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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부초밥 Aug 25. 2023

엄마의 시간은 점점 빠르게 흘러

아들은 그네를 좋아했다. 그네가 진자운동을 할 때 아이의 머리도 같이 춤을 췄다. 눈곱감기에 걸렸는지 내내 콧물을 흘리다가 눈곱이 끼는 걸 반복하던 차였다. 때문에 오랫동안 집 밖을 나서지 못한 참이었다. 집 근처 공원에 갔다.

그네가 가장 높은 곳으로 향할 때 아들의 웃음소리도 꺄르르 높아졌다. 그네가 가장 낮은 곳으로 향할 때 아들의 귀 옆머리가 살짝 들렸다가 살포시 내려앉았다. 머리를 잘라줄 때가 되었나.


아들은 어려서부터 머리숱이 별로 없었다. 아직 들어본 적도 없는 아들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나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나 한 번도 머리 자른 적 없어요~"

14개월이 되어서야 아들은 처음으로 머리를 잘랐다. 머리숱이 워낙 없는 탓에 그리 거창할 것도 없었다. 가위질 열댓 번이면 충분했다. 아들의 배냇머리는 그렇게 내 서툰 가위질 몇 번으로 잘려나갔다.


"쑤기 이제 뒷머리도 잘라줘야겠네요." 아들 친구 엄마가 말했다. 그랬다. 내 것의 10분의 1도 채 안 되는 짧은 생도 세월이라고, 아들이 자라온 세월만큼 뒷머리도 자라 있었다. 조잡스러운 가위질로 기장만 자르다가는 어울리지도 않는 바가지머리를 하게 될 참이었다. 유튜브에서 뒷머리에 층 내는 방법을 검색했다.


머리 자르는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서툰 엄마의 가위질은 점점 더 능숙해져 간다. 그만큼 아이도 제 삶에 익숙해져 간다. 언젠가 엄마 손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뛰어나갈 너이다. 야속하게도 엄마의 시간은 점점 빠르게 흘러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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