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華城)에서 슈퍼 다이아몬드 캐는 법1

28화:가족을 살리려면 연인을 죽여라

by 김정걸

“돌려달라고? 흥, 어림없는 소리! 내가 이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 그동안 얼마나 개고생 했는지 알아?”

헌터의 돌변에 지우도 금방 그의 속내를 눈치챈 듯 곧바로 언성을 높였다.

“그 슈퍼 다이아몬드는 우리 화성(華城) 제국을 위해서 필요한 신물(神物)이다. 당장 내놔!”

“흥, 내게도 이건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건이야!”

“넌 단지 다이아몬드의 희소(稀少)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것을 파괴하려는 거잖아? 빨리 내놔!”

지우의 강력한 요구에 헌터는 깔깔 웃었다.

“하하, 뭐, 희소성 가치? 웃기는 소리 마라! 나는 이 슈퍼 다이아몬드로 세상의 지배자가 될 것이다! 나를 장기판의 졸로만 보면 큰 오산이다!”

“뭐라고? 세상을 지배한다고?”

“그것이 내가 지금껏 이 슈퍼 다이아몬드를 추적해 온 진짜 이유다! 후후,”

헌터의 검은 속셈을 확인한 지우는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너도 결국 그 알량한 권력에 미친놈이었군!”

“그래. 이 미친놈의 맛 좀 볼래!”

화가 난 헌터는 곧바로 슈퍼 다이아몬드를 머리 위로 높이 치켜들고 4대 천왕을 향하여 호령했다.

“4대 천왕에게 명을 내리니 당장 지우 저년을 죽여라!”

헌터가 추상같은 명령을 내렸건만 4대 천왕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미 지우가 4대 천왕의 머리에 지우 자신의 명령만을 받아들이는 황금테를 씌어놓았기 때문이다. 지우는 헌터의 명령에도 미동도 하지 않는 4대 천왕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내가 이런 날이 있을 줄 알고 미리 조처를 해놨지. 후후,”

그 소리에 당황한 헌터는 4대 천왕을 쏘아보며 얼굴이 벌게지도록 악을 썼다.

“이놈들, 난 이 슈퍼 다이아몬드를 소유한 주인이다. 빨리 내 명을 집행해!”

버럭 고함을 치는 헌터의 명령이 엄청난 천둥소리로 증폭되어 들려오는지 4대 천왕들은 갑자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것을 보고 자신의 명령이 먹혔다고 확신한 헌터는 더욱더 강력하게 4대 천왕들을 압박해 들어갔다.

“나의 명을 따르지 않으면 너희 모두를 무간지옥(無間地獄)으로 보내버리겠다. 당장 나의 명을 집행하라!”

“으으으으!”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버티던 4대 천왕들의 입에서 마침내 신음이 터져 나왔다. 차츰 4대 천왕이 흔들리고 있다는 징조를 감지한 지우는 필사적으로 그들을 독려했다.

“4대 천왕! 정신 차려! 정의를 생각해!”

안간힘을 다해 4대 천왕을 독려하는 지우에 맞서 헌터도 다시 한번 표독스럽게 4대 천왕을 위협했다.

“4대 천왕, 당장 저년을 죽여라! 죽이라고! 나의 명을 따르지 않으면 모두 지옥의 유황불에 떨어지리라.”

더욱더 가열찬 헌터의 무서운 협박에 4대 천왕들은 이제 움찔움찔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우도 자신의 목숨과 세상의 운명이 걸린 까닭에 죽기 살기로 헌터의 명령을 차단했다.

“4대 천왕, 헌터는 사악한 자이다! 나의 명을 따르라!”

하지만 헌터도 반드시 4대 천왕을 장악하고 말겠다는 기세로 두 눈에 붉게 핏발을 세우며 대항했다.

“나야말로 슈퍼 다이아몬드를 가진 합법적인 주인이다. 너희들은 숙명적으로 주인의 명을 따라야 한다! 나의 명을 어기면 너희 모두는 영원히 무간(無間) 지옥에 빠질 것이다! 알겠는가!”

