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華城)에서 슈퍼 다이아몬드 캐는 법1

23화:다이아몬드가 파괴되면 모두 죽는다.

by 김정걸

군대를 몰고 나타난 적호왕은 붉은 갑옷을 갖춰 입고 붉은 턱수염을 멋있게 기른 40대 초반의 건장한 사내였다. 그런데 그의 뒤에 예전에 제사장 자리에서 파면되었던 화산이 의기양양하게 나타났다.

“네놈이 어찌 그곳에?”

지우는 심상치 않은 화산의 등장에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분노에 가득 찬 적호왕의 시선을 발견하고는 얼른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모습에 4대 천왕들도 일제히 적호왕에게 예를 취했다. 지우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온 적호왕은 붉게 충혈된 눈을 번뜩이며 대뜸 호통을 쳤다.

“지우야, 제국의 신물(神物)을 도둑맞다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변고냐?”

적호왕의 서릿발 같은 추궁에 지우는 고개를 푹 숙이고 조아렸다.

“죄, 죄송합니다. 폐, 폐하. 오늘 신물(神物)을 훔치려는 흡혈박쥐들을 저지하던 차에 난데없이 인간들이 나타나 제국의 신물(神物)을 훔쳐 갔습니다.”

“인간들이라고? 대체 그놈들이 누구냐?”

“신물(神物)을 훔쳐 간 자는 도짱이라는 조폭입니다.”

“그동안 내가 아무도 모르게 사당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던 우리의 신물(神物)을 그놈이 어찌 알았다는 말이냐?”

“그것이……”

적호왕의 송곳 같은 심문에 지우는 유진의 행위를 고백해야 하나 고심하였다. 그때 화산이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적호왕 앞에 나섰다.

“그 조폭을 끌어들인 것은 다름 아닌 지우의 정부(情夫)이옵니다.”

“지우의 정부(情夫)?”

화산의 폭로에 엄청난 충격을 받은 듯 적호왕의 두 눈이 새파랗게 변했다.

“네. 그자는 유진이라는 자인데 지우와 진작부터 정을 맺고 호시탐탐 신물(神物)을 탈취하기만을 기다려 왔습니다.”

화산의 거침없는 주장에 노한 적호왕의 눈이 지우에게 꽂혔다.

“지우, 화산의 말이 모두 사실인가?”

“절대 아니옵니다! 모함입니다. 폐하,”

지우가 펄쩍 뛰며 강력하게 부인을 하자 적호왕은 곧장 화산에게 돌아섰다.

“지우의 정부라는 그자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적호왕의 송곳 질문에 화산은 매우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폐하, 그게……”

말끝을 흐리고 전전긍긍하던 화산이 갑자기 손으로 한 곳을 가리키며 들뜬 목소리로 소리쳤다.

“오, 폐하, 저기를 보십시오. 마침 제 부하들이 그자를 잡아 오고 있습니다!”

적호왕은 화산이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정말 그곳에 화산의 부하들이 유진을 포박하여 끌고 오는 모습이 보였다. 화산의 부하들은 끌고 온 유진을 적호왕 앞에 사정없이 내동댕이쳤다.

“이런,”

지우는 뜻하지 않은 유진의 등장에 매우 난감해하는 눈치였다. 지우의 그 표정을 포착한 적호왕은 곧장 유진을 심문했다.

“네 놈이 유진이라는 자냐?”

적호왕의 추궁에 수풀에서 다이아몬드를 챙기다가 화산의 부하들에게 사로잡혀온 유진은 영문도 모르고 고개를 끄덕이었다.

“네.”

“그럼, 네가 지우의 정부(情夫)인가?”

이어서 날아온 적호왕의 날카로운 질문에 유진은 뜬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우의 정부(情夫)라뇨?”

“우리는 네가 지우하고 이미 정을 통한 사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아니옵니다!”

유진은 얼마 전에 황호 부부의 데릴사위가 된 것을 떠올리고는 뜨악했지만 일단 부인했다. 그러자 화산이 나서서 유진을 노려보며 호통을 쳤다.

“아니라고? 나의 부하들이 네가 지우의 서방이 된 것을 나에게 보고를 했다. 그럼에도 뻔뻔하게 거짓말을 할 셈이냐?”

