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다이아몬드를 찾는 사냥개
“아악! 살려줘!”
5월 26일 저녁 청랑은 행궁의 지하 감옥 한 구석에서 불안한 선잠을 자다가 악몽을 꾸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발광했다.
“망나니의 큰 칼에 잘린 내 머리통이 저잣거리에 내던져지는 악몽을 꾸었어. 아, 무서워!”
청랑의 공포에 백랑, 흑랑의 얼굴색이 새삼 더욱 암울해졌다.
영원한 세계인 화성 제국에서 죽음은 청랑의 악몽대로 그들의 시신이 인간 세상의 길거리에 내던져지는 것을 뜻했다. 모든 것이 유한한 인간 세상에서 그들의 시신은 며칠만 지나도 금방 썩어 문드러진다. 그것은 혹시 나중에 사면을 받으면 부활할 수도 있는 몸 자체가 영원히 없어지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가장 무서운 일이었다.
“이렇게 허망하게 개죽음을 당할 줄이야……으흐흑,”
급기야 덩치 큰 백랑도 주먹으로 눈물을 훔치며 울먹이었다.
“후,”
그런 오빠들의 처량한 모습을 바라보던 지우는 감옥 구석에 처박혀 있는 유진의 모습을 보자 속이 부글부글 끓어 올라왔다.
(저 사람으로부터 신물(神物)을 지키려고 그토록 노력했건만 결국 엉뚱한 놈들에게 어이없이 도둑맞고 감옥에 갇혀버리는 신세가 되다니……정말 허망하다)
한숨을 내쉬는 그녀의 두 눈에 갑자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물을 훔쳐내던 지우는 유진의 시선과 딱 마주치자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녀의 시선에 감옥의 그늘 속에서 숨죽이고 있는 황호와 청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도 서서히 밀려오는 죽음이 두려운 듯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아, 부모님도 몹시 두려워하시는구나. 강건하시던 부모님도 생로병사의 두려움에 무너지셨어)
부모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지우는 마냥 울고 있을 수만 없었다. 그녀는 눈물을 훔쳐내고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때 감옥을 지키는 늙은 옥졸이 사발 여러 개를 들고 그들 앞에 나타났다. 그는 그것들을 옥문 사이로 밀어 넣었다.
“자, 저녁밥이다!”
그런데 이전과는 달리 사발에 돼지고기와 흰쌀밥이 가득 담겨있었다. 유진은 고기를 보자 매우 반가운지 얼른 음식 사발을 받아 정신없이 먹었다. 그러나 그것을 바라보던 청랑이 갑자기 울먹이었다.
“오, 맙소사! 오늘 저녁밥이 잘 나온 것을 보니까 오늘 참수를 집행 하나 보다.”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요?”
돼지고기를 신나게 씹던 유진이 잔뜩 겁먹은 얼굴로 묻자 청랑이 그에게 눈을 부라렸다.
“오늘 저녁이 마지막이라 고기를 넣어 주는 거라고! 이 멍청이야!”
청랑의 울먹임에 입맛이 싹 달아난 유진은 입으로 가져가던 돼지고기를 슬그머니 내려놓았다. 그 모습을 보고 지우가 벌떡 일어나 오빠들 앞으로 나아갔다.
“오빠들, 우리만 죽는 게 아니잖아요? 제국의 모든 사람이 죽으니 그리 너무 억울해하지 말아요.”
지우가 너무나도 차분한 목소리로 핀잔을 주자, 흑랑은 정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와, 부처님 나셨네! 지우, 넌 정말 죽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냐?”
“무섭죠. 하지만 전 우리 제국이 영원히 사라진다는 것이 제일 두려워요.”
지우의 대답에 청파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었다.
“사실 나도 그래.”
지우는 그런 청파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결연하게 말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전 엄마를 반드시 구해내겠어요.”
그녀의 각오가 남다르다고 느꼈는지 씩씩거리던 청랑의 두 눈을 빛내며 물었다.
“지우야, 혹시 우리가 살아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도 생각난 거야?”
“네.”
지우는 청랑을 향해 야무지게 대꾸했다.
“그게 뭐야? 빨리 말해 봐!”
갑자기 안달이 난 듯 백랑까지 나서서 기대 섞인 눈빛으로 재촉했지만 지우는 입을 열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감옥 앞에서 보초를 서는 옥졸을 불러 정중히 요청했다.
“폐하께 신물(神物)을 회수하는 일 때문에 뵙고 싶다고 전해주세요.”
5월 27일 새벽
지우가 옥졸을 따라 편전(便殿)에 나가보니 적호왕이 수심이 가득 찬 얼굴로 용상에 앉아 있었다. 화산은 보이지 않고 대신 친위대장 청호가 끌려 나오는 지우를 마땅치 않은 시선으로 쏘아보고 있었다. 지우가 적호왕에게 허리 굽혀 인사를 하자 그는 혹시나 하는 시선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이 밤에 감히 헛소리하려고 나를 부르지는 않았을 텐데 대체 무슨 일이냐?”
