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華城)에서 슈퍼 다이아몬드 캐는 법1

21화:4대 천왕보다 더 무서운 여자

by 김정걸


그런데 팔달산에 도착한 유진이 칼주를 데리고 간이매점을 찾기 위해서 팔달산을 두 번이나 돌았는데도 이상하게도 매점을 찾을 수 없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너 이 새끼, 지금 나를 갖고 노는 거지?”

결국 저녁 6시경 칼주는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잭나이프를 꺼내더니 유진의 목덜미에 밀착시키며 험상궂은 얼굴로 협박했다. 날카로운 칼날이 차갑게 목덜미에 닿자 유진은 기겁했다.

“아, 아닙니다! 뭔가 이상한데 이번은 틀림없습니다!”

“이번에도 허탕 치면 진짜로 죽여버린다!”

유진이 진땀을 흘리며 간절하게 사정하자 칼주는 한번 더 기회를 주겠다는 듯 칼을 거뒀다. 겨우 위기를 모면한 유진은 샛노래진 얼굴로 팔달산 오솔길을 다시 한번 돌았다. 그는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으며 산속을 이 잡듯이 뒤졌지만,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지우네 간이매점을 찾을 수 없었다. 자신의 기억에 이상이 생긴 것인지 그사이 지우네 간이매점이 다른 곳으로 옮겼는지 통 알 수가 없었다. 유진의 똥끝이 타들어 갔다. 칼주의 인내심도 점점 한계에 다다른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사색이 되어가던 유진의 얼굴빛이 갑자기 밝아졌다.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전방 10미터 앞에 지우 오빠들이 난데없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지우 오빠들?”

지옥에서 구세주를 만난 듯 유진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지우 오빠들도 금방 그를 알아보고는 우르르 한걸음에 달려와 유진과 칼주를 에워쌌다.

“형님들, 잘 지내셨었어요?”

유진이 반색하자 청랑이 달려들어 대뜸 그의 멱살을 잡고 마구 흔들었다.

“우리에게 수류탄을 던진 새끼가 뭐 잘 지냈냐고?”

“그때는 형님들이 나를 죽이려고 쫓아오는 바람에 나도 어쩔 수 없었어요!”

유진은 일단 지우 오빠들을 탓했다. 화가 난 흑랑이 주머니 속에서 메스를 꺼내어 그의 얼굴 앞에 들이댔다.

“어쨌든 너 잘 만났다! 거두절미하고 너 그 물건들 빨리 내놔!”

“무슨 물건요?”

유진은 시치미를 뗐다. 그러자 흑랑은 인상을 팍 썼다.

“네가 갖고 달아났던 우리 다이아몬드 말이야!”

흑랑의 다그침에 곁에서 그들의 대화를 유심히 듣고 있던 칼주의 눈이 번쩍 빛났다. 유진은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크게 외쳤다.

“아, 그 다이아몬드!”

“그래. 잘 갖고 있겠지?”

흑랑은 허튼소리를 하면 날카로운 메스로 유진의 얼굴을 확 그어버리겠다는 듯 그것을 그의 얼굴에 바짝 갖다 댔다. 유진은 겁먹은 척하고는 얼른 입을 열었다.

“물론 처음에는 잘 보관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유진은 칼주를 흘끔 훔쳐보더니 갑자기 입을 다물어 버렸다.

“대체 다이아몬드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빨리 말해!”

바짝 조바심이 난 흑랑이 다그치자 유진은 그의 분노를 더 부추기려는 듯 일부러 좀 뜸을 들였다.

“그게……”

“빨리 말 안 해!”

흑랑의 거친 고함과 함께 유진의 얼굴에 가늘고 붉은 생채기가 생겼다.

“아, 알았어요! 말할게요!”

유진은 협박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실토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손가락으로 칼주를 슬쩍 가리켰다.

“이 사람이 그 다이아몬드를 빼앗아 갔어.”

“뭐, 이놈이?”

유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흑랑은 칼주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 왜 그래?”

별안간 자신이 표적이 되자 뜨악한 칼주는 얼른 잭나이프로 흑랑을 위협했다.

“이 새끼가!”

