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텔 주방에서 만난 사람들

칠레, 아따까마 - 2015/06/06(토)

by 민경화

엘 깔라파테에 찬차가 있었다면 이곳 아따까마에는 ‘까멜라’가 있다. 호스텔 주인이 키우는 작고 하얀 강아지인데, 아이들은 이 장난꾸러기 강아지와 노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자기가 놀고 싶으면 공이랑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와 던져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우리가 식사 준비를 마치고 식탁에 앉으면 식탁 주변을 맴도는가 싶더니 어느새 식탁 위로 껑충 뛰어올라 먼저 음식 맛을 보고 달아나곤 했다.

특별한 일정이 없어서 주방에서 까멜라와 놀며 오전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여러 사람들이 주방에 들어섰다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를 보고는 인사를 건네 왔다. 수도꼭지의 인연으로 알게 됐던 프랑스 청년 일행은 우리보다 하루 먼저 떠나면서 아이들 먹으라고 왕사탕 한 봉지를 주고 떠났다. 산띠아고로 자원봉사를 왔다가 우유니로 향한다는 호주 할머니는 정년퇴직 후 자원봉사로 점철된 노년의 건강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폴란드에서 와 홀로 여행하는 청년은 폴란드가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변하는 과정을 겪을 몸소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모든 물자가 흔해지면서 질이 떨어지고 이윤만을 추구하는 강퍅한 사회가 된 지금의 자본주의 보다, 물자가 귀했지만 모든 게 유기농이었고 진짜였던 정감이 넘치던 사회주의 시대의 폴란드가 그립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에게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겪었던 우리의 여행 이야기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 사는 우리나라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여행이기에 가능한 이런 소통의 순간이 더없이 소중하다.


99166F3359F931A91B36ED 누가 막대기 물어왔니? 까멜라? 아니면 제나?
995AA33359F931AC1867D1 까멜라와 함께 노는 남매
99E8963359F931AF0ECD34 주방에서 음식을 탐하는 까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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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남매를 데리고 마을 구경에 나섰다. 매일 다니던 거리에서 조금 더 떨어진 골목까지 걸어가다가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통닭집을 발견하고는 옆 테이블 사람들이 먹는 메뉴를 손짓으로 주문해 먹었다. 밖으로 나오니 광장에서 음악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흥에 겨운 제나는 내 손을 잡고 덩실덩실 춤을 추고, 형주는 그런 우리가 창피하다며 멀찍이 도망을 갔다. 돌과 흙으로 만든 작은 도랑을 깡총 거리며 건너 다니고, 마을 한편에 위치한 인디오 시장에서 고산병에 좋다는 꼬까 잎도 사서 씹어 보고, 이런저런 물건을 구경하며 사막 마을에서의 마지막 하루를 보냈다.

우리는 내일 칠레를 떠나 볼리비아로 들어간다.


9953F83359F933C82426B7 경찰서와 여행자 센터, 인디오 시장 골목이 있는 광장
999DF63359F933CA1FDEF1 거리 옆으로 흐르는 도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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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5993359F933CE20E1F9 현지인 식당
9949DB3359F933D004BD0E 광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추는 모녀
9992493359F933D50EC634 기념품 가게와 여행사가 모여 있는여행자의 거리
9961D03359F933D720814D 동네 아이와 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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