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다이아몬드에 눈이 멀어 함정에 빠지다.
그것을 들킬까 봐 지우는 슈퍼 다이아몬드 앞에서 황홀경에 빠져 있는 유진을 향해 방긋 웃었다. 그러다가 지우는 문득 생각난 듯이 물었다.
“유진 씨, 혹시 슈퍼 다이아몬드를 손으로 만졌어요?”
“빛이 너무 아름다워서 나도 모르게 그만 만지고 말았소.”
유진은 여전히 슈퍼 다이아몬드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대꾸했다. 그의 대답에 지우는 깜짝 놀란 척했다.
“아, 어떡하지? 당신도 결국 다이아몬드를 잉태하게 되었어요.”
“다이아몬드를 잉태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요?”
그제야 유진은 어안이 벙벙한 시선을 지우에게 돌렸다.
“그게……”
지우는 일부러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곧 결심했다는 듯 심호흡을 내뱉더니 슈퍼 다이아몬드의 주변에 있는 작은 다이아몬드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다름 아니라 조만간 유진 씨의 몸속에도 저런 작은 다이아몬드가 생길 거라는 뜻이에요.”
“뭐, 내 몸속에 다이아몬드가 생긴다고요?”
유진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느냐는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네. 유진 씨의 몸이 진짜 다이아몬드를 생산해 낸다는 소리죠.”
지우는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자신 있게 말했다. 하지만 유진은 곧바로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내 몸이 다이아몬드를 생산한다고? 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아요!”
“사실입니다.”
지우는 매우 진지하게 주장했다.
“그 말은 내가 여자들이 아이를 낳는 것처럼 다이아몬드를 낳는다는 말이요?”
“네. 그래요.”
“지금 그것을 나 보고 믿으라고? 날 바보로 압니까?”
유진은 발끈 화를 냈다.
“정말이라니까요!”
지우의 목소리는 더욱 단호해졌다.
“말도 안 돼!”
“조금 전에 유진 씨가 우리 슈퍼 다이아몬드를 손으로 만졌기 때문에 그 기적이 가능해졌어요.”
“대체 나를 어떻게 보고 그런 헛소리를 하는 거요?”
유진은 지우가 자신을 어린아이처럼 여기며 얼렁뚱땅 속이려고 한다고 여긴 탓인지 매우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지우는 더욱더 진지한 얼굴로 설명을 이어갔다.
“헛소리라니요? 저 슈퍼 다이아몬드는 인간의 몸속에 다이아몬드를 잉태시키는 신비한 마력(魔力)을 가지고 있어요.”
“마력(魔力)을 가지고 있다고요?”
“네.”
단 한마디의 대답이었지만 지우의 확신 있는 태도는 유진의 마음에 큰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믿을 수 없어!”
“믿든 말든 그건 사실입니다.”
“그것은 저 슈퍼 다이아몬드를 신비롭게 만들기 위해서 지어낸 신화 같은데.”
“그렇게 믿고 싶지 않으면 그럼 그냥 차라리 속 편하게 사리(舍利)라고 생각하세요.”
“사리?”
“고승(高僧)들의 몸속에서 사리(舍利)가 생겨났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죠?”
“네.”
“물론 재질은 그것과는 완전히 다르죠.”
“그래도 저런 다이아몬드가 인간의 몸속에서 생겨난다는 말은 난생처음 들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지우가 들고 나온 고승의 사리(舍利)는 한사코 부정하던 유진의 마음을 솔깃하게 만들었다.
사리(舍利)도 결국 인간의 몸에서 나온 유리구슬이 아니던가. 그런 것을 생각한다면 다이아몬드 성분이 인간의 몸에서 생기는 것이 절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단지 그 방법을 여태껏 몰랐을 뿐인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자기 몸에서도 다이아몬드가 생기면 좋겠다는 마음이 우습게도 슬그머니 고개를 쳐들었다.
“저 슈퍼 다이아몬드가 정말 그런 마력(魔力)을 갖고 있다는 거죠?”
유진은 지우 오빠들이 며칠 전 중년 남자의 뼛가루에서 푸른빛 다이아몬드를 꺼내던 장면을 떠올리며 살짝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네.”
“당장이라도 그것을 꺼내볼 수 있다면 지우 당신 말을 믿지.”
유진은 반신반의하는 시선으로 지우를 쏘아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안하지만 지금 당장은 보여 줄 수가 없어요.”
“그럼 그렇지.”
유진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반응을 보이면서도 살짝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을 눈치챈 지우는 실망하지 말라는 듯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일주일만 기다리면 당신도 자기 몸에 생긴 다이아몬드를 구경할 수가 있어요.”
지우의 이어진 설명에 꺼져 가던 유진의 눈빛이 홀연히 되살아났다.
“일주일? 그건 왜 그런 거요?”
유진이 다시 관심을 보이자, 지우의 눈빛도 빛났다.
“그것은 당신 몸속에 생긴 다이아몬드를 절대(絶對) 어둠 속에서 잠시 숙성할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숙성? 그건 또 무슨 말이요?”
유진의 질문에 지우는 이미 그의 마음을 낚아챈 것을 확신하고는 여유롭게 웃으며 설명했다.
“다이아몬드는 절대 어둠 속에서 암흑과 투쟁해서 살아나야 합니다. 그 과정을 통하여 진정한 다이아몬드로 재탄생하는 것이죠.”