“그것은……”

순간 유진은 그 상황을 어디부터 설명해야 할지 너무 막막했다.

“모든 것이 사실이라 더 이상 변명을 못 하는구나.”

숨 돌릴 틈 없이 유진을 몰아세우던 화산은 이번에는 지우에게 돌아섰다. 유진은 때려잡았으니 이제 너만 때려잡으면 된다는 그런 표정이었다. 지우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자신감을 얻은 듯 화산은 더욱 무섭게 지우를 몰아세웠다.

“이제 너도 저 놈하고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것을 그만 인정하시지.”

“그건 우리 부모님이 하도 부탁해서 일부러 사귀는 척한 것뿐이요!”

“사귀는 척한 거라고? 흥,”

화산이 콧방귀를 뀌자 지우는 적호왕을 향해 돌아서서 적극 해명했다.

“우리 부모님은 오빠들이 살인하여 악업을 쌓는 것을 원치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그런 고육책을 쓰신 것입니다.”

그러자 성격 급한 화산은 적호왕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그녀의 말을 막고 나섰다.

“웃기는 소리 마라! 너는 저자가 신물(神物)을 노리고 너희 집에 들어온 것을 처음부터 눈치챘어. 그리고 저놈의 꿍꿍이를 알았으면 제사장인 너는 당장에 저자를 죽여야 했는데 너는 오히려 그놈을 죽이려는 너의 오빠들을 방해했다. 그것 자체가 매우 수상하지 않으냐?”

화산의 날카로운 지적에 적호왕도 덩달아 의혹에 가득 찬 시선으로 지우를 쏘아보았다.

“그것은 방금 말한 대로 오빠들의 살생을 막기 위한 것이었소!”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진 지우는 화산의 주장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화산은 더욱 치열하게 적호왕에게 참언 했다.

“폐하, 지우의 말은 모두 거짓입니다. 사랑놀이에 빠진 지우는 가증스럽게도 오빠들의 살생을 핑계 삼아 그것을 모른 척해온 것입니다.”

“화산, 네 이놈, 날 모함하지 마라! 난 제사장으로서 나의 의무를 다 했어!”

“그리고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지우가 역심(逆心)까지 품었던 것입니다.”

“역심(逆心)이라고? 이놈 화산!”

화산의 터무니없는 주장에 기가 막힌 지우는 그를 잡아먹을 듯이 호통을 쳤다. 그러나 화산은 처음부터 그것이 목적이었다는 듯 개의치 않고 더욱 고삐를 죄고 공세를 취했다.

“지우는 가증스럽게도 화성 제국을 전복하기 위해서 반역을 꾀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반역이라고?”

끝내 화산의 입에서 구체적으로 반역이라는 말이 튀어나오자, 지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그건 적호왕도 마찬가지였다.

“네. 지우는 예전에 폐하께서 지우의 약혼자 화랑을 죽였다고 생각하고 남몰래 앙심을 품어왔던 것입니다.”

연이은 화산의 폭로에 적호왕은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 치를 떨었다. 그리고 장검을 빼어 들더니 당장 지우의 목을 벨 듯이 치켜들었다.

“네 약혼자는 자결한 것이다. 그런데도 네가 감히 나에게 앙심을 품어? 고얀 것! 더 이상 네 죄를 용서할 수 없다!”

“폐하, 정말 억울하옵니다. 저는 그동안 제국의 신물(神物)을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지우의 호소에 적호왕은 내리치던 검을 잠시 거두었다.

“자꾸 너의 의무를 다 했다고 하는데 네가 신물(神物)을 수호하기 위해서 어떤 조처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증명해 봐!”

“저는 유진 저 사람이 신물(神物)에 눈독 들이는 것을 알고 난 뒤에는……”

금방이라도 모든 것을 다 실토할 것 같던 지우는 갑자기 입을 다물어버리고 말았다. 지우는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서는 자신이 신물(神物)을 탐내던 유진을 절대 어둠의 동굴 속에 가두었다는 사실만 밝히면 되었다.