그 순간 뒤에 서 있던 백랑이 칼주의 나이프를 재빨리 발로 차서 저만치 날려버렸다. 그러고는 번개처럼 달려들어 그의 양손을 뒤로 꺾어버렸다. 칼주가 비명을 지르자 흑랑은 메스를 칼주의 목덜미에 들이댔다.

“이 새끼! 우리 다이아몬드 당장 내놓지 않으면 네 모가지를 따버리겠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당황한 칼주가 반항하자 성격 급한 흑랑은 메스에 힘을 가했다. 메스의 예리한 칼날이 목덜미에 파고들면서 그의 목에서 붉은 핏물이 가늘게 흘러내렸다.

“으윽!”

“그러니까 빨리 다이아몬드를 내놔! 진짜 확 그어버리기 전에!”

그의 위협에 혼비백산한 칼주는 유진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야, 이 자식아, 너 지금 무슨 짓을 꾸미는 거야?”

유진은 칼주가 아주 무섭다는 듯 짐짓 몸을 부르르 떨더니 흑랑을 돌아보며 하소연했다.

“이 사람은 내 다이아몬드를 빼앗은 것도 모자라 지금 나를 협박해서 형님네 간이매점으로 쳐들어가는 중이었어요.”

“뭐라고! 그게 정말이야?”

“네. 보시다시피.”

유진이 애처로운 표정으로 대꾸했다. 흑랑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칼주를 쏘아보며 고함을 버럭 질렀다.

“형님, 내가 이 새끼의 목을 지금 따버리겠습니다!”

하지만 백랑이 고개를 저었다.

“야, 피 볼 것 없어! 내가 그냥 이놈의 목을 확 부러뜨려 버릴게.”

말을 마치기 무섭게 백랑은 즉시 근육질 팔뚝으로 칼주의 목을 힘껏 조였다.

“캑!”

삽시간에 얼굴이 하얗게 변한 칼주는 금방 죽을 것처럼 몸부림을 쳤다.

“타타타탕!”

그런데 갑자기 그들 뒤에서 난데없이 총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이건 또 뭐야?”

백랑이 화들짝 놀라 뒤돌아보니 그곳에 도짱이 그의 부하들과 함께 권총을 겨누고 서 있었다.

“꼼짝하지 마!”

도짱은 흰 연기를 짙게 내뿜고 있는 권총으로 백랑을 당장이라도 쏠 듯 정조준했다.

“너희들은 또 누구야?”

백랑은 본능적으로 칼주를 재빨리 자기 앞으로 돌려세워 방패로 삼으며 소리쳤다.

“빨리 그자를 풀어주지 않으면 이번에는 진짜로 쏜다!”

도짱의 경고가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부하들은 백랑 형제를 향해 일제히 발포할 자세를 취했다. 여차하면 모두 몰살하겠다는 기세였다.

“알았다! 이 새끼야, 데려가!”

상황이 불리하다는 것을 직감한 백랑은 벽력같이 고함을 지르며 칼주를 도짱에게 확 밀어버렸다. 칼주를 도짱과 부딪치게 만들어서 역공을 취하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칼주가 민첩하게 옆으로 살짝 몸을 비틀어 충돌을 피하는 바람에 백랑의 계산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칼주가 인질 상태에서 풀려나자, 도짱은 더욱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야, 이놈들아, 당장 다이아몬드가 있는 곳으로 우리를 안내하지 않으면 모두 이 자리에서 죽여버리겠다!”

도짱의 위협에 지우 오빠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위기에 처했다고 해도 제국의 신물(神物)이 숨겨져 있는 사당을 도둑들에게 알려 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빨리 안내해!”

도짱이 다시 서슬 퍼렇게 재촉했다. 하지만 지우 오빠들은 미적거렸다. 마침내 화가 머리끝까지 난 도짱이 백랑의 머리 위로 위협사격을 가했다. 총알이 쌩!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백랑의 머리카락 위로 아슬아슬하게 스쳐 갔다. 백랑은 잠깐 놀란 듯했지만 곧 결연한 얼굴로 돌아와 도짱에게 맞받아쳤다.

