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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냥이 될 수 있을까?

산책 잘하는 댕댕이가 부러워

by 피터팬


‘나도 우리 집 냥이와 산책 나가고 싶다...’

큰 마음 먹고 하네스를 샀다.

그것도 이쁜 걸로 두 개나.


첫 번째 하네스의 주인은 말 잘 듣는 우리 코짱이.

하네스를 채우는 것까지는 순조로웠다.


하지만 그다음부터가 문제였다.

하네스를 채우자마자 바닥에 철푸덕.

아무리 불러도 꼼짝도 안 한다.

끌어도 소용없다. 완전한 '굳히기' 모드.


일단... 포기.


두 번째 하네스의 주인은 까다로운 초코.

역시나 쉽지 않았다.

하네스를 채우는 순간, 그야말로 ‘지랄발광’.

겨우겨우 채웠는데, 자기가 풀어버린다.

진짜 재주도 좋아라.


그 후로는 아예 내 옆에도 안 온다.


하네스를 채우고 평화롭게 산책 나가는

그 아름다운 상상은, 그냥 상상으로 끝났다.


결국 하네스는 무용지물.

내 마음처럼 안 된다.


하네스는... 다른 주인을 찾아봐야겠다. 힝.


초코는 밖에 돌아다니는 걸 유독 좋아한다.

집 안에서는 잠자고 밥 먹는 시간 빼곤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할 일을 다 마친 초코는

늘 창문에 딱 붙어선

문 열어달라고 한참을 울어댄다.


혹시 밖에 우리가 모르는 초코 남친이라도 있는 걸까?


집이 시골이라

나랑 와이프는 밥 먹고 나면 산책을 자주 나간다.

동네 한 바퀴, 2km 남짓한 길.

식후 산책에 딱 좋은 거리다.


우리가 산책 준비를 하고 현관을 나서면

어디서 지켜보고 있었는지,

밖에 있던 초코가 귀신같이 나타나

우리보다 앞장서기 시작한다.


의도치 않게 초코와 함께하는 산책.

우리가 걷는 속도에 맞춰

초코도 그 짧은 다리로 빠르게 걸어간다.


하지만 경계심은 여전해서

우리와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옆엔 절대 오지 않는다.

불러도 대답 없는 그 시크함.


초코가 같이 따라와 줘서

참 기분은 좋은데,

차가 다니는 큰 도로까지 오면

혹시나 사고라도 날까 봐

우리는 결국 멈추고 돌아선다.


집 근처에 가까워질수록

초코는 또 조용히 사라져 버린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럴 때마다 생각한다.

산책냥이, 우리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냥 내 욕심일까?


ps.

초코야,

코짱아,

나랑 산책 가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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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네스는 안 돼도

초코는 따라오고

코짱이는 꿈에서 함께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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