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서의 저녁식사

볼리비아, 수끄레: 공룡 놀이터 - 2015/06/17(수)

by 민경화

새벽까지도 화장실을 들락거리느라 제대로 잠을 못 잔 아이들은 아침 늦게까지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다행히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간격이 어제 보다 길어져서 새벽에는 부족하나마 잠깐씩 잠을 잘 수도 있었으니, 이제 아이들이 기운만 차린다면 보따리 싸들고 한국으로 돌아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다시 한번, gracias a la vida!(인생이여, 고맙습니다!)


여행 일정상 내일 저녁 라 빠스로 출발해야 해서 아이들에게 뭐라도 먹여서 기운을 차리게 해야겠기에 시장에 바나나를 사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우유니에서 만났던 생기발랄 아가씨 송은진 씨를 만났다. 수끄레에 머물며 스페인어도 공부하고 여행도 하고 있다는 그녀는 이렇게 헤어지기 아쉽다며 자신이 머물고 있는 숙소로 우리를 초대했다. 아이들에게 그 소식을 전하니 기분이 좋아져서 침대에서 일어나 좀 움직여 보려고 애를 썼다.

오전까지 숙소에 머물러 있다가 오후가 되어서 공룡 놀이터가 있다는 볼리바르 공원 쪽으로 길을 나섰다. 제나는 기운이 없다며 내내 업혀 다니려고만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나마 거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할 뿐이다. 웅장한 대법원 건물을 지나 볼리바르 공원이 있었고 그 건너편에 공룡 놀이터가 있었다. 아기자기한 공룡 놀이기구를 보자 제나도 이것저것 타고 놀았고, 놀이터가 그리 매력적이지 않을 나이의 형주는 10 미터 길이의 거대한 공룡 모양의 미끄럼틀에서 미끄럼을 타며 남자다움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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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D56D3359FA8DA32A9E16 볼리바르 공원 앞 관공서들


오후 한나절을 밖에서 보내고 숙소로 돌아와 쉬었다. 무리하다가는 라 빠스로 가는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만 한다.

약속 시간에 맞추어 송은진 씨가 머무는 숙소로 향했다. 그녀의 숙소는 언덕의 오르막길 끝에 위치해 있어서, 옥상 주방에서 그녀가 준비한 맛있는 한국식 음식을 먹으며 수끄레의 멋진 밤 풍경도 볼 수 있었다. 그녀와 함께 같은 숙소에 머물고 있었던 여행자는 라 빠스의 데스 로드 투어에서 다리를 다쳐서 수끄레에서 요양 중이었는데, 함께 식사하며 그들과 반대방향으로 여행하고 있는 우리의 여행담과 그들의 여행담을 서로 나누었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볼리비아의 꼬빠까바나와 태양의 섬(Isla del sol)은 남미의 산토리노였고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호수 띠띠까까는 잉까신의 전설을 담고 있는 마법의 거울이었다. 앞으로 펼쳐질 여행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밤이 깊어가는 것도 배가 아픈 것도 잊고 오랜만에 유쾌하게 웃으며 저녁시간을 보냈다.

수끄레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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