적호왕은 한편으로는 지우가 헛소리하면 당장이라도 그녀의 목을 베겠다는 투로 물었다. 하지만 지우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정중하게 용건을 말했다.
“폐하, 제가 제국의 신물(神物)을 찾아오겠나이다.”
지우가 호언장담하자 적호왕은 못마땅한 듯이 미간을 찌푸리며 지우의 말을 자르고 나섰다.
“짐의 용감한 군대도 못 한 일을 네가 할 수 있다고? 허풍이 매우 심하구나.”
“폐하, 저는 오랜 세월 동안 신물(神物)을 수호해 온 제사장입니다. 그 누구보다도 신물(神物)의 특성을 잘 알고 있기에 그것을 찾는 비법도 잘 알고 있습니다.”
지우가 자신감을 보이자, 적호의 얼굴에 미세한 기대감이 스쳐 지나갔다.
“좋다. 대체 그 비법이 무엇이냐?”
“황공하오나 지금은 전략상 말할 수 없습니다.”
적호는 전략상이라는 말에 맹랑하다는 듯 지우를 빤히 쳐다보다가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 다시 무겁게 입을 열었다.
“흠, 대단한 작전을 세운 모양이군. 뭐 방법이야 어찌 되었든 난 네가 신물(神物)만 회수해 오면 된다. 정말 자신 있느냐?”
“네. 폐하, 제가 신물(神物)을 반드시 회수해 올 테니 우선 감옥에 갇힌 가족들은 모두 방면하여 주시옵소서.”
“그건 안돼.”
그녀의 간청에 적호왕은 그것은 아니라는 듯 단호하게 거절했다.
“폐하,”
“안돼. 하지만 네가 정말로 신물(神物)을 회수해 오면 네 가족들의 참수를 중단하겠다.”
“폐하, 저를 믿고 제발 그들을 석방해 주십시오.”
“이건 제국의 흥망이 걸린 문제야. 너도 네 가족을 걸어야 혼신의 힘을 다해 신물(神物)을 회수하려고 할 것 아니냐? 네가 성공하면 너의 가족을 모두 사면해 주겠다.”
“알겠습니다. 청이 하나 더 있는데 이번 일에 유진을 길잡이로 데려갈 수 있도록 윤허해 주십시오.”
“그자를? 그것은 안 돼!”
적호왕은 그녀의 요청을 단칼에 거절했다.
“폐하,”
지우가 매우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자 적호왕은 단호하게 말했다.
“유진 그자는 우리 신물(神物)의 비밀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간이다. 설사 내가 너희 가족들을 사면 해주어도 그놈은 반드시 죽일 작정이었다. 우리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 자를 길잡이로 쓴다고? 윤허할 수 없다!”
적호왕의 강력한 반대에 지우는 더욱 고개를 깊이 숙이며 사정했다.
“폐하가 우려하시는 것을 제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저의 회수 작전에 유진은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 그자는 신물(神物)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더구나 지금 4대 천왕이 제대로 초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바깥세상에 밝은 그 사람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잠시만 방면해 주십시오.”
신물(神物)을 되찾는 작전에 유진이 꼭 필요하다는 지우의 간곡한 요청에 결국 적호왕도 어쩔 수 없는지 목소리를 약간 누그러뜨렸다.
“좋다. 하지만 만약 그자가 도망치면 신물(神物) 회수와 상관없이 네 가족을 참수할 테니 딴생각은 안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적호왕이 조건부로 승낙하자 지우는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
“폐하, 그럴 일은 절대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5월 28일 아침
지우와 유진은 화성행궁 밖으로 풀려났다. 시각은 분명히 아침이었는데 신물(神物)의 빛이 화성(華城) 행궁을 제대로 비추지 못해서 그런지 세상은 저녁처럼 어둠침침했다. 지우는 불길한 하늘을 잠시 둘러보더니 들고 있던 장검을 유진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뭐요?”
유진이 놀란 표정으로 묻자 지우는 짧게 대답했다.
“당신 몸 하나는 지켜야 하잖아?”
“하긴.”
유진은 고개를 끄떡이고는 장검을 뽑아서 날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서늘한 검광(劍光)이 매우 위협적이었다. 검의 손잡이에 천호신검(天狐神劍)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는 검을 들고 여러 자세를 취해 보았다. 중등교 시절에 배웠던 검도 실력이 희미하게나마 살아났다. 유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는 검을 다시 검집에 꽂았다. 그는 지우를 돌아보고 물었다.