다시 한번 4대 천왕을 매섭게 질타하는 헌터의 눈빛과 그것을 막으려는 지우의 눈빛이 허공에서 맞부딪치면서 파란 불꽃이 일어났다. 그 순간 4대 천왕의 이마에 두른 황금테가 당장이라도 벗겨질 듯 요란하게 들썩거렸다.

“조금만 더!”

그 기세를 몰아 최후의 승부를 내려는 듯 헌터는 온 힘을 다하여 일갈했다.

“안돼!”

그것을 필사적으로 저지하려는 지우의 절규와 헌터의 기합이 서로 공중에서 다시 강력하게 충돌했다. 그 순간, 4대 천왕이 머리에 쓰고 있던 황금테가 마침내 쓩!하고 벗겨져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슈퍼 다이아몬드를 실제로 장악한 헌터의 마력(魔力)이 마침내 지우의 의지를 눌러버린 듯싶었다.

결국 힘의 균형이 깨지자, 지금껏 헌터와 지우 사이를 오가며 갈팡질팡하던 4대 천왕은 헌터를 향해 돌아서서 고개를 숙였다.

“주인님의 명을 당장 집행하겠습니다.”

지국천왕이 헌터를 향해 로봇처럼 중얼거리자, 다른 천왕들도 복창하고는 재빨리 지우를 포위했다. 지우를 향해 주저 없이 검을 겨누는 그들의 눈빛이 매우 낯설게 보였다.

“4대 천왕, 이러지 마!”

4대 천왕이 완전히 달라진 것을 직감한 지우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을 쳤다.

“우리는 주인의 명령에 따라 움직일 뿐입니다.”

사나운 범처럼 나지막하게 으르렁대는 4대 천왕의 검들이 지우를 향해 허공에서 번쩍했다.

지우의 목이 날아갈 절체절명의 순간에 허공에 떠서 상황을 지켜보던 대마령이 방심하고 있던 헌터를 눈 깜짝할 사이에 덮쳤다.

“진짜 주인은 바로 나야!”

그 바람에 쓰러진 헌터는 그만 슈퍼 다이아몬드를 놓치고 말았다.

“……!”

그 순간 지우의 목을 검으로 내리치고 있던 4대 천왕들은 멈칫했다. 그리고 땅바닥에서 떨어진 슈퍼 다이아몬드는 데굴데굴 지우 앞으로 굴러갔다.

“……!”

그것이 1미터 앞에서 딱 멈추자, 그것을 낚아채기 위해서 지우, 헌터 그리고 대마령이 동시에 몸을 날렸다. 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지우가 먼저 슈퍼 다이아몬드를 낚아챘다.

“잡았다!”

그녀는 슈퍼 다이아몬드를 양손으로 높이 치켜들고 온 세상이 떠나가도록 외쳤다.

“4대 천왕에게 명한다! 당장 헌터와 대마령을 모두 처단하라!”

그녀의 추상같은 명령에 4대 천왕들은 기쁜 표정을 짓더니, 자신들의 권속인 야차와 나찰 등을 서둘러 불러냈다. 사방에서 구름처럼 몰려온 야차와 나찰은 대마령을 향해 굶주린 이리떼처럼 달려들었다.

“악!”

야차와 나찰이 덤벼들자 겁먹은 대마령은 흡혈박쥐과 함께 북쪽 하늘로 도망치고 말았다. 그 광경을 보고 헌터도 혼비백산하여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다.

“아참, 유진은 어떻게 되었지?”

마침내 적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뒤늦게 유진을 떠올린 지우는 슈퍼 다이아몬드를 들고 재빨리 그에게 뛰어갔다. 유진은 체육관 밖에 기어 나와 당장이라도 거의 숨이 끊어질 것처럼 헐떡이고 있었다.

“자기야, 빨리 이것으로 충전해!”

지우의 다급한 외침에 유진은 간신히 손을 들어 그녀가 내민 슈퍼 다이아몬드를 움켜쥐었다. 그 순간 슈퍼 다이아몬드에서 푸른빛이 번쩍하더니 그대로 유진의 몸으로 쓱 들어갔다. 그리고 놀랍게도 지금껏 소금에 절인 배추처럼 축 처져있던 그의 몸이 활력이 넘치는 듯 쫙 펴졌다.