“쳇. 모든 것이 투쟁이야.”
“천연산 다이아몬드가 120km 이상의 땅속에서 고도의 압력과 온도를 견디어내고 탄생하듯이 말입니다.”
지우는 설명을 다 한 듯 투명한 시선으로 유진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유리알 같이 빛나는 그녀의 눈동자가 부담스러운 유진은 시선을 슈퍼 다이아몬드 쪽으로 슬쩍 돌렸다.
“그럼, 그 절대 어둠이라는 것은 어디 있는 거요?”
“이제야 제 얘기를 믿는군요.”
지우의 입가에 만족한 미소가 살짝 번졌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 몸에 그런 이물질이 생겼다면 당장 빼버려야 하는 것 아니겠소?”
유진은 다이아몬드가 욕심나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는 듯 힘주어 변명했다.
“이제 좀 솔직해지시죠?”
“그냥 버리기가 아까우면 그냥 내가 챙길 수도 있는 거고.”
“어쨌든 좋아요. 날 따라오세요.”
말을 마친 지우는 유진을 데리고 사당에서 나와 간이매점에서 좀 떨어진 산기슭에 뚫려 있는 어느 작은 동굴로 갔다.
지우가 고개를 숙여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망설이던 유진도 뒤따라 들어섰다. 동굴은 신기하게도 안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넓어졌다. 한참을 앞서서 말없이 걸어가던 지우는 사각형 모양의 제단처럼 잘 다듬어진 어느 바위 앞에 우뚝 섰다.
그 바위에서 2~3미터 떨어진 곳에 한 사람 정도 드나들 수 있는 또 다른 작은 동굴이 시커먼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 동굴은 세상의 어둠을 모두 빨아들이고 있는 우주의 블랙홀 같았다.
“와, 저 동굴 무시무시한데.”
동굴 안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유진은 소용돌이치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갈까 봐 겁이 났는지 슬쩍 뒤로 물러섰다. 지우는 그런 유진을 바라보고 씩 웃더니 손으로 동굴을 가리켰다.
“저 동굴에 태양의 빛조차 삼켜버리는 절대 어둠이 있어요.”
“빛도 삼켜버린다고?”
“네. 그것이 유진 씨 몸속에 있는 다이아몬드를 완성시킬 거예요.
“내가 저 속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요?”
지우의 말뜻을 얼른 눈치챈 유진이 뜨악한 표정으로 지우를 돌아보았다.
“네.”
지우는 짤막하게 대답했다. 유진은 뭔가 찜찜한 듯 되물었다.
“혼자서?”
“네. 그것도 일주일 동안 동굴 속에 있어야 해요.”
“일주일씩이나? 혼자서?”
연거푸 되묻는 유진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네.”
“맙소사!”
유진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우는 겁먹은 그를 달래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곳은 보기보다는 아늑해요. 그리고 시간도 무척 빠르게 흐르기 때문에 일주일이라고 해도 대여섯 시간 정도 지난 것처럼 느껴져요.”
“그래도……”
유진은 시커먼 동굴 안쪽을 들여다보며 두려운 듯이 말끝을 흐렸다.
“겁나세요?”
“……”
살짝 자존심을 긁는 지우의 물음에도 유진이 침묵을 지키자, 그녀의 눈빛이 단호하게 변했다.
“그 침묵은 이쯤에서 다이아몬드를 그만 포기하겠다는 뜻?”
지우가 막판에 와서는 머뭇거리는 유진에게 결단을 촉구하듯이 되묻었다. 그러자 유진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는 듯이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그, 그건 아니요!”
“그렇죠? 용기 없는 자는 미인을 얻지 못하듯 다이아몬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우는 유진을 격려라도 하듯 살짝 웃었다.
“좋아. 내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줄 수 있는 다이아몬드를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지. 자, 모험을 하자.”
유진은 심호흡하고는 절대 어둠이 소용돌이치고 있는 어두운 동굴로 발을 들여놓았다.
“스르르!”
그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동굴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괴이한 소리를 토해냈다.
“헉,”
유진은 각오하기는 했지만, 무섬증을 느꼈는지 무심결에 얼른 뛰쳐나오려 했다. 하지만 그는 뭔가에 부딪힌 듯 강하게 튕겨 나가고 말았다. 동굴 입구에 투명한 유리막이라도 생겨난 듯했다.
“어, 이거 왜 그래?”
깜짝 놀란 유진이 다시 달려들어 탈출을 시도했지만, 그는 번번이 튕겨 나갔다. 입구 너머로 희미하게 웃는 지우의 모습이 보였다. 그 순간 유진은 가슴이 철렁했다.
“아뿔싸! 속았구나!”
당혹스러움과 분노에 휩싸인 유진은 다시 온몸을 던져 미친 듯이 탈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동굴은 그것마저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순식간에 그를 완전히 삼켜버리고 말았다. 동굴 밖에서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던 지우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야 겨우 도둑을 잡았네.”
그녀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고는 동굴의 입구가 있던 자리에 혹시나 빈틈은 없는지 예리하게 살펴보았다. 온갖 요술을 다 부리는 손오공도 전혀 탈출할 수 없는 완벽한 감옥이었다.
지우는 안심하고 뒤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