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여자를 구하기 위해서 다이아몬드를 포기한 남자
“으흐흐, 이게 네년의 목숨줄이지.”
대마령은 지우의 황금빛 다이아몬드를 바라보며 잔인하게 웃더니 보란 듯이 그것을 단숨에 꿀꺽 삼켜버렸다.
“아, 안돼!”
그 순간 당황한 유진은 뛰어들어 천호신검으로 대마령의 얼굴을 내리쳤다. 그러나 대마령은 민첩하게 그의 검을 피해버렸다. 그 틈을 이용해 유진은 천호신검을 지국천왕에게 던져주며 소리쳤다.
“지국천왕이 대마령을 맡아줘요!”
“알았어!”
지국천왕은 검을 건네받아 지체 없이 대마령에게 덤벼들었다. 그가 무지막지하게 휘두르는 검에 기겁한 대마령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그사이 유진은 축 늘어진 지우를 재빨리 들러 업고는 죽을힘을 다해 공장 출입문을 향해 내리 달렸다. 하지만 흡혈박쥐들이 즉각 유진과 지우를 향해 피에 굶주린 이리떼처럼 덤벼들었다.
“지우 님을 엄호하라!”
다급한 지국천왕은 유진과 지우에게 달려가 그들을 공격하는 박쥐 떼를 향해 가차 없이 검을 휘둘렀다. 초능력은 사라졌지만, 기본적으로 힘이 센 지국천왕은 천호신검을 무섭게 휘두르며 박쥐들이 가차 없이 베어버렸다. 그의 맹활약에 나머지 천왕들도 각자 자신들의 병장기를 휘두르자 흡혈박쥐들이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졌다.
그 틈을 이용하여 지우를 업은 유진은 박쥐 떼의 소굴에서 간신히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우는 이미 죽었는지 유진의 등 뒤에서 축 늘어져 있었다.
유진도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듯 숨을 헐떡거리며 비틀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 지국천왕이 달려와 유진에게서 지우를 건네받아 자기가 업었다. 그리고 사당 쪽으로 뛰어가면서 유진에게 다급하게 외쳤다.
“지우 님을 살리려면 빨리 사당으로 가야 해!”
“이런, 젠장! 다이아몬드가 하나도 없어!”
죽을힘을 다해 간이매점의 사당에 도착한 지국천왕은 텅 비어 있는 사당의 단상을 보고는 맥이 빠진 듯 절규했다.
“깨끗이 털렸어!”
“그럼, 이제 우리 지우 님은 꼼짝없이 죽는 거야?”
뒤늦게 합류한 증장천왕도 울상이 되어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유진은 가쁜 숨을 토해내며 물었다.
“대체 뭐 때문에 그러는 거죠?”
그의 물음에 지국천왕은 넋이 나간 듯 대답을 못 했다. 대신 다문천왕이 성난 표정으로 유진에게 쏘아붙였다.
“다이아몬드를 빼앗긴 지우 님은 3일 안에 다이아몬드를 다시 넣지 않으면 죽어! 그런데 사당에는 다이아몬드가 하나도 없잖아!”
다문천왕의 한탄에 유진은 매우 당혹스러웠다. 그 와중에도 광목천왕은 혹시나 단상의 주변에 다이아몬드 조각이라도 떨어져 있을까 싶은지 허둥지둥 이곳저곳을 더듬었다. 하지만 잠시 후 그는 고개를 쳐들고는 허탈한 표정으로 넋두리했다.
“젠장, 정말 하나도 없어.”
그의 절망적인 푸념에 덩달아 한숨을 내쉬던 증장천왕은 주먹을 불끈 쥐고 유진을 노려보았다.
“이제 보니 네가 사당의 다이아몬드를 다 훔쳐 갔었지! 훔친 다이아몬드는 다 어디 있어?”
증장천왕의 무서운 추궁에 기가 질려 버린 유진은 우물쭈물 대답했다.
