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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nce Jul 11. 2015

일본 포장마차에서 만난 인연 (1)

큐슈 싸나이 타카하시상

큐슈(九州) 여행


2012년 겨울, 처음으로 큐슈에 갔다. 그 전에도 도쿄나 오사카 등지에 가 본 적이 있었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는 일본에 가기 꺼려졌던 것이 사실이다. 고민 끝에 큐슈를 선택한 이유는 방사능 수치가 높게 나온다는 토호쿠 지방과 꽤 떨어져 있기도 했고 좀 알아보니 은근히 갈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후쿠오카 간의 거리가 도쿄-후쿠오카보다 가깝다는 얘기를 들으니 성질 급한 내가 후딱 시내로 들어가기 편리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공항에서 셔틀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시내(하카타역)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나오면 요런 광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묘하게 마음이 편해진다.


첫 만남


후쿠오카(福岡)에 간 지 3일째 되는 날 밤, 일본 TV 프로그램에서 봐 둔 야타이(屋台, 포장마차)에 가게 되었다. 혼자 앉아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왼편에 앉아 있던 3명 중 한 명의 여성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무관의 제왕이라고 하면(누구일까요)?"

갑자기 머리가 멍해졌다. 그 3명은 분명히 야구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나는 야구에 대해 관심이 없고 일본 야구는 더욱 모르기 때문에 솔직히 고백을 했다.

"저... 제가 야구에 대해 잘 몰라서요. 그리고 며칠 전에 한국에서 와서..."
"아, 그래요? 한국에서 일을 하시나요?"
"...저 한국 사람인데요."
"에에에~~~ 스고이~~~(대단해)"


타카하시상과 처음 만난 포장마차, 후쿠니시키(福錦).


그 여성분 옆에 있던 멋진 인상의 중년 남성이 갑자기 씨익 웃더니 맥주를 한 병 주문해서 내 잔에 따라줬다. 그렇게 술을 얻어마시면서 이대호 선수 등 그들이 궁금해하는 한국 선수들의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검색해서 보여줬다. 다시 "스고이~~~~"라는 반응이 나왔지만 내가 보기엔 그들이 더 대단했다. 이대호 선수야 당시 일본 오릭스팀 소속이었기 때문에 알 수 있다고 해도 한국어를 못 하는 그들이 어떻게 한국 야구 선수들의 이름과 얼굴을 알고 있었는지 난 지금도 잘 모르겠다.



이렇게 만나게 된 큐슈 싸나이 타카하시상. 이번에는 메신저로 연락처 교환을 하자고 해서 폰을 흔들어서 친구를 등록하는 기능을 보여주니 또 놀랜다. 그러더니 자기는 큐슈의 여러 지역에서 살아봤기 때문에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라고 했다. 또 나중에 와이프와 함께 나올테니 술이나 한 잔 하자는 얘기도 했다. 나는 흔쾌히 좋다고 대답했다.



도쿄 청년 O군의 기억


호텔로 돌아와 일본인 지인이 생겼다고 생각하니 살짝 흥분되기도 했고 정말 나중에 연락이 올까 하는 의심(?)도 솔직히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큐슈에 갔던 해의 가을에 파리에 갔었는데 그 때 우연히 만난 도쿄 청년 O군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O군과는 엘레베이터에서 마주친 적이 있긴 했지만 서로 대화를 할 일은 없었는데 어느 날 로비에서 와이파이 접속이 안 된다며 쩔쩔매고 있길래 내가 문제를 해결해 줬고 용기를 내어 술을 한 잔 하자고 제안하니 바로 좋다고 해서 함께 술을 마신 적이 있었다. 그것도 2일 연속으로(3일이었나?).


아마 이런 분위기의 식당/술집에 갔던 듯 하다.


O군은 누나와 함께 파리에 여행을 왔다고 했다. 그때 우리는 술을 많이 마시진 않았지만 얘기를 참 많이 한 것 같다. 나이 차이 때문인지 어쩌다보니 내가 O군의 연애 문제 등에 대해 인생 상담을 해 주는 입장이 되었다. 얘길 하다 보니 주제가 꽤 깊어져서 O군은 내가 친한 친구들로부터도 듣기 어려운 얘기(19금 포함)를 많이 했고 나는 가능한 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조언을 했던 것 같다. 일본인은 친해지기 전까지 쉬이 마음을 열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그런지 조금 의외였다.


우리 함께 술을 마시며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고 서로의 음악 취향을 공유하기도 하는 등 친한 선후배 같은(물론 나도 계속 존대말을 쓰긴 했다)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술은 계속 내가 샀다. 나이차도 그렇고 나는 돈을 벌지만 O군은 학생이니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O군! 우리가 함께 파리에서 먹었던 치즈를 잊었나!


그런 뒤 우리는 서로 메일 주소를 교환했고 우리나라로 돌아와 메일을 보냈지만 왠걸, O군은 답장을 쓰지 않았다. 메일을  한 통 더 보냈지만 온 메일엔 가벼운 인사 외엔 별 이야기가 적혀 있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뭔가 오해가 있었거나 나랑 계속 연락을 해 봐야 별로 재 없을 거라고 판단한 것 같다. 물 나이차가 원인일 수도 있다.


요 애플 파이도 같이 먹었지 않났나 O군!!


아무튼 도쿄 사람은 깍쟁이라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지만 막상 실제 그런 경험을 해 보니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사실 그 전부터 쭉 일본의 TV 프로그램이나 연예계에 대해 얘기를 할 수 있는 일본인 친구가 한 명 정도 생겼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참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였던 것 같다.


그래서...  포장마차에서 식사를 마치고 타카하시상 일행과 작별을 고한 후 이 큐슈 싸나이와 다시 연락이 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다음 글 보기: 일본 포장마차에서 만난 인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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