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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팬 Jun 28. 2022

결혼 10년 차, 제주에서 홀로서기

미래를 위한 아내의 제주 탈출


결혼 10년 차, 제주살이 7년 차
아내의 폭탄 발언



와이프가 폭탄발언을 했다.

정말 핵폭탄을 맞은 듯했다.


노후를 위한 선택이라며, 서울로 이직을 하겠다고 다음 주가 면접이랬다.


"갑자기 인 서울"

"다음 주 면접이야"

"그럼 나는"

"혼자 살아, 나 없이도 잘 살 거야" 

"이제 모든 경제적인 생활비는 오빠가 알아서 해"

"내일 통장 정리할 거야"


제주에서 5년 동안 살면서 월급은 적지만 나름대로 둘만의 행복을 꿈꿔왔다.

하지만 와이프는 아니었나 보다.


난 프리랜서로 일정한 수입 없이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정수입은 늘 와이프가 담당했었다.



폭탄발언의 숨은 뜻



와이프의 폭탄발언은,

7년 동안 백수 아닌 백수로 지낸 나의 경제적 독립과 와이프 커리어의 회복이었다.

서울에서 홀로 지내기가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서울행을 선택한 이유는 와이프 커리어에 맞는 곳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와이프는 제주도의 직장을 다니면서 커리어에 맞지 않는 일을 한다며, 짜증을 내면서도 적은 월급에 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줄곧 버텨왔다고 한다. 



오빤 제주 사는 게 행복해?


가끔 뜬금없이 

"오빤 행복해?" 

"난 행복한데!"

"오빠라도 행복해서 다행이다"


이 말의 뜻을 그렇게 몰랐었다. 그렇게 7년이 지났다. 

와이프는 나 때문에 커리어에 맞지 않은 일을 여기, 제주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한 것이다. 


나라고 제주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않은 건 아니다.

기회만 있으면 이일 저일 알아봤지만 나이 많은 나를 여간해서 써주는 데가 없었다.

그래서 힘들게 사업자를 내고 개인사업을 하는데 코로나가 터져서 사업마저 어려워졌다.

모든 생계는 와이프가 책임졌다. 한없이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저질체력에 막일을 갔다 오면 일당보다 치료비가 더 많이 들었다.

와이프는 내가 대기업 다닐 때가 제일 행복했었다고 한다.



노후를 위해 각자 홀로서기



와이프는 나의 경제적인 독립을 위해 결혼 10년 차 초 강수를 두었다.

통장에 200만원을 남겨두고 결국 제주를 떠났다.

와이프는 면접을 보고 당당히 인 서울에 성공했다. 

취업에 들뜬 듯이 축하는 했지만 한쪽 가슴이 텅 빈 기분이다. 

와이프가 서울 가기 전, 나의 한 달 생계 유지비가 130만원이라고 친절히 계산까지 해주고 갔다.

다음 달부턴 200만원이 들어있는 통장에서 생활비가 빠져나간다.

이제 생계를 위해서는 각개전투다.



미래를 위한 약속



와이프는 서울에서 난 제주에서 각자 경제적으로 자리를 잡자고 했다.

빠르면 1년, 늦어도 2년 안에 인 서울을 할지, 인 제주를 할지 그때 고민하자고 했다.

내가 경제적으로 자리를 잡는 조건으로 노후를 위한 첫걸음이지만 시작이 무겁기만 하다.

시간이 지나면 와이프의 걸음과 나의 걸음이 가벼워 질라나. 

나 제주에서 홀로서기 잘할 수 있겠지?






애월바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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