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늦깎이 시인이야

4화:그날 평택역에서 환승했다.

by 김정걸

김정걸 작

타타타닥

여름비가 느닷없이

무궁화 기차를 따라오며

자기 좀 봐달라고

차창을 열심히 두드린다.



차창에다

빗방울 붓으로

재빨리 내 얼굴을

스케치하고는 쑥스러운 듯

사르르 도망친다



유리창 캔버스에

그려진

하얀 마스크를 쓴

나의 초상화

그것이 나를 향해 눈을 찡긋했다.



맑은 눈빛의 초상화는

우습게도

내 세계를 동경한단다

세상 걱정에 찌들은

내 세계를



그래서일까

평택역에 도착하자마자

차창속의 초상화는

후다닥 나를 밀쳐내고

나보다 먼저 내려

출근길 인파속으로 내뺀다.



초상화 그것은

여름비를 흠뻑 맞으며

코로나가 가득한 세상으로

신명나게 뛰어간다.

내 행세를 하면서



어이 없다

엉거주춤 서 있던

나는

초상화의 빈 자리에

쓰윽 들어간다.



여름비 쏟아지던 그날

나는 허름한 무궁화를

타고가다가

평택역에서

환승했다. 나의 세계로


-2020년 7월 22일 아침에 평택 안정리로 출근하면서.....-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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