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들에게 쓴 편지
2년 전 겨울, 크리스마스날 초6, 초3 아들 둘만 미국 LA 고모집을 보냈었다.
대한항공 UM(Uncompanined Minor) 서비스를 이용해서 아이들만 미국행 비행기를 태웠다. 큰 애 보다 한 살 많은 사촌 누나와 즐겁게 놀 것이고 애들의 고모, 고모부가 LA 공항에 나와있을 예정이라 걱정할 건 하나도 없었다. 그 무엇보다 나에게는 한 달이라는 자유시간이 생기는 기회였다.
큰 애를 낳고 13년간 누려보지 못했던 자유!!!
꿈이냐 생시냐 했었지만 막상 애들을 보내는 날이 되니 비행기에서의 10시간이 너무나도 걱정되었다. LA에 도착해서 애들이 고모와 고모부를 만나고 나면 그다음은 걱정할 것이 없었다.
고모는 이미 애들을 위해서 유니버설 스튜디오 연간 회원권을 끊어놓았고 매일매일 아이들을 위한 스케줄로 꽉 채워놓았다고 했으니 아이들이 도착만 잘하면 천국 같은 시간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문제는 비행기 안에서의 시간들..
후기를 찾아보니 더 어린아이들도 부모나 보호자 없이 직항을 타고 아무 문제 없이 외국을 잘 다녀왔다는 글들이 많았다.
그래. 걱정하지 말자.
잘 다녀오겠지
그렇게 맘을 다잡고 아이들을 비행기에 태웠다.
아이들이 가기 전날 크리스마스 카드에 구구절절 얼마나 사랑하는지, 한 달 동안 좋은 경험이 되기를 바라고, 너희는 나에게 선물이며, 너희의 인생에서 잊지 못할 한 달이 만들어지는 것에 엄마도 기쁘다며 길고 긴 장문의 글을 썼다.
그리고 아이들이 메고 갈 배낭 바깥 주머니에 카드를 넣어주었다.
아이들이 승무원의 안내를 따라 비행기를 타러 가기 직전, 아이들에게 엄마가 카드를 써서 가방에 넣어뒀으니 비행기 자리에 앉으면 읽어보라고 알려주었다.
애들이 카드 읽고
울지나 않을는지.. 아휴
심란과 홀가분한 양가적인 감정을 가지고 인천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아이들이 돌아왔고 짐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미국에서의 일들을 이야기하며 여행을 마무리할 때였다.
얘들아.
엄마가 준 카드는 어디 뒀어?
……
아들들의 표정은 무언가를 잊은 표정이 아니었다.
…..
엄마 도대체 무슨 편지를 말하는 거예요?라는 표정.
…..
내가 넣어줬던 카드는 넣었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아 맞다. 읽어보는 걸 까먹었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