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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짱이가 지우는 흔적

코짱아 미안해

by 피터팬


참…

코짱이에게

정말 미안한 일이 있다.


한때 코짱이의 건강이 좋지 않아

약을 먹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약이 잘 맞지 않았는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오바이트를 자주 했다.


처음엔

치우기 힘든 곳은 피해주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이불, 창틀, 바닥 구석...

가리지 않고 토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그럴 때마다 화를 냈다.


“여긴 아니지, 코짱아!”

“왜 또 여기야...”


큰 소리까지 내며

코짱이를 야단쳤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어김없이 들려온 그 소리.


켁켁, 꺼억...


분명 오바이트 소리였다.

불을 켜고 찾아보면...

없다. 아무것도.


그 다음날도,

그 다다음날도.


소리는 들리는데

토사물은 보이지 않았다.


‘헛구역질인가?’

‘아니야, 분명 뭔가 쏟아지는 소리였는데...’


그리고 그날 저녁.


코짱이가 또 오바이트를 하길래

살짝 숨어 지켜보았다.


그런데...

도저히 믿기 어려운 장면을 보았다.


자신이 토한 걸

코짱이가...

다시 먹고 있었다.


한참을 머뭇거리다,

분명 싫은 표정인데도

조심스럽게... 조금씩...


눈물이 핑 돌았다.


코짱이는
혼나지 않으려고
자신이 토한 걸
조용히 치우고 있었던 거다.


나는 너무 쉽게 화를 냈다.
코짱이는 그저 아파서 그런 건데.


작은 몸으로
눈치를 보고,
흔적을 감추고,
혼나지 않으려 애쓰던 그 마음을
이제야 알았다.


ps.

코짱아.

그땐 정말 미안해.

이제 혼내지 않을게.


다음부터는

편하게 오바이트해도 돼.


근데,

이불이랑 창틀에서만은

부탁 좀 하자.

치우기 너무 힘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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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등을 보이던 너의 마음을
이제야 바라보게 되었다.
다음엔, 그냥 말해줘. 괜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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