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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부초밥 Aug 11. 2023

하늘색 하늘


“날씨 좋다~”

아이가 말했다. 우산이랍시고 옷걸이를 쓰고 나와서는, 지하 주차장에서.

‘우산’을 쓰고 나와서 할 말은 아니지 않나. 나는 속으로 생각하고는 기가 차 웃으면서 말했다. “날씨가 좋은지 여기서 어떻게 알아. 날씨가 좋은지 알려면 나가 봐야 하는 거야. 나가려면 카시트에 타서 벨트 매.” 남편과 눈을 마주치고 우리는 씨익 웃었다. 카시트 태우기 좋은 서사였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깨달았다. 날씨가 정말 좋았다. 하늘은 하늘색이었고, 나무는 초록색이었다. 미국에 와서 가장 감사하게 여기는 부분 중 하나는 하늘이 정말로 ‘하늘색’이라는 사실이었다. 정말 감사하리만치 하늘색이다.

맑은 날이면 하늘색 하늘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그것이 녹색과 어울려 얼마나 눈이 부신지, 그런 풍경을 보고 하루에 몇 번이나 감사하는지. 그저 마트에 장을 보러 가는 길에도 색이라는 게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에 또 얼마나 수도 없이 감탄하는지.

하늘색 하늘에 하얀색 구름은 또 어찌나 선명한지. 가끔 구름이 많아지면 연한 하늘색이 되었다가 구름이 사라질 때면 파란색 하늘이 되곤 하는데, 색이 짙어져도 아름다움은 그대로이고, 색이 연해진다 해서 그 아름다움이 연해지는 것도 아니었다. 왜 내 첫 번째 글이 색에 관한 글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매일매일 깨닫게 된다.


한국에서도, 직장을 다니던 시기에도 유난히 날씨가 좋은 날들이 있었다. 그러나 자연의 색이 아름답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생각했다. 이 행복을 곁에 두기 위해서는 행복의 근원을 파헤쳐 볼 필요가 있었다. 빌딩 숲 한복판에서 살다가 교외에서 살게 된 탓이 5할,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서도 잠시 해방되어 마음의 여유가 차오른 탓이 3할, 목적만을 바라보며 살다가 주위를 둘러보게 된 것이 2할. 이렇게 생각해 보다가 결국에는 모든 것이 다 같은 뜻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저 마음에서 나온 여유가 10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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