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마을의 밤

칠레, 산띠아고에서 아따까마로 이동 - 2015/06/03(수)

by 민경화

산띠아고 공항에서 깔라마(Calama)로 이동 후 아따까마로 이동하는 날이다.

산띠아고에서 깔라마까지는 길이 험해서 버스로 24시간이 걸린다고 하는데, 버스가 아닌 비행기로의 이동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깔라마 버스 터미널에 대한 흉흉한 소문 때문이었다. 길에서 강도를 당했다카더라, 터미널 근처에서 린치를 당했다카더라, 여행자만 노리는 사람들이 있다카더라 등등, 아이들을 동반한 엄마인 나에게 깔라마 버스터미널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버스 대신 선택한 비행기는 지금껏 타보았던 비행기 중 가장 작은 것이었는데, 소음이 심해서 바로 옆사람과의 대화도 잘 들리지 않았다. 치안상의 안전을 위해 깔라마 터미널을 피하려고 선택한 하늘길 여행이었으나, 막상 비행기에 타고 보니 이 시끄럽고 작은 비행기가 과연 안전하게 우리를 깔라마 공항까지 태워 줄 것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비행기는 무사히 우리를 깔라마 공항에 내려주었고, 깔라마 공항에서 1시간가량 꼴렉티보를 타고 달려 아따까마에 도착했다.

산 뻬드로 데 아따까마(San Pedro de Atacama)는 붉은 사막 흙으로 만들어져 집도 벽도 길도 온통 붉은 작은 사막 마을이었다. 아따까마에서 머물 예정이었던 호스텔에 들어서니 자유로운 히피 분위기에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배낭을 짊어진 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호스텔에 들어서니 호스텔 관리인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아이들을 동반할 수 없다고 정중히 거절하고는 우리가 머물만한 숙소로 안내하겠다며 호스텔 꼬르바치(Residencial Corvatsch)로 우리를 안내했다.

거대한 나무문이 달린 이곳은 안쪽에 호텔과 함께 동명의 여행사도 운영하는 꽤 큰 규모의 호스텔이었다. 우리가 머물 방은 2층에 있었는데, 호스텔 관리인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너무 가팔라서 아이들이 오르내리기에 위험하니 그리 오르내리지 말고 건물 밖으로 돌아다니라고 했다. 하지만 그 가파르고 삐걱대는 계단은 우리 아이들에게 몹시 매력적인 것이서 내가 아무리 주의를 주어도 아이들은 관리인의 눈을 피해 그 계단으로 다니며 재미있어했다.

유럽 혈통에 풀 메이크업을 하고 도도한 눈빛으로 투숙객들과 눈도 잘 맞추지 않는 여사장은 늘 차가운 표정으로 사장실에 앉아있곤 했는데, 3박 4일을 머무는 동안 단 한 번도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녀는 우리 아이들이 사장실 바로 앞으로 난 그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인상을 쓰며 쏘아봐서 머무는 동안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지만, 그녀 이외의 인디오 직원들은 모두 친절하고 순박했다.

길도 익히고 저녁도 해결할 겸 식당을 찾아 길을 나섰다. 온통 붉은색으로 만들어진 길에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자 사막 마을은 아늑하고 로맨틱한 분위기로 변신했다. 주린 배를 채우고 그 붉고 보드라운 흙길을 걸어 숙소로 돌아오는 길, 춥지만 않았다면 맨발로 걸으며 흙의 감촉을 느끼고 싶을 만큼 발 밑으로 전해지는 폭신한 느낌이 좋았다. 새까만 밤하늘에 흩뿌려진 보석처럼 빛나는 별들을 머리에 이고 있는 사막 마을의 밤이 참 예쁘다.


997CF03359F923C0218D64 깔라마에서 아따까마로 가는길, 창 밖 풍경
997B433359F923BE211B89 아따까마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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