“아, 이제야 살 것 같다!”

눈을 번쩍 뜬 유진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양손을 번쩍 들고는 기분 좋게 기지개를 켰다. 유진의 빠른 회복에 너무나 기쁜 지우는 저도 모르게 그를 얼싸안고 말았다.

“살아나서 정말 다행이야.”

“지우 아니었으면 나는 하마터면 황천길 갈 뻔했었어. 휴,”

유진은 얼굴로 흘러내리는 진땀을 주먹으로 훔쳐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증장천왕이 반색하며 달려왔다, 얼떨결에 얼싸안고 있던 두 사람은 얼굴을 붉히고는 얼른 떨어졌다.

“마침내 살아났군!”

“모두 4대 천왕 여러분 덕분입니다.”

유진은 증장천왕을 비롯한 나머지 4대 천왕에게 깊이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평소 그를 마땅치 않게 생각했었던 지국천왕은 그의 인사가 멋쩍은지 지우를 돌아보며 얼른 말머리를 돌렸다.

“박쥐들도 오늘 뜨거운 맛을 보았으니, 이제는 슈퍼 다이아몬드에 눈독 들이지 않겠지요?”

지국천왕의 판단에 지우는 아니라는 듯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쉽게 포기할 놈들이 아니야. 조만간 다시 세력을 모아 또 공격해 올 거야.”

그녀의 지적에 비파를 등에 다시 지던 지국천왕이 맞장구를 쳤다.

“맞습니다. 어쨌든 이제 슈퍼 다이아몬드를 성공적으로 회수했으니 빨리 그것을 폐하에게 갖다 바쳐야겠군요.”

지국천왕의 조바심에 지우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럼. 빨리 내 가족들을 감옥에서 구해내야지.”

그런데 그때 그녀의 말을 반박이라도 하듯 웬 사내의 거친 목소리가 날아왔다.

“굳이 그럴 필요 없어!”

지우가 깜짝 놀라 뒤돌아보니 언제 몰려왔는지 그곳에 친위대장 청호가 군사 수백 명을 대동하고 서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 앞에 지우의 부모와 오빠들이 포박당한 채 끌려 나와 있었다.

“엄마, 아빠!”

지우가 반색하며 그들에게 뛰어가려고 하자, 청호가 검을 뽑아 얼른 그녀를 제지했다.

“네 가족들을 살리려면 먼저 그 슈퍼 다이아몬드부터 내게 넘겨라.”

“슈퍼 다이아몬드를 당신에게?”

“그렇다.”

“무슨 소리요? 난 그것을 폐하에게 가져다주기로 약속했는데.”

지우는 청호의 속셈을 꿰뚫어 보겠다는 듯 그를 쏘아보며 말했다.

“멍청아, 너는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느냐?”

청호가 험상궂은 표정으로 버럭 고함을 지르자 비로소 지우는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직감했다.

“자, 긴말 말고 네 부모 형제를 살리고 싶으면 당장 그 슈퍼 다이아몬드를 내게 넘겨!”

청호가 다시 지우를 윽박지르자, 그녀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고민하던 지우는 곧 슈퍼 다이아몬드를 높이 치켜들고 청호에게 소리쳤다.

“좋아. 이 슈퍼 다이아몬드를 당신에게 넘기지. 하지만 내 가족들부터 먼저 이리로 보내라!”

“좋다.”

지우의 반응에 매우 만족한 듯 청호는 즉각 그의 부하들에게 눈짓했다. 그의 부하들은 즉시 지우의 부모와 오빠들을 지우 쪽으로 데리고 갔다. 그것을 긴장된 시선으로 지켜보던 지우도 슈퍼 다이아몬드를 안고 청호 쪽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청호 앞에 우뚝 선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녀의 가족들이 4대 천왕에게 무사히 인계되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빨리 그 슈퍼 다이아몬드를 내놔!”

조바심이 난 청호가 슈퍼 다이아몬드를 우악스럽게 잡아채는 순간 갑자기 그들 주변으로 화살들이 소나기처럼 날아왔다.

“으악!”

슈퍼 다이아몬드의 황홀한 광채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던 청호의 군사들 몇몇이 날아온 화살을 맞고 비명을 지르며 쓰러져 갔다.

