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엘 찰뗀: 콘도르 전망대 - 2015/05/19(화)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때로 우박이 쏟아졌다.
안데스 산맥의 끝자락 빙하의 골짜기 마을에서 부는 바람은 엄청난 위력을 가졌다. 아이들과 또레 산(Cerro Torre) 쪽으로 트레킹을 다녀오려고 나섰으나 바람의 힘에 밀려 앞으로 걸을 수도 없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또레 산 트레킹을 시도했으나 추운 날씨에 아이들이 비에 젖은 채로 바람에 발을 잘못 디뎌 산에서 미끄러져 뒹굴기라도 하면 큰일이겠다 싶어 좀 더 쉬운 코스로 목적지를 변경했다. 엘 찰뗀 입구의 피츠로이 강 건너편 낮은 언덕인 콘도르 전망대(Minador Condor)가 바로 그곳이다.
꼰도르가 많이 출몰한다는 이곳엔 키 작은 덤불과 관목들만 자라고 있어서 멀리서 보면 푸른 풀밭처럼 보이는데, 그 풀밭 언덕에 난 좁은 길이 까까머리 사내아이의 가르마처럼 지그재그 모양으로 이어져 있다. 중세시대 칼과 방패를 든 병사들이 일렬횡대로 적군에게 달려드는 전투가 벌어지던 넓고 둥근언덕처럼 보이기도 하고, 이란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 아이들이 숨 가쁘게 뛰어다니던 좁은 산길이 겹쳐 보이기도 하는 정겨운 길이다.
가파르지 않은 길을 한 시간 반쯤 오르자 꼰도르 전망대의 정상에 다다랐다. 기대했던 콘도르는 볼 수 없었지만,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엘 찰뗀 마을과 마을 주변으로 흐르는 두 개의 강물 줄기가 발아래로 동화처럼 펼쳐지고, 반대편으로는 비구름에 가려 보일 듯 말 듯한 얼음산 피츠로이와 또레 산이 보석처럼 빛나며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전날의 피츠로이 코스도 완주하지 못하고 오늘은 날씨 탓에 또레 코스에 도전하지 못했으니, 어찌 보면 엘 찰뗀에서 계획했던 트레킹에 모두 실패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엘 깔라파떼로 떠날 날이 정해진 여행 일정을 가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었으므로 후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