“차라리 우리를 죽여라!”

백랑의 배짱에 직면한 도짱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었다.

“죽여달라고? 좋아, 소원대로 모두 죽여주지. 난 저 겁 많은 새끼만 조지면 되니까.”

그는 손가락으로 유진을 가리키고는 곧바로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우선 세 놈들만 모두 죽여버려!”

도짱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그의 부하들은 곧바로 지우 오빠들을 향해 사격 자세를 취했다. 객기를 부리던 지우 오빠들도 시커먼 총구 앞에서는 망연자실했다.

“빌어먹을, 결국 이렇게 죽는 거야?”

백랑은 침통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때 갑자기 전방 20미터 앞 작은 수풀 속에서 다급한 여자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잠깐,”

유진이 놀라 그곳을 바라보니 난데없이 지우가 수풀 속에서 불쑥 일어났다.

“지우?”

분홍색 티에 연한 붉은 치마를 입은 지우는 유진이 보기에도 매우 수척해 보였다.

“멈춰!”

지우는 일단 큰 소리로 도짱 부하들의 발포부터 막더니 서둘러 도짱 앞으로 뛰어왔다. 그녀가 거침없이 다가오자 도짱은 재빨리 권총으로 그녀를 겨누어 제지했다. 그러나 지우는 그 정도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도짱에게 다가가 경멸조로 물었다.

“당신도 다이아몬드를 찾나요?”

“그것 아니면 우리가 왜 여기에 왔겠어?”

도짱이 지우를 훑어보며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녀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군요. 날 따라와요.”

그리고 곧바로 돌아서더니 사당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보고 놀란 백랑이 지우 앞으로 쪼르르 달려와 그녀를 만류했다.

“지우야, 놈들을 사당으로 데리고 가면 안 돼!”

“안 그러면 오빠들이 죽어요.”

“하지만 신물(神物)을 빼앗기면 모두 끝장이야!”

“그래도 난 오빠들을 그냥 죽게 놔둘 수는 없어요.”

“지우야,”

“결정은 제사장인 내가 해요! 오빠는 가만히 있어요!”

지우가 백랑을 향해 신경질적으로 쏘아붙이자, 그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발 물러섰다. 지우가 사당을 향해 다시 걸음을 떼자, 이번에는 유진이 그녀 옆에 달라붙어 묻지도 않은 변명을 늘어놓았다.

“난 저들이 협박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끌려왔어.”

유진이 피멍이 든 자기 얼굴을 가리키며 변명하자, 지우는 경멸 하듯 그에게 쏘아붙였다.

“흥, 우리 다이아몬드를 모두 훔쳐 간 자를 나 대신 흠씬 패주었군. 정말 속 시원하군.”

“미안하게 됐어요.”

“염치도 없고 의리도 없는 당신 욕심 때문에 우리 제국이 모두 위험에 빠졌어!”

“나는 정말 조그만 행복을 원했을 뿐이요. 하지만 진짜 욕심은 저 조폭 새끼들이 부린 거라고.”

“당신도 마찬가지야!”

“견물생심이라고 했어요. 세상에 다이아몬드를 보고도 홱 돌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

“흥, 끝까지 변명이군.”

“어쨌든 다이아몬드를 훔친 것은 미안해요. 하지만 내 처지도 좀 이해해 줘요.”

유진의 대꾸에 지우는 기가 차다는 듯 유진을 노려보았다.

“당신은 당신을 살려준 우리 엄마 아빠를 배신했어.”

“난 당신 오빠들이 무서워서 도망친 거요. 그런데 슈퍼 다이아몬드를 정말 저놈들에게 넘길 작정이요?”

“오빠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

지우가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유진은 더욱 목소리를 낮추어 되물었다.

“슈퍼 다이아몬드를 지킨다고 나를 서슴없이 동굴 속에 가둘 때는 언제고 지금은 저들에게 내준다고? 뭔가 다른 속셈이 있는 것 아니요?”

유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구심이 가득한 시선으로 지우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도짱을 향해 돌아섰다.

“이 시끄러운 아저씨는 여기다 그만 떨구고 가죠?”