“지우네 사당에서 도망칠 때 중간에 넘어지는 바람에 모두 잃어버렸어요.”
그때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한 지우의 맥을 짚어보던 지국천왕이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황급히 유진에게 물었다.
“그곳이 대체 어디야?”
“108 계단 근처입니다.”
“그래? 그곳으로 당장 가보자.”
지국천왕이 당장 그곳으로 달려가려고 하자 유진이 급히 말렸다. 그러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가지 말아요.”
“왜?”
유진을 쏘아보는 지국천왕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내가 그것을 찾으러 갔다가 화산의 부하들에게 잡혔는데. 그때 다이아몬드도 모두 압수당했어요.”
유진의 실토에 지국천왕은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증장천왕이 지국천왕에게 말했다.
“당장 화산에게 가서 그 다이아몬드를 달라고 하자.”
증장천왕의 제안에 지국천왕은 고개를 저었다.
“그놈은 지우 제사장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데 그것을 내놓겠어? 그리고 시간이 너무 촉박해. 당장이라도 지우 님이 죽을 수 있어.”
“그럼 어떡 하지? 무슨 좋은 수 없어?”
증장천왕이 안타까운 얼굴로 형제들을 둘러보며 물었지만 모두 뾰족한 수가 없는지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그때 유진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내 몸속에 다이아몬드가 하나 있는데 그것도 도움이 될까요?”
그의 말에 지국천왕의 눈이 번쩍 뜨였다. 다른 천왕들도 반색하며 그에게 물었다.
“당장 화산에게 가서 그 다이아몬드를 달라고 하자.”
“그게 정말이야”
“네. 제가 지우 오빠들에게 강탈당하기 전에 하나 삼켜버렸습니다.”
유진이 자기 배를 가리키며 설명하자 지국천왕은 환호했다.
“좋아. 그거라도 사용해 보자! 우선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정신 통일을 해.”
유진은 즉시 시키는 대로 앉았다. 지국천왕은 얼른 그의 등 뒤로 가서 손을 등에 밀착하고 위아래로 훑어 내렸다. 잠시 후 그의 아랫배가 꿈틀대더니 뭔가 심상치 않은 밝은 빛이 가슴 밖으로 배어 나왔다. 이윽고 그 빛은 유진의 목까지 차 올라왔다.
“입을 크게 벌려!”
지국천왕의 고함에 유진은 움찔하고 입을 벌렸다. 그 순간 입안에서 아몬드 크기만 한 다이아몬드가 푸른빛을 찬란하게 내뿜으며 자태를 드러냈다.
“그것을 빨리 지우 님의 입에 밀어 넣어!”
지국천왕의 지시에 유진은 다이아몬드를 물고는 이미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한 지우의 입술에 살며시 갖다 댔다. 그리고 그것을 혀로 살살 밀어 지우의 입안으로 조심스럽게 넣어주었다. 영롱한 다이아몬드는 지우의 혀를 타고 서서히 그녀의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
잠시 후 지우의 몸속에서 자리를 잡은 다이아몬드의 마력이 발휘되는지 지우의 옆구리 상처가 놀랍게도 빠르게 아물었다. 그리고 마치 우주의 모든 기(氣)를 다 빨아들일 듯 숨을 길게 몰아쉬던 지우는 기적처럼 번쩍 눈을 떴다.
“어, 여기가 어디지?”
상체를 번쩍 일으킨 지우가 어리둥절한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그 모습을 보고 유진은 크게 기뻐했다.
“여기는 사당이야! 이제 당신 살았어!”
유진의 환호에 지국천왕은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눈물을 글썽이며 지우의 두 손을 붙잡았다.
“유진 저자의 몸속에 숨겨두었던 다이아몬드를 꺼내어서 제사장님을 살렸습니다.”
그의 설명에 지우는 뜻밖이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 사람의 뱃속에서 나온 다이아몬드로?”
