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아따까마: 소금호수 투어 - 2015/06/05(금)
사막 마을에서는 샤워하는 내내 죄책감이 들었다.
‘여기서 내가 이렇게 물을 써도 되나?’ 최대한 빨리 샤워를 끝내고 샤워한 물로 빨래를 했다. 그런데 어젯밤, 샤워 후 물을 잠갔는데도 수도꼭지에서 계속 물이 한두 방울씩 떨어졌다. 그야말로 피 같은 물이니 허투루 새는 한 방울의 물도 아까운데 이를 어쩌나. 뒷마당에 빨래를 널며 만났던 프랑스 청년에게 에스파뇰을 할 수 있으면 호스텔 관리인에게 샤워 부스의 물이 새지 않도록 고치라고 말해달라고 부탁했더니 바람처럼 카운터로 달려가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그도 나만큼이나 물을 쓰며 마음이 편치 않았었나 보다.
어제 달의 계곡을 다녀와서 오늘 마땅히 할 일을 찾지 못한 채 주방에서 아침식사를 준비하던 중 어젯밤에 만났던 그 프랑스 청년을 만났다. 인사를 나누다가 아이들과 할 만한 게 있을까 물어봤더니 소금 호수에 가보라고 했다. 호수의 소금 농도가 높아서 물에 둥둥 뜨는데 아이들이 좋아할 거란다. 숙소에서 운영하는 여행사에서 숙박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저렴하게 투어 상품을 팔고 있으니 그렇게 다녀오라는 팁까지 줬다.
급하게 수영복을 챙겨 들고 예정에도 없던 소금 호수로 출발했다. 막상 투어 밴에 올라타고 보니 가이드를 겸하고 있는 운전기사가 영어를 못한다며 에스파뇰로만 설명을 했다. 투어 밴에는 우리 말고도 미국 LA에서 온 중년의 남매가 있었는데 그들과 우리 셋은 산띠아고에서 왔다는 젊은 커플의 서툰 영어에 의지해 언제까지 밴에 돌아와야 하는지 정도만 이해하며 투어에 나서야 했다.
다섯 곳의 소금 호수에 들렀는데 그중에서 물에 들어갈 수 있는 곳은 두 곳이었다. 사방이 거친 소금 흙으로 둘러싸인 사막 한가운데 자리 잡은 소금호수는 고운 모래사막의 오아시스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두 군데의 호수 중 첫 번째 호수에는 우리가 도착했을 때 벌써 다른 방문자들이 물에 들어가서 머리와 팔다리만 물 밖으로 내놓고 호수 한가운데에서 둥둥 떠서 유쾌하게 웃으며 소금 호수를 즐기고 있었다.
제법 수영을 하는 형주는 저벅저벅 거침없이 소금 호수 안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머리와 팔다리만 물 밖으로 내놓고는 신기하다며 어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호기심 천국인 제나는 자기도 오빠처럼 둥둥 떠다닐 거라며 신이 나서 호수로 한두 발짝 들어서더니 갑자기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소금물의 농도가 어찌나 짙었는지 여린 살갗에 닿는 순간 타는 듯 따가웠던 것이다. 급하게 식수로 소금물이 닿았던 다리를 닦아주고 근처에 나뭇가지로 만들어 둔 그늘 막으로 들여보냈더니 그제야 울음이 진정되었다.
제나를 그늘 막에 남겨두고서 나도 형주에게 가려고 호수로 걸어 들어가 허리 높이에서 살짝 다리를 들어 보니 신기하게도 몸이 둥실 떠올랐다. 형주가 다가와서 나를 더 깊은 곳으로 끌고 가자 서서히 겁이 나기 시작했다. 나 보다 훨씬 뚱뚱한 남자들도 물에 둥둥 떠서 여유를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깊은 물에 떠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나는 몸에 힘을 주고 버둥거리다가 몸이 뒤집혀서 머리가 소금물 속으로 들어가 허우적거리고 말았다. 그러는 통에 초고염도의 소금물이 내 눈과 코, 입에 들어갔다. 고통을 측정하는 10단계의 게이지가 있다면 그날 내가 소금호수에서 느낀 고통은 9.9단계 정도였을 것이다. 한참을 허우적거리며 간신히 물 밖으로 나와 식수로 눈코 입을 씻어냈지만 머릿속이 타는 듯한 고통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소금호수의 무차별 공격에 놀란 제나와 나는 나뭇가지 그늘 막에서 패잔병처럼 쭈그리고 앉아 일행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다음으로 방문했던 곳은 지름이 10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호수였는데 깊이가 20미터 이상이고 소금 염도가 그리 높지 않다고 했다. 수영을 잘하는 청년들 몇몇이 멋지게 다이빙을 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수영에 자신이 있는 형주도 다이빙에 도전해보려고 했으나 그렇게 깊은 물에 다이빙을 한 경험이 없었던지라 몇 번 망설이다가 결국엔 포기하고 말았다. 함께 투어 밴을 타고 온 일행들이 몇 번이나 ‘우노, 도스, 뜨레스’ 구령을 붙여주며 형주의 다이빙을 응원했지만 결국 포기하자 괜찮다고 웃음과 박수를 보내주며 소년을 다독여 주었다.
투어 일정은 멀리 산을 배경으로 앞에 커다란 소금 호수가 있는 넓은 호숫가에서 소금호수에 비친 일몰을 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서서히 식어가는 지열로 흐릿한 주홍빛을 띠던 대지와 저 먼 곳의 설산들, 그리고 소금호수에 반사되어 두 배로 강렬히 빛나던 태양... 그 모든 것들이 아이들의 눈에서는 어떤 빛깔로 기억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