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투어 - 2015/06/08(월)
해발 4천 미터 고지대에 위치한 지상 최대 넓이의 소금사막을 가진 우유니의 밤은 혹독하리 만치 춥다. 저녁에 빨래를 빨아 밖에 널어 두면 바로 빳빳하게 얼 정도다.
소금사막만 보고 빨리 이동하는 게 상책이겠다 싶어서 오전에 터미널에 들러 다음날 뽀또시로 이동하는 버스표를 예매하기로 했다. 버스터미널로 가는 길에 초등학교를 발견했는데, 흰 옷을 입은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상쾌하다. 조용한 평일 오전 시간에 학교 담장 밖으로 아이들의 에너지가 넘쳐 나와 시골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터미널 근처 가판대에서 즉석에서 짜서 파는 오렌지 주스와 남미의 왕만두 살떼냐를 사 먹으며, 소형 라디오와 전자계산기 등의 전자제품과 옷가지와 잡화를 파는 짧은 시장 거리를 구경하며 걸으니 어느새 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 쪽으로 걸으며 만났던 사람들의 순박한 표정과 정겨운 일상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사진으로 찍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관광지에서 흔히 만나는 다소 상업적인 표정으로 자신들을 카메라 렌즈 앞에 과감히 드러나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아닌, 성실하고 진지한 생활인인 이곳 사람들이 자신들의 일상이 낯선 여행자에게 흥미로운 피사체로 비춰지는 것이 마치 그들의 삶을 구경거리로 만드는 행동으로 여겨질까 두려워 그들에게 감히 카메라를 들이대기가 조심스러웠다. 주머니 속의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다가 결국 꺼내지 못하고, 말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어눌한 동양인 여행자의 웃는 얼굴로 그 거리를 걸으며 거리 풍경을 그저 마음속에 담았다. 여행지에서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사람들의 친절과 유쾌한 매너를 ‘상업적인 표정’이라고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도 물론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천성이 그렇게 사람 좋고 이방인에게 열린 태도를 가진 사람들도 분명 많이 있고 여행자들 입장에서는 그런 현지인을 만난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낯선 이방인에게 열린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 쉽게 함부로 말하는 것도, 그들이 원치 않는데 그들의 삶을 내 마음대로 피사체로 삼는 것도 옳은 일은 아닐 것이다. 어쨌든 이런저런 이유로 복잡한 마음을 가진 나는 어디서도 마음이 편치 않으니 이 모든 것은 그저 내 탓일 뿐이다.
오후 3시에 여행사에서 주는 장화를 신고 소금사막으로 출발했다. 비포장도로를 30분 정도 달려가니 모래사막으로 둘러싸인 풍경 끝에 갑자기 사방이 온통 눈부시게 하얀 소금사막이 펼쳐졌다. 이정표도 없이 사방이 온통 하얗기만 한 소금사막에서 가이드 조니는 몸에 밴 감각만으로 길을 찾아냈고 30분을 더 달려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에 일행을 내려줬다.
아!
대자연의 힘은 도대체 얼마나 거대한 것일까? 아무튼 우리 상상의 범주에서 한참 밖인 것만은 확실하다. 바닷물을 말려 이렇게 끝도 없이 넓은 소금사막을 만들어 내다니...
소금사막의 표면은 전혀 굴곡이 없는 완전한 평면이었고 그 평면은 소금 결정들이 벌집 모양으로 작은 육각형을 이루며 표면 전체를 덮고 있었다. 조니의 설명에 따르면 소금층은 7미터 두께로 덮여 있고 그 아래에는 물이 있단다. 원래 소금사막은 우기와 건기가 나뉘어 있어서, 우기에 방문하면 물이 찰박거리는 소금사막에서 위아래 반사되는 사진을 찍기 좋고, 건기 때에는 바싹 마른 소금사막에서 원근감을 극대화한 사진을 찍는다고 알려져 있으나, 여행자들 사이에서 최고의 가이드로 손꼽히는 조니는 계절에 상관없이 우기와 건기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좋은 포인트를 알고 있었고 최고 수준의 촬영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는 해가 떠 있는 낮에는 바싹 마른 소금사막에서 원근감을 극대화한 사진을 찍고 해가 질 무렵에는 물이 찰박거리는 소금사막으로 이동해 소금물의 강한 반사력을 이용해 반사 사진을 찍었는데, 그의 손을 거친 사진들은 모두 예술작품이 되었다.
말로만 들었던 소금사막은 문자 그대로 신세계였다. 태양열이 작렬하는 뜨거운 낮에 얼음처럼 하얀 소금이 수평선 끝까지 펼쳐져 있는 풍경, 일몰 즈음이 되자 그 새하얀 캔버스 위로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며 채색되는 파스텔 빛 하늘, 하나 둘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밤하늘을 빼곡히 채운 별빛, 하늘의 별이 소금사막의 물 표면에 거울처럼 고스란히 비춰지면서 우리의 존재가 마치 하늘과 땅이 별로 채워진 우주 어디쯤에 떠 있는 듯한 모습까지 그 모든 순간이 신비로웠다.
모래사막만큼이나 소금사막이 신기했던 제나는 찰박거리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장화 속으로 그 지독히 짜다 못해 쓴 소금물이 튀어 들어가 발을 젖게 만들었고, 혹여 넘어져서 손에 소금물이 닿을까 봐 잡으러 다니는 엄마를 피해 소리 지르며 도망 다니다가 결국엔 넘어져서 온 몸에 고농축 소금물을 뒤집어쓰고는 그 타는 듯한 고통과 소금물 때문에 더 깊이 파고드는 추위로 힘겨워했다. 한 마리 작고 여린 새처럼 바르르 떠는 제나를 품에 안고 이마에 입을 맞추니 녀석이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엄마, 우린 좋은 카메라가 없으니까 이 별들을 모두 우리 눈에 꼭꼭 담자."
"그래. 제나도 눈에 꼭꼭 담아둬. 그리고 엄마랑 오빠랑 이 별천지에 왔던 거 오래오래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