“네.”
감격에 겨운 지국천왕은 손등으로 눈물을 훔쳐내며 고개를 끄덕이었다. 지우는 여전히 놀라움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유진을 돌아보았다.
“당신이 나를 살렸어?”
“워낙 급해서...... 그래도 당신이 살아나니 기분은 괜찮군.”
유진은 쑥스러운 듯이 웃었다. 비록 지우가 지금껏 그를 구박하고 살갑게 대하지는 않았지만 자기가 그녀를 살렸다고 생각하니 왠지 기분은 좋았다. 나중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지우에게 준 다이아몬드가 아깝지는 않았다. 죽어가는 지우를 보고 그의 측은지심이 발동한 것이었다. 어쨌든 그런 그의 마음을 읽었는지 지우가 한결 부드러워진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하지도 3일 안에 다시 다이아몬드를 채워놓지 않으면 이번에는 당신이 죽어.”
“에이, 설마.”
유진이 태평스럽게 대답하자 지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이야. 내 꼴을 보고서도 그런 말이 나와?”
유진을 걱정하던 지우는 광목천왕에게 시선을 돌렸다.
“광목천왕, 난 저 사람이 내준 다이아몬드로 살아났어. 그러니 나도 유진 씨를 그냥 죽게 놔둘 수 없어. 그러기 위해서서는 빨리 신물(神物)을 찾아야 돼! 빨리!”
광목천왕을 닦달하는 지우의 두 눈에서 느닷없이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전에 없던 이상한 징조였다. 지우는 신물(神物)이 없어져서 진행되고 있는 인간화의 후유증이라고 여기고 4대 천왕들이 볼세라 손으로 얼른 눈물을 훔쳐냈다.
5월 29일 수성(水城) 시 외곽에 있는 어느 폐교(閉校)의 체육관.
그곳에 임상실험 지원자로 위장한 지우와 4대 천왕들이 다 죽어 가는 유진을 부축하고 나타났다.
지우의 경고처럼 시들시들하던 유진은 3일째가 되자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갑자기 상태가 극도로 악화되었다. 그래서 더그레이트사를 다시 급습했는데 이미 잭팟 일행은 그곳을 버리고 종적을 감춰버렸다. 다급한 지우는 잭팟의 행방을 필사적으로 추적했다.
하지만 잭팟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지우는 초조 해졌다. 유진은 그녀의 첫사랑 화랑에 대한 그녀의 자책감을 키워주는 아주 소중한 존재였다. 그런데 그가 엉뚱하게도 자신을 구해놓고는 죽어가고 있었다. 일단 유진을 살려내야 했다.
(이놈의 자식들이 어디로 숨어버렸지?)
지우가 노심초사하고 있을 때 접하게 된 것이 더그레이트사가 발행한 수상한 광고 전단지였다. 사람들이 붐비는 길거리에서 받은 전단지에는 ‘신장(腎臟) 결석 치료제 신약(新藥) 실험 응모자’를 대량으로 모집한다는 광고가 실려 있었다. 그런데 '선금으로 100만 원을 지급하고 시험 후에 나온 부산물은 모두 더그레이트사가 갖는다'는 세부사항이 그녀의 시선을 끌었다.
“부산물? 이거 뭔가 냄새가 나는데.”
광고 전단을 본 지우는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4대 천왕을 데리고 광고 전단에 적힌 곳으로 달려갔다. 그곳은 체육관 1층에 딸린 작고 허름한 사무실이었다. 그들이 유진을 부축하고 사무실로 들어서자, 감색 유니폼을 입은 늘씬한 여비서가 환한 미소를 짓고 달려와 그들을 서류 접수실로 안내했다.
강당처럼 넓은 접수실에는 이미 수백 명의 지망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더그레이트’ 사가 요구하는 여러 서류를 열심히 작성하고 있었다. 그들을 따라 신청서를 작성하는 지우에게 파리한 얼굴을 하는 유진이 힘겹게 속삭였다.