그녀의 짜증에 도짱은 잠시 유진을 쳐다보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안돼. 혹시 경찰에 신고할지 모르니까 일이 다 끝날 때까지는 붙잡고 있어야 해.”

“설마 본인도 도둑인데 신고하겠어요?”

지우가 유진을 흘끔 쏘아보면서 반문했다. 도짱은 지우와 유진을 번갈아 보더니 피식 웃었다.

“후후, 아가씨가 이놈을 좋아하는군. 인질에서 빼내려고 무척 애쓰는 것을 보니.”

“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지우는 자존심이 매우 상했다는 듯 도짱을 쏘아보았다.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데.”

“절대 아니니까 데리고 가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세요!”

지우는 정말로 화가 난 듯 도짱에게 쏘아붙이고는 성큼성큼 앞질러 가버렸다. 도짱은 찬바람 쌩쌩 날리는 지우의 뒷모습을 보고는 뒷머리를 굵적이었다.

“아닌가?”

고개를 갸웃하던 그는 엉거주춤 서 있는 유진의 등을 떠밀었다.

“빨리 안 가고 뭐 해?”

도짱이 등을 떠밀자 유진은 내키지 않는 듯 느릿느릿 그녀를 따라갔다.

잠시 후 그들은 지우의 안내로 간이매점에 도착했다. 오후 내내 그토록 찾아도 보이지 않았던 간이매점이 떡하니 나타나자 유진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거참, 이상하네, 지우, 도대체 그동안 매점을 어떻게 위장해 두었던 거요?”

유진은 칼주보고 들으라는 듯이 일부러 큰 소리로 지우에게 물었다. 그러나 지우는 그의 질문을 무시하고는 도짱 일행을 사당 앞마당으로 데리고 갔다. 사당 안에서는 여전히 밝은 빛이 솟구치고 있었다.

“오, 저 빛! 심상치 않은데!”

도짱은 빛에 홀린 듯 감탄사를 내지르고는 득달같이 뛰어가 사당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단상 위에 있던 슈퍼 다이아몬드가 여전히 강렬한 광채를 힘차게 뿜어내고 있었다. 도짱은 한걸음에 슈퍼 다이아몬드 앞으로 달려갔다.

“오, 원더풀!”

도짱은 슈퍼 다이아몬드의 엄청난 크기와 황홀한 광채에 압도당했는지 그저 감탄사만 연발할 뿐이었다. 그것은 다른 사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끌고 온 유진과 지우 오빠들의 존재는 잠시 잊어버린 듯 슈퍼 다이아몬드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한참 만에 도짱은 몽롱한 눈빛으로 칼주를 돌아보며 겨우 소리쳤다.

“이건 1905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컬리넌(Cullinan) 2번 광산에서 발견된 다이아몬드 원석보다 훨씬 크다!”

“그게 얼마나 컸었죠?”

“내 기억에 그것은 아마 3,106캐럿(621.2g)이었어. 그런데 이것은 그것의 두 배나 더 커 보이는데! 이것 진짜 다이아몬드 맞겠지?”

도짱은 슈퍼 다이아몬드가 너무 커서 혹시 그저 큐빅 덩어리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모양이었다. 칼주는 안주머니에서 얼른 확대경을 꺼내어 슈퍼 다이아몬드의 표면을 잠시 살펴보더니 확신에 찬 목소리로 화답했다.

“다이아몬드가 틀림없습니다!”

“정말이지?”

“네. 더구나 무채색입니다. 최고의 보물입니다!”

“오, 이런 불가사의한 물건이 내 손에 들어오다니……어디 한번 만져볼까.”

도짱은 자신의 행운을 촉각으로 확인하고 싶은지 얼른 양손을 뻗어 슈퍼 다이아몬드를 만졌다.

“찌르릉!”

그 순간 슈퍼 다이아몬드는 깊은 잠에서 깨어난 듯 갑자기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파르르 몸체를 떨었다. 그와 동시에 난데없이 세상을 뒤흔드는 우레와 같은 고함이 터져 나왔다.

“네 이놈!”

