갑자기 출처가 매우 궁금해지는데.”

유진은 마치 그 다이아몬드들의 출처를 이미 알고 있다는 듯한 눈빛으로 지우를 쏘아보았다.

“……!”

그것들은 자기 엄마가 오빠로부터 압수해 온 것이라는 것을 잘 아는 지우는 몹시 곤혹스러운 듯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러자 유진은 지우를 안심시키듯이 어색하게 웃었다.

“하긴 지금 그까짓 출처가 뭐가 중요하겠소?”

“……?”

“아, 그런데 나도 저런 콩알만 한 다이아몬드 하나만 있어도 내 인생 금방 대박 날 텐데.”

유진은 대놓고 작은 다이아몬드를 달라고 하고서는 슬쩍 지우의 눈치를 살폈다.

욕심이 가득한 유진의 시선을 마주한 지우는 더욱 불안해졌다.

(저 사람이 저 작은 다이아몬드만 탐내면 그나마 다행인데……)

하지만 유진의 시선은 말과는 달리 여전히 슈퍼 다이아몬드에 꽂혀 있었다.

(역시. 휴, 어쩌면 좋아? 신물(神物)을 어떻게 지켜내지?)

지우가 속으로 온갖 걱정을 하면서 대책을 궁리하고 있을 때 유진도 더 이상 굳이 그의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래도 이 아름다운 슈퍼 다이아몬드에 더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군.”

툭 내뱉은 유진의 말이 지우의 뇌에서 폭탄처럼 요란하게 터졌다.

(정말 큰일 났군. 어쩐다? 아!)

그 순간 지우의 뇌리에 슈퍼 다이아몬드를 도둑으로부터 지킬 하늘도 깜짝 놀랄만한 기막힌 계략이 전광석화처럼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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