“여기에 정말 슈퍼 다이아몬드가 있을까?”
“틀림없어. 더그레이트사가 갑자기 수상한 임상 실험을 하는 것을 보면 지금 잭팟이 내가 의도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 같아.”
“돈벌이에는 정말 귀신이군. 그런데 헉!”
뭔가 말하려고 하던 유진은 다시 쇼크가 몰려오는지 그만 소파에 그대로 엎어질 뻔하다가 겨우 중심을 잡았다.
“조심해요!”
얼른 그를 부축한 지우는 한쪽 구석에서 열심히 서류를 작성하고 있던 4대 천왕들에게 재촉하는 눈짓을 보냈다. 4대 천왕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류 작성을 더 빨리 서둘렀다.
잠시 후 모든 서류를 접수창구의 직원에게 제출하고 초조하게 서류 심사의 결과를 기다렸다. 30분을 꼬박 기다린 후 여직원이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지원자들 앞에 나타나 결과를 발표했다. 다행히 4대 천왕, 지우 그리고 유진도 모두 서류 전형에 합격했다.
“신체검사는 생략합니다. 다들 실험실로 이동하시죠.”
여직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락부락하게 생긴 남자 직원들이 나타나 100명 정도 되는 합격자들을 데리고 나갔다. 4대 천왕 속에 둘러싸여 지우의 부축을 받고 겨우 걷던 유진은 그녀에게 쓴웃음을 지어 보이며 중얼거렸다.
“나 같은 환자까지 합격시키다니……놈들이 사람들을 한 사람이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해서 혈안이 되었군.”
“돈에 환장한 놈들이죠.”
지우는 나지막이 욕을 내뱉었다.
“사실 나도 그놈들하고 별로 다르지 않았어. 후후,”
유진이 자조 섞인 미소를 짓자 지우는 침묵을 지켰다.
어쨌든 그들이 도착한 곳은 실험실이 아닌 검은색 정장을 한 사내들이 삼엄하게 경비를 서는 넓은 체육관이었다. 그곳은 한동안 방치되었던 건물처럼 곳곳에 거미줄이 쳐져 있었고 유리창의 상당수는 깨져 있었다. 체육관의 한가운데에 3미터 정도의 높은 제단이 솟아 있었는데 그곳에서 낯익은 빛이 강렬하게 솟구치고 있었다.
“오, 저기 신물(神物)이 있어!”
슈퍼 다이아몬드를 발견한 지우가 기쁨에 겨워 부축하고 있던 유진에게 빠르게 속삭이자, 그는 간신히 눈을 떴다.
“이제 나도 살 수 있는 거야?”
유진은 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는 제단의 슈퍼 다이아몬드를 힘겹게 바라보며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그사이 이미 도착해 있던 다른 합격자들은 호명받고 순서대로 한 명씩 슈퍼 다이아몬드 앞으로 나아갔다. 그들은 순례자처럼 무릎을 꿇고 엄숙하게 양손으로 슈퍼 다이아몬드를 만졌다. 그리고 제단으로부터 10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 방사선 모양으로 쫙 깔아놓은 하얀 매트리스로 걸어가 그곳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여기저기 누워있는 체육관은 마치 전시(戰時) 아래의 야전 병원을 방불케 했다. 그들의 모습을 새삼 놀란 눈으로 살펴보던 지우는 분통을 터뜨렸다.
“사람을 도구로 생각하다니……잭팟이 내 의도대로 움직여 준 것은 다행이지만 이 정도까지 판을 크게 벌릴 줄 몰랐어. 악마가 따로 없어!”
그녀는 잭팟과 대마령의 동맹을 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전략이었지만, 막상 잭팟이 사람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광경을 목격하니 큰 충격들 받은 듯했다. 유진도 주변의 시설들을 둘러보며 몸서리를 쳤다.