“내가 당신을 도와주면 정말 내게 작은 다이아몬드 여섯 개를 나누어 준다는 것이 진심이요?”
“난 한번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켜.”
지우는 유진의 눈을 정면으로 쏘아보며 대답했다. 여전히 무뚝뚝했다. 유진도 정색하며 그녀를 응시했다.
“나를 4대 천왕에게 넘겨버린 당신을 내가 어떻게 믿겠소?”
“난 제사장이지만 실제로 신물(神物)을 지키는 것은 사대천왕의 영역이라 나도 어쩔 수 없어. 모든 것은 당신이 자초한 일이야. ”
“그런데 이번 일에 왜 나를 끌어들이는 거요?”
유진은 의구심을 가득 품은 시선으로 물었다.
“나는 길 안내가 필요해.”
“길 안내?”
“당신은 아무래도 도회지 거리는 잘 알 것이고 우리 신물(神物)을 훔쳐 간 놈들도 이미 접촉해서 잘 알 테니까.”
“그건 나를 믿어도 될 거요. 내가 사냥개처럼 도짱 그 새끼를 반드시 찾아낼 테니까!”
“사냥개라?”
“냄새 잘 맡는 사냥개. 후후,”
“하지만 사냥개 역할을 제대로 못 하면 토사구팽 당할 수도 있어.”
“허, 무섭군. 하지만 내가 그전에 도망이라도 치면 어쩌려고?”
유진은 지우의 경고를 무시하고 일부러 어깃장을 놓는 투로 되물었다.
“하지만 당신은 다이아몬드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 텐데.”
“흥, 당신은 나를 잘 몰라.”
“모른다고? 난 다이아몬드에 대한 당신의 강렬한 욕망을 꿰뚫고 있어.”
“나도 그 정도는 제어할 수 있어!”
“흥, 그게 과연 가능할까? 후후,”
지우는 비웃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웃었다. 그녀의 모습에 유진은 자존심이 매우 상했지만, 굳이 티를 내지 않았다. 사실 지우의 말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새벽에 지우로부터 슈퍼 다이아몬드를 찾으러 같이 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속으로 크게 기뻐했었다. 동뜰 무렵에 목이 날아갈 뻔했었는데 목숨을 보전하고 다시 슈퍼 다이아몬드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가 기적적으로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역시 운명의 여신은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
“나도 한다면 하는 남자야!”
유진은 힘주어 자신의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지우는 피식 웃고는 갈 길이 바쁜 듯 몸을 돌려 사당 쪽으로 향했다. 그것을 마땅치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유진은 지우가 고개를 돌려 빨리 따라오라는 듯 눈총을 쏘자 부리나케 그 뒤를 쫓아갔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지우네 간이매점에 도착했다. 지우는 마음이 급한 듯 곧바로 사당으로 뛰어가서 4대 천왕을 불러냈다.
“다들 빨리 나와!”
잠시 후 악당을 주인으로 섬길까 봐 깊은 곳에서 숨어있던 4대 천왕들이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지우 앞에 나타났다. 그들은 유진을 보자마자 분통을 터뜨리며 잡아먹을 듯이 우르르 덤벼들었다. 지우가 얼른 달려들어 그들을 뜯어말렸다.
“그만둬!”
지우의 제지에 지국천왕은 이해가 안 가는 듯 고함을 쳤다.
“이놈은 이 모든 문제를 만든 원흉입니다!”
“이제 그 사람은 도적놈들을 찾아낼 길잡이야.”
“이놈을 어떻게 믿어요?”
지국천왕이 짙은 의구심을 드러냈다. 지우는 차분한 목소리로 지국천왕을 비롯한 4대 천왕을 달래기 시작했다.
“광목천왕의 투시 능력이 없어진 지금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그 사람을 믿어야 해.”
지우의 간곡한 설득에 지국천왕은 지우에게 죄송하다는 듯 머리를 조아렸다.
“알겠습니다.”
“우리에게는 필요한 도구이니 이 사람하고 잘 지내.”
지우가 다시 당부하자 지국천왕을 비롯한 나머지 천왕들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었다. 하지만 유진은 지우가 내뱉은 말 중에 ‘도구’라는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그때 문득 증장천왕은 자신의 황금테에 손을 갖다 대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제사장님, 혹시라도 악당들의 눈에 띄어 놈들의 수족이 될까 봐 좀 걱정되는데요.”
증장천왕의 깊은 우려에 지우는 천왕들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변장하고 가면 돼.”
“어떻게 변장하죠?”
지국천왕이 사뭇 흥미롭다는 듯 묻자 지우는 싱긋 웃었다.
“그건 너희들 취향대로 해.”
