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뽀또시에서 수끄레로 이동 - 2015/06/12(금)
붉은 도시 뽀또시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백색 도시 수끄레로 이동하는 날이다. 버스 터미널에서 설탕물을 입힌 밀가루 튀김을 한 봉지 사들고 버스에 올라 손가락에 묻은 설탕물을 쪽쪽 빨며 수끄레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우유니에서 뽀또시로 오는 길의 풍경도 근사했는데 뽀또시에서 수끄레로 가는 길의 풍경도 그 못지않게 멋지다. 대자연이 우리네의 그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빚어놓은 이국적인 산세와 풍경, 그 속에 마을을 만들어 밭을 가꾸고 가축을 키우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비행기로 순간이동하듯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건너가는 비행기 여행보다는 땅 위로 바람의 저항을 온몸으로 흡수하며 네 바퀴로 굴러다니는 버스 여행이 진정한 여행에 더 가까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두발로 터벅터벅 걷는 도보여행이 진짜 여행이겠지만.
버스 밖 풍경도 좋았지만 버스 안 풍경도 재미있었다. 우유니에서 뽀또시로 오는 버스에서처럼, 버스가 잠깐 정차하는 곳마다 양갈래로 땋아 내린 머리에 앞치마를 두르고 광주리 가득 주전부리를 가득 담고 올라온 아낙네들이 각자 자기가 파는 물건의 이름을 열심히 외치며 버스를 순회하다가 버스운전기사가 출발한다는 신호를 주면 버스 밖으로 우르르 빠져나가곤 했다. 어느 정류장에서는 말끔한 청년이 올라타서는 버스가 달리는 동안 한 시간이 넘도록 꼬까 잎으로 만든 연고와 건강식품을 설명을 하고 버스 승객들에게 샘플을 나눠주며 제품 판매에 공을 들였다. 그의 태도가 어찌나 성실하고 진지하던지, 형주가 말리지 않았다면 하나 샀을지도 모르겠다.
뽀또시에서 출발한 지 네 시간 후 수끄레에 도착했다. 볼리비아의 현실적인 수도는 라파즈이지만 헌법상의 수도는 아직도 이곳 수끄레이다. 볼리비아의 독립운동의 거점이기도 했던 이 도시는 현재까지도 스페인 식민지 양식의 건축물이 잘 보존되어 있어 1991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잠시 들르러 왔다가 아름답고 편안한 이 도시에 예기치 않게 자리를 틀고 오래도록 눌러앉는 여행자가 있다는 얘기를 종종 들어왔는데, 과연 그들은 이도시의 어떤 매력에 빠졌던 것일까.
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마음속으로 정해둔 숙소로 향했다. 스위스 출신의 여주인과 프랑스 출신의 남편이 정갈하게 가꾼 이 호스텔에는 유독 프랑스에서 여행 온 여행자들이 많았다. 주방 바로 옆에 일주일간 머물고 있는 프랑스 노부부는 이곳에서 3개월간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아들을 만나러 오셨다고 했는데, 제나를 볼 때마다 귀엽다고 뭐라도 하나씩 손에 쥐어 주셨다.
방에 해도 잘 들고, 좋은 이웃도 만나고, 시장도 가깝고, 뭐하나 나무랄 것 없이 만족스러웠던 게 불행의 전조였을까. 그날 저녁부터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우리 셋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