그런데 그것은 동시에 자신의 오빠들이 유진을 절대 어둠의 동굴에서 빼냈다는 사실도 아울러 고백해야 하는 것을 뜻했다. 그럴 경우 분노한 적호왕은 지우 오빠들을 죽일 것이 뻔했다.

“……!”

결국 그것 때문에 지우가 입을 열지 못하고 주춤하자, 화산은 그것을 이용하여 다시 공세를 취하고 나섰다.

“폐하, 이미 지우는 저자와 정분이 났기 때문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폐하, 아니옵니다!”

지우는 모든 사실을 다 말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에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지우가 적극적으로 해명을 못 하자, 적호왕은 지우의 반역 혐의를 완전히 확신한 듯 무겁게 입을 열었다.

“짐은 네가 예전에 반란을 일으켰던 너의 약혼자마저 내게 신고하고 신물(神物)을 수호했던 너의 남다른 충성심을 높이 사서 너를 제사장에 임명했건만, 결국 너는 사사로운 연정(戀情)에 눈이 멀어 결국은 제국을 반역하고 말았다!”

지우는 정말로 억울했지만, 오빠들을 살리기 위해서 결국 화산이 뒤집어 씌운 모함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폐하, 제가 유진 저자에게 잠시 제 마음이 흔들려 경계를 소홀히 한 것은 사실이오나 저의 충성심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믿어주시옵소서.”

그녀가 어쩔 수없이 화산의 주장을 어느 정도 인정하자, 결국 적호왕은 허탈한 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래도 반역을 꾀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지? 하지만 이미 늦었다. 짐은 너의 반역죄를 물어 너에게 참형을 내리겠다.”

“폐, 폐하!”

적호왕이 중형을 선고하자 고개를 번쩍 든 지우의 커다란 눈이 당혹스러움과 공포에 젖어들었다.

“폐하, 부디 자비를 베푸소서.”

지우가 마지막 호소를 했지만, 적호왕은 그녀를 외면하고 돌아섰다. 결국 지우는 체념한 듯이 머리를 떨구고 말았다.

“그리고 지우의 정부(情夫)인 너에게도 참수를 명한다!”

적호왕이 유진을 가리키며 사형 선고를 내렸다. 그 순간 그때까지도 설마 했던 유진은 불벼락을 맞은 듯 질겁을 했다.

“참, 참수형이요? 살, 살려주십시오! 대왕마마,”

“제국의 신물(神物)을 훔치려 했던 원흉을 절대 살려 둘 수 없다!”

적호왕은 유진에게 서릿발처럼 차갑게 내뱉고는 더 이상 꼴 보기 싫다는 듯 홱 몸을 돌렸다. 그 순간 하얗게 질린 유진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폐하, 제가 잠시 신물(神物)에 흑심을 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저는 이미 지우로부터 가혹한 처벌을 받았었습니다.”

“처벌을 받았다고? 대체 그게 무슨 소리냐?”

서너 걸음을 떼던 적호왕은 흠칫 멈추고는 유진을 다시 돌아보았다.

“저는 신물(神物)을 함부로 만진 죄로 지우에 의해서 절대 어둠의 동굴 속에 갇혀있었습니다.”

“뭐라고? 그게 사실이더냐?”

“네. 하늘을 두고 맹세합니다.”

“그런데 대체 누가 너를 풀어 준 것이냐?”

적호왕은 의혹이 서린 시선으로 성큼 다가와 번뜩이는 검을 유진의 목에 바짝 겨누며 물었다.

“그, 그건……”

유진은 지우와 그녀의 오빠들을 번갈아 보며 망설이다가 적호왕의 검이 그의 목덜미에 바짝 파고들자, 혼비백산하여 입을 열고 말았다.

“지우 오빠들이 저를 동굴에서 꺼내주었습니다.”

“저놈들이?”

뜻밖의 사실을 들은 적호왕은 매우 분개한 듯 지우 오빠들을 쏘아보았다.

“네. 저자들은 제 몸에서 생긴 다이아몬드를 빼앗으려고 저를 동굴에서 빼낸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한 가지 죄로 인하여 두 번 처벌받는 것이 정말 억울하옵니다.”

유진은 다시 한번 머리를 땅바닥에 조아리며 하소연했다. 예상치 않은 유진의 폭로에 지우 오빠들의 얼굴이 하얘졌다.