지우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4대 천왕들은 사당 안으로 뛰어가 각자의 취향대로 변장하고 나왔다. 그런데 모두 조선 시대 양반집의 도령들 옷차림이었다.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고 지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 이럴 줄 알았다니까! 지금이 어느 때인데 그런 옷차림을 하고 다녀? 모두 빨리 다른 것으로 바꿔!”
“어떻게요?”
“글쎄, 일단 시내에 나가서 젊은 사람들 옷차림을 살펴보고 정하자.”
한참 후 지우 일행이 수성(水城) 시내 한가운데에 나와보니 거리는 완전히 난리통이었다. 사람들은 멀쩡한 하늘에서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무차별 공격을 하는 흡혈박쥐를 피하며 도망치기에 바빴다.
그 와중에도 4대 천왕들은 거리에 오가는 젊은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고는 그들과 똑같이 변장했다. 헐렁한 티셔츠와 여기저기 큰 구멍을 뚫어놓은 청바지를 입었다. 얼굴은 각자 큰 모자를 구해다가 푹 눌러써 최대한으로 가렸다. 지우는 거리의 아이들처럼 완전 날라리가 된 그들을 향해 비로소 마음에 든 듯 엄지 척 해 주었다.
“흠, 완벽한 변장이야.”
4대 천왕이 변장을 끝내자 유진은 곧장 지우 일행을 목표 지점으로 안내했다. 한참을 걷던 유진은 어느 골목에 다다르자 문득 멈춰 섰다. 그러고는 지우의 옷깃을 잡아당기더니 뜬금없이 말했다.
“잠깐 가희 집에 좀 들러봤으면 하는데……”
예상치 않은 유진의 제의에 지우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하는 듯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가희라면 당신 약혼자라는 여자?”
“맞아요,”
“그런데 그 여자 집에는 왜 가려고 하는 건데?”
지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지우의 언짢은 표정에 기분이 상한 유진은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는 흡혈박쥐 떼를 가리켰다.
“저 흡혈박쥐를 보고도 왜라는 소리가 나와요?”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잠시 안부만 묻고 가자고요!”
유진의 목소리가 약간 높아졌다.
“우리가 신물(神物)을 회수해 오면 저 박쥐 떼는 저절로 사라져. 그러면 모두가 안전해진다고!”
“그래도 그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봐 그러지.”
유진은 고집을 부렸다. 지우는 그를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무겁게 말문을 열었다.
“우리가 정한 시간 내에 신물(神物)을 회수하지 못하면 감옥에 갇힌 내 가족들은 죽음을 면치 못해.”
지우의 말에 유진은 한숨을 내쉬더니 양보하듯 입을 열었다.
“좋아. 돌아오는 길에 들려.”
“잘 생각했어.”
지우는 유진의 체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유진이 가희를 만나는 것을 만류한 것은 가족들의 생사가 걸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의 이상한 질투심도 한몫했다.
그녀의 마음에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를 가희라는 여자에게는 빼앗기고 싶지 않다는 뜬금없는 질투심이 솟구쳤기 때문이었다. 전에 없던 기이한 심리 현상이었다. 슈퍼 다이아몬드가 사라진 부작용일 수도 있었다. 어쨌든 지우는 그것을 숨기기 위해서 괜히 유진을 더 닦달했다.
“자, 우리를 빨리 도적들에게 안내나 해. 시간 없어.”
“휴, 악덕 주인이 따로 없군. 좋아, 날 따라와.”
유진은 지우에게 퉁명스럽게 내뱉고는 지우 일행을 그가 처음 다이아몬드를 팔려고 갔었던 금은방으로 데리고 갔다.
그들이 금은방으로 들이닥치자, 종업원과 한가롭게 잡담하고 있던 금은방 사장은 유진을 알아보고는 깜짝 놀랐다.
“당, 당신은?”
“날 잊지 않겠지? 결론부터 말하지. 네 보스가 사당에서 훔쳐 간 우리 슈퍼 다이아몬드가 지금 어디 있는지 빨리 털어놔.”
“그, 그건 저도 모릅니다.”
조폭의 바지 사장인 금은방 사장은 조직의 보복이 두려운지 쉽게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그 어마어마한 슈퍼 다이아몬드의 행방을 모른다고?”
유진은 금은방 사장을 무섭게 노려보다가 4대 천왕을 돌아보며 눈을 찡긋했다.
“아무래도 이자에게 당신들의 참모습을 보여 주는 게 낫겠어요. 가능하죠?”
“오케이,”
4대 천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순식간에 훈훈한 청년들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본래의 무서운 얼굴을 금은방 사장과 종업원에게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덤으로 이빨이 날카로운 야차(夜叉)까지 불러내 선보였다. 그들이 살기등등한 모습을 하고 금은방 사장에게 잡아먹을 듯이 덤벼들자, 그는 혼비백산하고 말았다.
“으악, 다 말할 테니 제발 그 무서운 얼굴은 저리 치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