“저대로 놔두면 사람들 씨가 마르겠어. 다이아몬드에 눈먼 놈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사람들을 잡아다가 저렇게 만들 것 아니야? 아, 생각만 해도 정말 끔찍해.”
“그나마 다이아몬드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절대 어둠이 필요하다는 것을 놈들이 몰라서 다행이야.”
“어쨌든 저놈들은 세상의 큰 재앙이 될 거야. 이참에 놈들을 모두 박살내야 돼!”
주먹을 불끈 쥐던 유진은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통증에 말을 중단하고 말았다. 유진의 상태가 다시 급격하게 나빠지자 지우는 하얗게 질렸다.
“이런, 지금은 당신 살 생각이나 먼저 하자고!”
그녀의 소스라침에 두 사람을 지켜보던 4대 천왕의 맏형 지국천왕이 검을 들고 일어섰다.
“제가 당장 저놈들을 박살 내고 신물(神物)을 회수하겠습니다.”
지국천왕은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기세였다. 지우는 얼른 그를 제지했다.
“잠깐, 지금 자기들은 초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을 벌써 잊어버렸어? 신물(神物)을 완전히 접촉할 때까지는 좀 참아.”
“알, 알겠습니다.”
4대 천왕들은 조바심을 가까스로 참고 사람들의 틈 속에서 자신들의 차례가 오기를 목 빠지게 기다렸다.
마침내 4대 천왕들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그들은 미친 듯이 슈퍼 다이아몬드로 달려가 그것을 양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그 순간 순식간에 충전되는지 지금까지 축 처져있던 4대 천왕들의 근육들이 불끈불끈 솟아 올라왔다. 동시에 그들의 눈에서도 강렬하고 선명한 빛이 뻗어 나왔다.
“잘했어!”
그들의 초능력이 완전 정상으로 돌아온 것을 확인한 지우는 얼른 슈퍼 다이아몬드 앞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그것을 움켜쥐고 힘껏 잡아당겼다.
“키륵키륵!”
그런데 그때 흡혈박쥐 떼가 체육관의 창문들을 부수며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흡혈박쥐 떼는 슈퍼 다이아몬드를 뽑아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지우에게 우르르 달려들어 그녀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지우는 몸을 숙여 박쥐의 공격을 필사적으로 피했다. 그때 박쥐 떼 틈에서 박쥐 대왕 대마령이 슈퍼 다이아몬드를 향해 하강했다. 대마령은 두 발로 슈퍼 다이아몬드를 뽑아 들더니 그것을 들고 순식간에 높이 비상했다.
“드디어 이 박쥐 대왕이 슈퍼 다이아몬드를 손에 넣었다! 크하하, ”
승리에 도취한 대마령의 카랑카랑 웃음소리가 체육관에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이제 동맹이고 뭐고 다 필요 없어! 저놈들을 모조리 죽여라!”
그 광경을 보고 잭팟이 미친 듯이 소리치자, 그의 부하들이 박쥐 떼를 향해 일제히 기관총을 발포했다. 그 바람에 수십 마리의 박쥐들이 비명을 지르며 허공에서 우박처럼 우수수 떨어졌다.
그러나 그 틈을 이용하여 박쥐 대왕 대마령은 나머지 박쥐 떼를 이끌고 삽시간에 체육관 창문 밖으로 빠져나갔다.
“저놈을 잡아라!”
지우가 다급하게 외치자, 초능력을 완전히 되찾은 4대 천왕들도 공중으로 솟구쳐 대마령을 쫓아갔다.
“이놈아! 당장 신물(神物)을 내놓거라!”
“어림없는 소리 마! 난 이 빌어먹을 다이아몬드를 박살 내고 우리의 위대한 무명(無明) 제국을 세울 것이다! 잘 보아라!”