“누, 누구냐?”

깜짝 놀란 청호가 주위를 둘러보자, 전방에 수백 명의 군사들이 밀물처럼 몰려오고 있었다. 선두에는 백마를 탄 적호왕이 지휘하고 있었다.

“적, 적호왕?”

뜻하지 않은 적호왕의 출동에 청호는 적잖이 당황한 듯했다. 단숨에 전방 10미터까지 달려온 적호왕은 군사들을 세우더니 검을 뽑아 들고 청호에게 호통을 쳤다.

“네놈이 감히 반역해?”

적호왕의 느닷없는 출현에 청호는 잠시 당황한 듯했지만 곧 평정심을 되찾고는 되받아쳤다.

“반역이라니? 제국의 신물(神物)을 도둑맞은 무능한 자에게 반역한들 그게 무슨 잘못인가? 이제 하늘은 너를 버리고 나를 제국의 왕으로 선택했다. 지금 너의 행동이야말로 나에 대한 반역 행위다. 너는 당장 나에게 무릎을 꿇어라!”

청호가 적반하장으로 호통을 치며 나오자, 극도의 분노로 얼굴이 붉어진 적호왕은 그의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여봐라! 당장 저 반역의 무리를 모두 처단하라!”

적호왕의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군사들은 일제히 청호 대장의 군사들을 공격했다. 그러나 청호의 군사들도 일당백의 친위대답게 재빨리 전열을 재정비하고 반격에 나섰다. 양측의 창과 칼이 무섭게 부딪치고 비명이 난무하는 가운데 천지 사방에 붉은 핏물이 튀었다.

“뭐해요? 빨리 피하지 않고!”

지우는 살벌한 살육 전쟁을 기가 질린 듯 그저 넋 놓고 바라보고 있는 가족들에게 소리쳤다.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린 지우 가족들은 황급히 간이매점으로 달려가 몸을 숨겼다.

하지만 밤이 되고 새벽이 와도 검과 창이 섬뜩하게 부딪치는 소리, 군사들의 함성 그리고 애절한 비명은 그칠 줄 몰랐다. 마침내 붉은 여명이 창문으로 스며들 무렵 갑자기 세상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휴, 이제 끔찍한 전쟁이 다 끝났나 보다.”

밤새 두려운 시선으로 창밖을 흘끔거리던 청파가 몸을 부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공포에 잠을 설친 백랑도 부스스한 모습으로 그의 어미 곁으로 슬그머니 다가가 물었다.

“엄마, 누가 이겼을까요?”

“글쎄, 난들 알겠니?”

청파는 창 너머로 간이매점을 향해 저벅저벅 다가오는 병사들의 흐릿한 모습을 노려보며 대꾸했다.

“큰 형님, 우리는 누가 이겨야 좋은 거죠?”

막내 청랑도 창 쪽으로 다가와 근심 어린 시선으로 백랑을 바라본다.

“글쎄다.”

백랑도 감을 잡을 수 없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불안한 표정으로 지우를 돌아보자 그녀가 입을 열었다.

“차라리 청호가 더 나을 수도 있어요. 내가 그자에게 슈퍼 다이아몬드를 건네주려고 했었기 때문에 적호왕은 우리를 적으로 볼 수도 있어요.”

“그, 그러겠지?”

백랑 역시 그녀의 추측에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었다. 잠시 후 간이매점 문이 요란하게 흔들리더니 뒤이어 적호왕의 거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우, 안에 숨어 있는 것 다 안다! 투항해라!”

“아, 맙소사, 적호왕이 왔어!”

문틈으로 밖의 동정을 살피던 청파는 절망과 두려움에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정말 적호왕이 이긴 거야?”

황호도 재빨리 문틈으로 밖을 내다보더니 그 역시 낭패한 얼굴로 돌아서서 지우를 망연히 바라보았다.

“이제 어쩌면 좋으냐?”

황호가 한숨을 내쉬며 묻자 지우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설사 적호왕이 이겼다 해도 우리를 어쩌지 못할 거예요. 나는 4대 천왕을 부릴 수가 있으니까요.”

