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문은 다 똑같아!
코짱이 어릴 적, 아파트에서 살던 시절 이야기다.
코짱이는 18평 남짓한 집에서 자랐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우리에겐 충분히 포근한 집이었다.
햇살 좋은 날이면
베란다 창 너머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그저 말없이 바라보던 코짱이.
늘 실내에만 있는 게 안쓰러워
장난감을 하나둘씩 사다줬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흥미를 잃은 장난감만 방 안에 쌓여갔다.
아파트의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하지만 다행히 우리 집은 11층.
멀리 바다가 보이고, 뒤로는 한라산이 보이는 곳.
현관문만 열어도 시원한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치곤 했다.
그래서 에어컨 없이도, 방충망 하나면 여름을 버틸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일이 터졌다.
코짱이가 방충망을 부스럭거리더니
머리로 밀어 구멍을 내고는 밖으로 나가버린 것이다.
방충망 아래 귀퉁이가 개구멍처럼 뚫려 있고
그 자리에 바람만 휑하게 드나들었다.
몇 시간 동안 아파트 복도와 계단을
샅샅이 뒤졌다.
해는 떨어지고, 열대야에 지쳐가던 찰나.
“고양이를 임시 보호하고 있다”는
아파트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그 고양이가 우리 코짱이였고,
위치도 다름 아닌 바로 윗집.
당황한 마음을 안고 윗집으로 올라가 보니
그 집 역시 우리 집처럼 생긴 현관문, 같은 방충망.
아마 코짱이는 그 집을
우리 집으로 착각하고
또다시 방충망을 뚫고 들어가 버린 것 같다.
윗집 주인께서는 너무 놀랐다고 했다.
설마 고양이가 방충망을 뚫고 들어올 줄은...
나는 죄인처럼 연신 사죄하며
훼손된 방충망은 꼭 수리하겠다고 약속드렸다.
코짱이를 품에 안고 내려오는 길,
사고 친 녀석이 밉기도 했지만
그보다 ‘찾았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
그날, 코짱이에게 조그만 캣타워를 선물했다.
그게 부모의 마음일까.
사고를 쳐도 돌아와 주면 다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
ps.
코짱아, 집 나가면... 우주미아 된다.
집이 이렇게 많은데
왜 하필 윗집이야?
다음엔 초인종이라도 눌러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