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고 남다르게 보여요


평범한 외모의 두 남성이 있다. 갈기처럼 길게 기른 머리 스타일과 평범한 짧은 머리 스타일의 중 누가 더 오래 기억될까? 확률적으로 볼 때 긴 장발 스타일의 남자다. 일반적인 남자들은 머리카락을 길게 기르지 않는다. 외모가 같은 조건에서는 이미지가 독특하면 눈이 가기 마련이다. 개성과 이미지가 남다르거나 특별하면 기억에 오래 남을 수밖에 없다. 시선이 꽂히면 마음과 손이 움직인다. 호감은 특별하고 남다른 이미지에 끌리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방송국에선 신청 사연을 엽서로 받았다. 수천 통의 엽서 중에 소개되는 것은 소수다. 한정된 시간에 사연을 소개해야 하니 당연하다. 몇 년을 신청해도 사연이 소개되지 않은 경우가 있지만 자주 소개되는 애청자들도 있다. 매번 소개되는 애청자들의 신청 엽서는 다르다. 예쁘게 꾸몄거나, 사연은 재미가 있거나 감동적이다. 작가나 진행자가 사연을 골라야 했으니 그런 사연과 엽서에 손이 먼저 갈 수밖에 없다.


대학 시절 학비를 벌기 위해 음악다방에서 디제이로 일했다. 음악 부스 안에 들어가면 소개하지 못한 신청 메모지는 턴테이블 주위에 펼쳐둔다. 디제이가 가장 먼저 손이 가는 메모지가 있다. 펜으로 알록달록 예쁘게 색을 칠했거나, 사연을 빼곡히 적은 메모지다. 성의 없이 곡만 적어도 신청되는 메모지가 있다. 오렌지 주스 한 잔을 부스에 넣어주면 소개 안 하고는 못 배긴다. 30년이 된 빛바랜 음악다방 신청 메모지를 아직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정성 들여 신청한 메모지라 버릴 수가 없다. 선택받기 위해서는 눈에 확 띄어야 한다. 특별하거나 재미있는 사연도 필요하다. 정성과 애를 써야 방송 탈 확률이 높다.

몇 년 전 유튜브에서 30년이 지난 곡이 10대들 사이에 회자가 되었다. 지천명(50세)을 넘긴 시쳇말로 한물간 가수다. 잊힌 가수에 입덕되는 10대가 있다는 것에 놀랐다. 가수 양준일이다. 방송을 통해 그의 노래를 들은 사람들은 열광했다. 리듬과 패션 감각, 퍼포먼스까지 21세기 가수다. 그는 “시대를 앞서가도 너무 앞서갔다.”라는 말을 듣곤 했다.

데뷔 시절을 기억하는 나는 ‘당시 외면받았던 가수가 왜 21세기에 뜨고 있을까?’ 그게 궁금했다. 내가 얻은 답은 특별한 이미지다. 데뷔 사진을 본 10대들은 빅뱅의 GD를 떠올린다. 도플갱어 수준이다. 싱크로율 높을 만큼 닮았다는 건 남다르게 생겼다는 증거다.

가수의 본질은 음악이다. 이 말은 20세기나 통했던 철학이다. 지금은 노래만으로 성공할 수 없는 시대다. 세상에 노래 잘하는 사람은 넘쳐난다. 오디션 현장 입구에 늘비하게 서 있는 사람만 봐도 안다. 대중가수로 굳건히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이 필요하다. 화려한 춤, 예능 감각도 충분한 자격 조건이다. 다만 그것보다 우선되어야 할 조건이 있다. 자기만의 독특한 색채나 이미지다. 특별하거나 남다른 이미지는 대중을 열광케 한다. 강력한 팬심도 갖게 한다. 잊힌 가수를 소환시킬 만큼 강력한 무기다.

이랑주 대표는 대한민국 최초로 비주얼 머천다이징(VMD) 박사 학위를 받은 비주얼 전략가다. 오랫동안 백화점에서 근무했고, 수십 년 동안 수많은 가게와 기업들을 컨설팅도 했다. 그녀 역시 이미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신의 저서 《오래가는 것들의 비밀》의 서문에서, “오래간다는 것은 자신만의 본질을 갖고, 지속해서 시대와 호흡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노력이 반드시 ‘눈에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사람들에게 가닿게 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오래 사랑받는 것들은 ‘자기만의 가치를 보여주는 데 능한 것’이라고 더 정확하게 정의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단순히 좋다고, 잘한다고, 맛있다고 사람의 시선을 잡아둘 수는 없다. ‘가치를 보여주는 데 능한 것’은 우수성만을 뜻하지 않는다. 월등함은 기본이다. 여기에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시선을 잡아, 둘 매력적인 이미지는 선택을 불러일으킬 만하기 때문이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장소든 이미지가 중요하다.


나는 나만의 가치를 이미지로 보여주는 데 능숙하다. 얼마 전 받은 전화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아이온 협동조합 이사장입니다. 제가 새로운 일을 시작했는데 정민 이사장님 생각이 나더라고요, 하는 일도 그렇고 다른 이사장님들과는 확연하게 다르잖아요.” 이 말은 눈에 띈다는 말이다. 처음 대면하는 사람들은 “예술가입니까?”, “문화 관련 일하시나요?” 호감 가진 질문을 한다. 아내의 직장동료들은 남편이 예술과 관련 있는 사람 같다고 얘기한다. 심지어 친분이 있는 사람은 “예술가답다.”라고 말할 정도다. 패션과 스타일이 자유롭고, 과감하기 때문이다. 고루한 관념으론 오래 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만든 이미지다. 자유분방함 속에 만든 이미지로 오래 기억되고, 다양한 일을 폭넓게 하게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화와 관련된 일이 나의 주업이다. 예술에 관련된 것이라면 건축까지 아우른다. 활동 폭이 넓으므로 전문적인 역량은 필수다. 이미지도 한몫한다. 10년 동안 기업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지 영향이 주요했기 때문이다. 전문적 식견이 있어도 선택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면 기업은 망하는 길로 가는 첩경일 뿐이다. 지식만이 전문가를 만든다고? 난 동의하지 않는다. 해당 영역에 대한 지식이 중요할 수는 있다. 문제는 많은 경쟁을 뚫고 결국 선택받아야 한다. 그래서 이미지가 중요하다.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 되면, 선택지 간의 비교우위보다는 이미지의 차별성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300건이 넘는 굵직한 기획물을 만들었고, 영업이익률도 높았다. 남다르게 보이는 특별한 이미지와 소득 차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나는 믿는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먹는 것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먹되, 입는 것은 남을 위해서 입어야 한다.”라는 말을 했다. 이미지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말이다. 1인 기업은 기업가의 이미지가 기업 이미지다. 상투적 이미지로는 1인 기업을 오래 유지할 수 없다. 성공을 위해서는 일과 부합한 이미지를 갖추고 능란하게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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