그러자 백랑이 심각한 표정으로 나섰다.

“문제는 그다음이야. 적호왕이 슈퍼 다이아몬드를 건네받은 후 변심하면 너도 별수 없어. 젠장, 우리는 다 죽은 목숨이야.”

그의 현실적인 상황 판단에 둘째 흑랑도 맞장구를 치고 나왔다.

“맞아. 우리는 몸속에 가지고 있던 다이아몬드를 모두 빼앗겨서 이제 레이저도 쏠 수 없어. 우리는 나약한 인간보다 못해.”

흑랑의 푸념에 청랑은 풀썩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먹였다.

“아, 난 인간처럼 죽기 싫은데……흑흑,”

“걱정하지 말아요. 오늘 유진 저 사람이 내게 자기 다이아몬드를 주었어요. 내가 대신 레이저를 쏠 수 있어요.”

지우가 자신 있게 말하자 청랑이 반색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백랑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그 다이아몬드가 레이저를 제대로 만들어내려면 많은 시간과 수련이 필요해.”

그의 설명에 맥 빠지는 듯 청랑은 다시 풀썩 주저앉았다.

“아, 그러면 이제 어떡하지?”

다시 울먹이던 청랑은 문득 독기 서린 눈빛으로 유진을 쏘아보며 소리쳤다.

“다 저놈 탓이야!”

그때 지우가 정색하고 청랑에게 말했다.

“오빠, 지금 남 탓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모두 살아남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요!”

“지우야, 무슨 좋은 방법이 있어?”

“백랑 오빠, 난 적호왕과 담판할 거예요.”

지우가 단호하게 대답하자 백랑을 비롯한 가족들의 기대에 찬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 쏠렸다.

“대체 어떻게 담판하려고?”

백랑이 매우 궁금한 듯이 물었지만, 지우는 대답을 하지 않고 슈퍼 다이아몬드를 챙겨서 문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문의 빗장을 풀고 당당히 밖으로 나갔다. 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던 군사들이 지우를 향해 우르르 달려들자, 그녀는 고함을 질렀다.

“내 몸에 털끝 하나라도 대면 모두 죽을 줄 알아!”

그녀의 독기 서린 목소리가 얼마나 앙칼졌는지 이리떼 같은 군사들도 찔끔하여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지우는 군사들 앞에 거만하게 서 있는 적호왕에게 서서히 걸어갔다. 적호왕은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청호의 머리통을 보란 듯이 전리품처럼 쥐고 있었다.

“지우 네가 감히 나를 배신하고 청호 이 놈하고 내통해?”

적호왕은 호통을 치고는 들고 있던 청호의 잘린 머리통을 지우 앞으로 내던졌다. 청호의 머리통은 데굴데굴 굴러오다가 지우의 발에 걸려 딱 멈췄다.

지우는 피와 흙먼지로 범벅이 된 청호의 머리통을 말없이 내려보았다. 초점을 잃은 청호의 가련한 눈알이 지우를 쏘아본다. 그 징그러운 모습에 지우는 부르르 몸서리를 쳤다.

“나는 폐하를 절대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뭐라고? 어제 너는 그 신물(神物)을 청호에게 건네주려고 하지 않았더냐?”

“저는 단지 폐하께서 청호를 보낸 것이라고 여기고 슈퍼 다이아몬드를 건네주려고 했던 것입니다. 결코 다른 뜻이 없었습니다.”

“그 말은 너는 단지 청호에게 속았다는 그 말이냐?”

“네. 저는 처음부터 신물(神物)을 폐하에게 바칠 생각이었습니다.”

지우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자 줄곧 사납게 보이던 적호왕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의 안색을 살피던 지우가 곧장 다시 입을 열었다.

“하오나 그전에 우리 가족의 안전을 보장해 주십시오.”

“좋다. 그것은 원래부터 약속했다.”

적호왕이 흔쾌히 확인을 해주자, 지우는 감사하다는 뜻으로 고개를 숙이더니 다시 그를 올려다본다.

“그리고 마지막 청입니다. 저를 다시 제사장으로 임명해 주십시오.”

지우의 새로운 요구에 적호왕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를 다시 제사장으로 임명하라고?”