엄청난 호령 소리에 도짱은 너무 놀란 나머지 그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도짱이 노성(怒聲)의 행방을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그 앞에 화려한 꽃무늬 투구와 갑옷을 입은 거구의 장수가 유령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칼날같이 치솟은 눈썹 아래 붉은 눈을 부릅뜨고 커다란 입을 쫙 벌린 무서운 형상의 장수는 왼손에는 커다란 칼을 들고 있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등에 비파를 메고 있었다. 장수는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대뜸 날이 시퍼런 칼을 도짱의 목을 겨누며 일갈했다.

“고얀 놈! 감히 우리 4대 천왕이 지키는 신물(神物)을 훔치려 하다니? 이 지국천왕(持國天王)이 너의 목을 베어 버리리라!”

사당을 뒤흔드는 지국천왕의 호령에 도짱은 혼비백산했다. 그래도 그는 대장이라고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저 놈을 죽여라!”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겁에 질렸던 부하들은 미친 듯이 지국천왕에게 총을 쏘았다. 하지만 지국천왕은 집중 사격에 의해 벌집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죽지 않았다.

“으악, 괴물이야! 모두 퇴각해!””

생전 처음 보는 불가사의한 광경에 도짱은 겁을 집어먹고 급히 퇴각 명령을 내렸다. 그의 부하들은 허겁지겁 사당 밖으로 줄행랑쳤다. 하지만 지국천왕과 비슷한 형상의 또 다른 장수 세 명이 창과 검을 들고 유령처럼 나타나 그들의 도주를 가로막았다. 살기등등한 장수들에게 포위되자 그만 혼비백산한 도짱의 부하 한 명이 무작정 포위망을 뚫고 도망치려고 했다.

“어딜 도망가!”

하지만 유독 두 눈이 부리부리하게 돌출하여 마치 여포와 같이 생긴 장수가 그의 도주를 발견하고는 번개처럼 달려들어 무자비하게 칼을 휘둘렀다.

“생쥐 같은 놈! 이 광목천왕(廣目天王)의 칼맛을 보여주마!”

“으악! ”

처절한 비명과 함께 도망자의 머리통이 떨어져 나가 땅바닥에 데굴데굴 굴렀다.

“헉!”

끔찍한 광경을 목격한 도짱과 그의 나머지 부하들은 혼백이 나간 듯 모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도짱 일행 뒤에서 참혹한 광경을 목격한 유진도 덩달아 덜덜 떨며 지우를 돌아보았다.

“지우, 대체 저들의 정체가 뭡니까?”

사색이 된 그의 물음에 지우는 냉담하게 대답했다.

“저들은 우리 화성(華城) 제국의 동서남북을 수호하는 4대 천왕(四大天王)이지. 제국의 중추인 슈퍼 다이아몬드를 밤낮으로 지키고 있다. 저 비파를 멘 천왕은 동방을 지키는 지국천왕(持國天王)이지. 4대 천왕의 맏형이지. 그리고 서방은 방금 저자의 목을 날려버린 광목천왕(廣目天王)이 도맡아서 수호해.”

그녀가 설명하는 사이에도 광목천왕은 다음 제물을 찾는 듯 도짱 일행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훑었다. 그러자 사각의 얼굴에 큼직한 주먹코를 가진 다른 천왕이 얼른 광목천왕을 제치고 나섰다.

“잠깐, 이 증장천왕(增長天王)에게도 도적들을 징벌할 기회를 주시죠.”

광목천왕이 물러서기도 전에 증장천왕이라는 천왕이 입맛을 쩍 다시고 푸른빛이 번뜩이는 장검을 도짱 일행에게 겨누었다. 지우가 그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남방을 수호하는 저 증장천왕은 소개가 따로 필요가 없군.”

지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지막 다른 천왕이 날카로운 긴 창을 꼬나들면서 그녀에게 눈을 찡긋했다.

“그럼 북방을 수호하는 이 다문천왕은 멋있게 소개해 주시죠.”

그의 요청에 지우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었다.

“비사문천왕(毘沙門天王)이라고도 불리는 저 다문천왕(多聞天王)이 4대 천왕 중에서는 제일 무섭지.”

