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 콜로니아로 당일치기 여행 - 2015/05/04(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사이의 작은 나라 우루과이는 브라질에서 내륙으로 들어갈 수도 있었는데, 우리는 부 노스 아이레스에서 배를 타고 강을 건너 콜로니아 델 새크라멘토(이후 줄여서 콜로니아로 부른다.)에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로 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 콜로니아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에게 번갈아 점령할 만큼 전략적으로 중요한 요충지였는데, 그런 이유로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건축양식이 모두 남아있다.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이후에도 수많은 전쟁을 치르며 지정학적 요충지로써의 비극을 감내해야만 했다고 한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콜로니아로 오가는 왕복 배 삯에 추가 비용을 조금 더 내면 가이드가 인솔해서 설명해주는 오전 투어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하기에 신청했는데, 가이드의 설명은 산만하고 부실했으며 별 내용 없이 금세 끝나버렸다.
아침 일찍 출발하느라 배가 고팠던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 식당으로 들어가 자리 잡고 앉아서 이곳의 명물이라는 치비또(Chivito)를 주문했다. 감자튀김과 쇠고기 스테이크에 계란 프라이를 얹고 각종 채소와 함께 먹는 음식인데 푸짐하고 맛있어서 대식가인 우리 아이들에게도 한끼 식사로 손색이 없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은 만고의 진리임이 분명했다. 일단 배가 부르고 나니까 이 도시의 아름다움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담장마다 만개한 자주빛깔 꽃나무들, 가을로 물든 키 큰 나무들이 떨 군 나뭇잎이 뒹구는 거리, 올록볼록 깔린 오래된 돌길, 그 돌길을 따라 강 쪽으로 걷다 보면 나뭇가지에 걸쳐진 채 물비늘을 일으키며 강물이 반짝이고 있었고, 낮은 강가 쪽에서 도시 쪽으로 올려다보면 낮은 구릉을 만들며 이어지는 돌길과 가로수가 정겹다. 눈에 닿는 모든 것들이 곱고 선명하고 깨끗하다.
학교가 있는 길을 돌아 강가로 내려가 나무판자로 만들어진 작은 선착장으로 걸어갔다. 배를 타고 건너올 때도 느꼈지만 라플라타 강은 강이라고 하기엔 너무 크다. 붉은빛의 흙탕물이 아니었다면 바다라고 해도 쉽게 믿었을 것이다.
온화한 오후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강을 따라 걷노라니 식곤증이 몰려와 노곤해졌다. 아이들은 강이 보이는 공원 벤치에 누워 낮잠을 즐겼고 나도 아이들 옆에 앉아 강바람을 자장가 삼아 잠깐 눈을 붙였다. 300년 전 전쟁의 포화로 집이 허물어지고 죄 없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을 이 도시에 깃든 지금의 이 나른한 평화가 더없이 소중하다.
흙빛 라플라타 강이 대서양과 합쳐지는 곳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며 우루과이로 왔다가 대륙을 흘러 거대한 강물을 이룬 강 상류 쪽으로 지는 해를 보며 아르헨티나로 돌아왔다. 하루를 참 알뜰하게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