“저, 저 자식이 지금 무슨 말을 지껄이는 거야?”

그러나 제일 놀란 것은 지우였다.

오빠들을 살리기 위한 그녀의 고육지책이 한순간에 모두 물거품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지우를 반역자로 몰고 갔던 화산 역시 뜻하지 않은 유진의 폭로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폐하, 저자는 지금 살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

화산이 필사적으로 유진의 폭로를 깎아내리자 유진은 펄쩍 뛰었다.

“아닙니다. 절대 사실입니다.”

유진의 강력한 반박에 적호왕은 혼란스러운지 잠시 유진과 지우 오빠들을 번갈아 보았다. 안절부절못하는 지우 오빠들을 노려보던 적호왕은 부르르 치를 떨었다.

“저자의 말이 사실인 것 같군. 너희들의 무모한 짓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신물(神物)을 도난당하는 엄청난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너희들의 죄도 매우 무겁다. 짐은 너희들에게도 참수를 명한다.”

적호왕이 지우 오빠들에게 참수를 선고했다. 지우 오빠들은 털썩 무릎을 꿇었다. 더욱 다급해진 지우는 몸을 바짝 낮추어 적호왕에게 빌었다.

“폐하, 그 죄는 제가 죽음으로 달게 받을 테니 부디 저희 오라버니들만은 용서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무슨 소리!”

지우의 간절한 읍소에도 적호왕은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오히려 더 화가 나는 듯 이번에는 지우 오빠들 옆에서 불안한 표정으로 떨고 있는 황호 부부에게 소리쳤다.

“자식들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 너희들도 중죄를 면할 수 없다!”

적호왕의 호통에 황호 부부는 그만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여봐라, 저것들을 모두 감옥에 가두고 3일 후에 모두 참수하라!”

적호왕의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친위병들이 우르르 몰려와 지우, 유진, 오빠들 그리고 황호 부부를 모두 포박하여 끌고 나갔다.

그들이 모두 끌려 나가자 적호왕은 마음이 몹시 다급한 듯 친위대장 청호를 불러 명을 내렸다.

“너는 당장 군사를 일으켜 도난당한 신물(神物)을 빨리 회수해 오너라! 신물(神物)이 행궁으로 제때 돌아오지 못하고 파괴되면, 알다시피 우리는 모두 신성(神性)을 잃어버리고 죽을 것이다.”

“죽는다고요?!”

영원 불사(不死)를 누려 오던 적호왕의 신하들은 기존에 모두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지만, 죽는다는 왕의 충격적인 고백에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 적호왕은 크게 동요하는 신하들의 불안을 잠재우려는 듯 그들에게 힘주어 외쳤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청호의 용감한 친위대가 있다. 그들이 도적들을 무찌르고 우리의 신물(神物)을 되찾아 올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청호 장군!”

적호왕의 지명을 받은 청호는 잠시 주저하더니 어두운 낯으로 적호왕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폐하, 저희는 원래 숙명적으로 화성(華城) 제국을 둘러싸고 있는 보호망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그것은 어찌하오리까?”

청호의 물음에 적호왕도 자신들이 지닌 태생적인 취약점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듯 매우 당황스러워했다.

“아, 보호망!”

적호왕이 난감한 표정으로 화산을 돌아보자, 그가 얼른 대답했다.

“청호 친위대장의 우려는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신물(神物)이 인간들 세상에 나가 있으니, 그 보호망도 그만큼 인간 세상 쪽으로 이동해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군사들이 팔달산을 벗어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봅니다. 폐하,”

화산의 그럴듯한 설명에 적호왕은 크게 안도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청호대장, 그대는 화산의 말을 믿고 당장 출동을 하거라.”

그제야 청호도 밝은 얼굴로 일어나 왕의 명을 받았다.

“네. 폐하, 하명하신 대로 반드시 기한 내에 우리의 신물(神物)을 되찾아 오겠습니다.”

용기백배하여 결의를 다진 청호는 즉시 100여 명에 달하는 친위대 군사들을 이끌고 슈퍼 다이아몬드를 찾으러 시내를 향해 질풍노도처럼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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