“네.”

지우가 다시 그녀의 요구 사항을 확실히 밝히자, 적호왕 옆에서 거들먹거리고 있던 화산의 얼굴색이 확 변했다. 그는 서둘러 적호왕에게 참언 했다.

“폐하, 저 요사스러운 계집의 요구를 거절하십시오. 지우는 분명히 폐하를 몰아내기로 청호와 내통했던 것입니다.”

화산의 일방적인 주장에 지우는 발끈했다.

“화산. 나랑 무슨 원한이 있길래 또 그 따위 허무맹랑한 거짓말을 하는 거냐?”

“거짓말이라고? 너는 예전에 반역자였던 화랑에게 진작부터 포섭당해 우리의 자랑스러운 제국을 무너뜨리는 역모(逆謀)를 꾸미지 않았더냐?”

화산이 여전히 해묵은 음모론을 다시 들먹이자, 의심 많은 적호왕의 얼굴도 다시 빠르게 굳어졌다. 그의 표정이 돌변하자 지우는 화산을 향해 이를 갈았다.

“그것은 이미 소명된 일이다!”

“소명된 일? 그 못된 버릇이 어디 갈까? 이번에는 유진 저 놈하고 꾸민 음모가 여의치 않자, 청호까지 끌어들여 다시 반역을 꿈꾸었다는 것을 폐하가 모를 줄 알았더냐?”

화산의 일방적인 주장에 지우는 기가 막힌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난 절대로 그런 적이 없다고 했잖아! 모두 너의 못된 상상일 뿐이야.”

지우가 화산에게 호통을 치며 항변할 때 집안에서 유진이 뛰쳐나와 격렬하게 항의했다.

“난 단지 돈 벌 생각으로 슈퍼 다이아몬드에 욕심을 품은 것뿐이요! 역모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의 주장에 화산은 오히려 꼬투리를 잡았다는 듯이 의기양양하게 두 사람을 몰아세웠다.

“신물(神物)을 훔치려는 행위 자체가 우리 제국을 위기에 빠트리는 엄청난 역모야!”

그러고는 결론을 내듯이 다시 적호왕에게 돌아서서 고했다.

“폐하, 그런 위험한 생각을 가진 지우가 다시 신물(神物)을 수호하는 제사장에 임명된다면 그 신물(神物)을 가지고 장차 무슨 짓을 꾸밀지 어찌 알겠습니까?”

“폐하, 저는 오로지 제사장으로서 신물(神物)만을 수호할 것입니다. 믿어주시옵소서!”

지우는 적호왕에게 털썩 무릎을 꿇고는 절절하게 자신의 결백을 피력했다. 적호왕은 화산과 지우의 팽팽한 주장에 도무지 갈피를 못 잡겠는 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잠시 후 적호왕은 모종의 결단을 내린 듯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지우, 네가 그렇게 결백하다면 그것을 증명할 기회를 주겠다.”

“증명할 기회요?”

지우는 고개를 번쩍 들고 반색했다.

“그렇다.”

적호왕은 짧게 대답하고는 곁에 서 있던 군사의 검을 뽑아 들더니 지우 앞으로 홱 던졌다.

“청호는 이미 죽었으니 이제 그 검으로 유진 저놈의 목을 쳐라!”

“네?”

지우는 깜짝 놀란 듯 얼굴빛이 하얘졌다.

“네가 저놈의 목을 베면 난 너의 각오와 결백을 인정해 주고 너를 다시 제사장으로 임명하겠다.”

“폐하, 그것만은 제발!”

지우는 황급히 머리를 조아리고는 적호왕의 자비를 구했다. 하지만 적호왕은 더욱 냉혹한 얼굴로 다시 명령을 내렸다.

“긴말 필요 없다. 네가 내 명령을 거부하면 너를 비롯한 너의 가족들도 모두 이 자리에서 참살하겠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적호왕의 군사들은 집 안에 숨어있던 지우 가족들을 모두 끌고 나와 적호왕 앞에 무릎을 꿇렸다. 그리고 일제히 검을 뽑아 들었다. 수십 개의 섬뜩한 검광(劍光)이 허공에서 번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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