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헨리의 마지막 잎새

볼리비아, 수끄레: 장염 투병 - 2015/06/15(월)~16(화)

by 민경화

어젯밤부터 밤새 화장실을 드나드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잤다.

나도 배가 아프고 장내 모든 것이 설사로 빠져나갔으나, 아이들이 아파서 앓아누워 있느니 내 몸 아픈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호스텔 여주인에게 아이들이 아파서 병원에 가야겠으니 그 집 아이들이 다니는 병원을 알려달라고 부탁했지만, 이곳의 병원은 병원비만 비싸고 잘 낫지도 않으니 병원이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만 했다. 어쩔 수 없이 계속 미음을 쑤어 먹이고 물을 먹이고 힘이 없어 걷지도 못하는 제나를 침대에서 화장실로 안아 나르고...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밤이 찾아왔다.

‘이렇게 아이들이 아픈데 여행을 계속해야 하나’,

‘당장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여행을 계속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밤을 지새우는 사이 어느새 새벽이 밝아왔다.

‘만약 오늘 밤까지도 아이들이 낫지 않고 계속 아프면 한국으로 돌아가자.’

그렇게 결심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아이들의 병시중을 들었다.

더 이상 쏟아낼 것이 없어지자 점점 화장실에 가는 횟수가 줄어들어서 조금씩이나마 눈을 붙일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들은 배가 아프다고 칭얼댔고 한국에서 가져온 약은 다 떨어져 갔다.

‘별 수 없이 내일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

절망적인 생각을 하며 아이들 속옷을 빨아 창가에 널어두고 창밖을 보다가 문득 옆집 담 벽의 깨진 부분에 흙이 드러난 작은 틈 사이에 자라난 작은 풀이 눈에 들어왔다. 그 상황에서 오헨리의 마지막 잎 새를 떠올린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억지였다. 아마 여행을 그만두기 싫은 마음이 만들어낸 무의식적인 반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작은 풀 한 포기를 희망의 메시지로 부여잡고 또 하루를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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