지우는 일부러 그의 무서운 얼굴을 흉내 내며 소개했다. 다문천왕은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도짱 일행을 향해 제일 무시무시한 얼굴을 지어 보였다. 그의 형상에 질겁을 한 유진은 잔뜩 졸은 목소리로 지우에게 속삭였다.

“혹시 지우 당신이 일부러 도짱 놈들을 4대 천왕 앞으로 유인했어요?”

“빙고!”

지우가 주저 없이 수긍하자 유진의 얼굴빛이 하얘졌다.

“맙소사!”

“하지만 나를 탓할 일이 아니지. 신물(神物)을 훔치려는 당신들의 터무니없는 욕심이 죽음을 자초한 거니까. 마치 부나방처럼 말이야.”

지우는 비웃듯이 내뱉었다.

“당신은 정말 무서운 여자군.”

유진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난 당신들 같은 도적들을 막는 게 나의 임무야!”

지우가 유진에게 톡 쏘아붙이자 그는 두려운 시선으로 물었다.

“설마 나까지 죽이려는 것은 아니겠지?”

“4대 천왕 저들에게 걸린다면 나도 어쩔 수 없어.”

“지금의 나는 강제로 끌려온 피해자요.”

유진이 따지고 들자 지우는 냉정하게 대꾸했다.

“나는 이미 예전에도 제국의 신물(神物)을 지키기 위해서 내 약혼자도 버렸었어.

“독한 여자.”

유진은 다시 몸서리를 쳤다. 그때 줄곧 유진을 유심히 쏘아보던 다문천왕은 비로소 그를 알아본 듯 회심의 미소를 짓고는 소리쳤다.

“아, 네놈은 며칠 전에 우리 신물(神物)을 훔치려고 했었던 그 도적놈이구나!”

“아니요, 지금은 이미 욕심을 버렸습니다!”

유진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황급히 변명했다.

“그런 놈이 왜 이 도적들하고 같이 섞여 있어?”

“난 놈들에게 강제로 끌려온 겁니다!”

“시끄러워!”

다문천왕은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그를 향해 주저 없이 창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의 위협에 기겁한 유진은 얼른 지우의 등뒤에 숨으며 다급히 애원했다.

“지우, 제발 말 좀 해줘요!”

“……”

하지만 지우는 침묵을 지켰다. 심지어는 두어 발짝 옆으로 비켜섰다. 그 바람에 유진은 다문천왕 앞에 완전히 노출되고 말았다. 그녀의 행동을 죽여도 좋다는 신호로 받아들인 다문천왕은 즉각 창을 들어 유진의 목을 뚫어버리려고 했다. 하얗게 질린 유진은 다시 한번 지우의 손을 붙잡고 통사정했다.

“지우, 나는 당신의 예비 남편이잖아!”

유진이 절규하자 다문천왕은 이건 또 무슨 소리야 하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

“예비남편?”

그 순간 지우의 얼굴도 편치 않게 변했다. 그녀가 흔들린다고 생각한 유진은 더욱 간절하게 그녀에게 매달렸다.

“당신 부모님은 나를 데릴사위로 받아들이셨어! 그런데도 나를 이렇게 죽게 놔둔다고? 이건 당신 부모에 대한 불효야! 불효!”

유진이 낯간지러운 항변을 하자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지었던 지우는 냉정함을 되찾은 듯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당신은 그런 엄마 아빠를 배신하고 도망쳤어!”

“난 당신 오빠들이 무서워서 도망친 거예요. 지우, 제발 나 좀 살려줘!”

할 말이 없어진 유진은 체면 불고하고 지우에게 애걸복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우는 냉정하게 그의 손을 뿌리쳤다. 그 모습을 보고 지국천왕은 감격한 듯 그녀에게 말했다.

“예비남편이라 해도 신물(神物)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희생시키는 제사장님의 충정과 고뇌를 높이 받들어 이놈을 비롯한 모든 도적을 단칼에 처단하겠습니다.”

지국천왕이 지우에 대한 찬사를 마치기 무섭게 나머지 천왕들도 유진과 도짱 일행을 즉결처분하겠다는 듯 번쩍이는 검을 일제히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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