대마령은 쥐고 있던 슈퍼 다이아몬드를 수천 마리의 흡혈박쥐들이 원을 만들어 선회하고 있는 공중 한가운데에 힘껏 던졌다. 그러자 박쥐 떼는 즉시 그 슈퍼 다이아몬드를 중심으로 빠르게 회전했다.
“스르르!”
회전이 거듭되자 박쥐 떼로 이루어진 원은 마치 거대한 맷돌처럼 슈퍼 다이아몬드를 갈기 시작했다. 마침내 무지막지한 맷돌의 회전이 위력을 발휘하는지 찬란하게 내뿜고 있던 슈퍼 다이아몬드의 빛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급격하게 약해졌다.
“안돼!”
그것을 보고 4대 천왕들은 서둘러 박쥐들의 거대한 원형 테두리를 깨트리려고 했다. 그러나 그때 또 다른 박쥐 떼가 나타나 4대 천왕들을 공격했다. 다급한 4대 천왕들도 자신들이 부리던 온갖 종류의 야차, 나찰, 건룡 등 모든 권속(眷屬)을 불러내어 그들과 대항하게 했다.
하지만 그사이 슈퍼 다이아몬드에서 균열이 생기는 듯이 우두둑하는 거대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아, 이런, 큰일 났어! 슈퍼 다이아몬드에 균열이 생겼다!”
설마 금강불괴(金剛不壞)의 슈퍼 다이아몬드가 깨질까 했던 4대 천왕들도 광음을 듣고는 기겁했다. 그 위기의 순간에 지국천왕이 비장한 얼굴빛으로 나섰다.
“박쥐들은 소리에 민감하지. 자, 아름다운 음률을 감상할 시간이다.”
지국천왕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등에 메고 있던 푸른색 비파를 풀어 급히 그것을 타기 시작했다.
“띠리링!”
비파의 맑은 소리가 허공으로 터져나가자, 기세등등하던 박쥐 떼가 갑자기 벼락을 맞은 듯 일제히 몸부림쳤다.
“역시 이 비파 소리가 녀석들에게는 치명적이군.”
크게 동요하는 흡혈박쥐들의 모습을 보고 자신감을 얻은 지국천왕은 비파를 더욱 강렬하게 타기 시작했다.
다시 허공 속으로 퍼져나간 음률이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원형 테두리를 형성하고 있던 박쥐 떼를 공격하자 박쥐의 대오가 급격하게 붕괴하였다. 그리고 박쥐들의 사체가 소나기처럼 지상으로 떨어졌다. 마침내 슈퍼 다이아몬드를 거의 파괴까지 몰고 갔던 박쥐 원형 테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그 바람에 테두리에서 풀려난 슈퍼 다이아몬드는 곧장 지상으로 수직 낙하했다.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져 버린 슈퍼 다이아몬드가 가속도가 붙은 채 땅바닥에 그대로 충돌하면 산산조각이 날 것이 뻔했다.
“빨리 슈퍼 다이아몬드를 잡아라!”
기겁한 4대 천왕들은 슈퍼 다이아몬드를 낚아채기 위해서 쏜살처럼 급강하했다. 그러나 슈퍼 다이아몬드의 하강 속도가 더 빨랐다.
“오, 맙소사!”
그것이 거의 땅바닥에 충돌하려는 찰나 누군가 날쌘 표범처럼 그것을 낚아챘다.
그자는 헌터였다.
“내가 잡았다! 으하하하,”
뜬금없이 나타난 헌터는 슈퍼 다이아몬드를 양손으로 치켜들고는 통쾌하다는 듯이 호탕하게 웃어 젖혔다. 공중에서 그 광경을 목격한 4대 천왕들은 번개처럼 내려와 헌터를 포위했다. 한발 늦게 달려온 지우는 헌터에게 고개 숙여 고마움을 표시했다.
“덕분에 슈퍼 다이아몬드가 무사했습니다. 이제 제게 돌려주시죠.”
지우는 헌터에게 정중하게 인사하고는 손을 벌렸다. 하지만 그는 전혀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