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거나 먹지 마!"

페루, 꾸스꼬: 살리네라스, 모라이 - 2015/06/27(토)

by 민경화

오늘은 성스러운 계곡에 있는 우주선 착륙장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문양의 모라이와 계곡을 하얗게 덮은 염전인 살리네라스에 다녀오기로 했다.

페루 투어 버스에서는 이동 중에 안데스의 특산품을 파는 상인들이 들어와 자신의 제품을 소개하곤 했다. 안데스의 신화를 담은 그림책에서부터 원주민이 짠 야마 문양의 망토, 장신구, 토속주 등등. 처음에는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는데 점점 그 종류가 많아지자 아이들은 슬슬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두 젊은이들이 대나무로 된 팬플룻과 기타, 작은북 등 여러 가지 악기를 들고 버스에 올라타서는 안데스의 민속음악과 귀에 익숙한 올드팝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도 음악 CD를 팔 목적으로 올라온 것이었지만, 창 밖으로 보이는 안데스의 험준한 산과 들, 작은 인디오 마을들, 그 속에 살아가는 소박한 인디오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음악을 듣노라니 그간의 피로와 짜증이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마음속에 청량한 바람이 불어오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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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스꼬에서 성스러운 계곡을 흐르는 우루밤바 강을 따라 30분 정도 달려 처음으로 하차한 곳에서는 원주민 소녀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외운 듯한 영어로 천연 염색재료로 실을 염색하는 방법을 시연했다. 하얀 선인장의 일종인 식물 가루에 소금물을 살짝 묻히니 새빨간 색으로 변하는 것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제나는 엄마와 오빠가 한 눈 파는 사이에 제 또래 독일 아이와 함께 그 가루를 손가락에 살짝 찍어 입에 넣었던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본 원주민 소녀가 사색이 되어 먹으면 안 된다고 소리쳤다. 먹으면 탈이 난다고 가이드가 알려주기에 제나에게 얼른 뱉으라고 했더니 벌써 꼴깍 삼켜버렸단다. 이 호기심 천국 소녀 단속에 좀 더 신경 써야겠다.


996E733359FAE0C22A4964 원주민 소녀의 염색 시연
9958CE3359FAE0C42FC01C 제나와 공범이었던 하얀 모자 쓴 꼬마
99D0D43359FAE0C737AC2A 선인장에서 이렇게 진한 빨강 염료가 만들어진다니 놀랍다.
9927203359FAE0C906DF36 각 재료별로 염색된 실을 올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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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 마을에서 버스로 20여분을 달려 잉까의 계단식 밭인 안데네스를 동그란 모양으로 만든 모라이(Moray)에 도착했다. 잉까인들은 안데스의 험준한 산에 자리를 잡은 그들의 부족한 경작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의 지형을 이용한 계단식 농업과 고도에 맞은 작물을 기르는 실험을 하기 위해 모라이를 만들었다고 한다. 고도차가 심한 지역적 특성에 맞게 따듯한 곳에서 잘 자라는 옥수수는 맨 아래쪽에, 찬 곳에서 잘 자라는 감자는 맨 위쪽에 심는 등의 농법이 이곳에서 실험되었다고 하니, 잉까인들은 건축기술뿐만 아니라 농업기술에서도 뛰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모라이 각층의 높이는 성인의 키 정도였고 아래층에서 위층으로 올라가는 용도로 돌계단이 세 개씩 돌출되어 있었다. 맨 아래층까지 내려가 보고 싶었으나 2 단 정도만 내려갈 수 있었고 그 아래로는 못 들어가도록 막혀있었다. 대형 모라이를 중심으로 그 근처에 작은 모라이들이 서너 개 더 있었다. 맨 위 전망대에서 대형 모라이를 내려다보니 맨 아래에서부터 완벽한 원형으로 올라오다가 가운데에서부터 모양을 변형시켜 그 모양을 유지면서 계속 단을 올린 형태였다. 전체적인 모습을 높은 지대에서 내려다보면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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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DD033359FAE3B80372EB 모라이의 각 계단은 어른 키 높이이다.
990B6C3359FAE3BA30C512 모라이를 오르내리는 돌 계단
9937B03359FAE3BD144D00 모라이의 한 가운데 원은 완벽한 원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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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라이에서 버스를 타고 시골마을을 지나 30여분을 달려 산속의 염전인 살리네라스(Salineras)에 도착했다. 깎아지른 듯한 협곡의 측면에 바둑판 모양의 새하얀 염전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모습은 바닷가에서 바닷물을 증발시키는 방식의 염전을 상식으로 여기고 살았던 우리에게는 그저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이다.

암염이 녹아든 물을 계단식으로 조금씩 가둔 다음 햇빛으로 물을 증발시키는 전통방식으로 소금을 만들어내는 이곳 살리네라스의 소금은 미네랄이 풍부해서 자연치유력이 있다고 하여 방문객 대부분이 양손 가득 소금 꾸러미를 사들고 버스에 올랐다. 아직 여행 일정이 많이 남아 배낭 무게를 걱정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는 안 사기도 아쉽고 해서 500g짜리 작은 목욕용 소금 두 개를 샀다. 배낭 무게가 1kg만큼 늘어나겠지만 그 정도는 기꺼이 감당하기로 했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의 집에 돌아가 추운 어느 겨울날 따듯한 욕조에 소금을 풀고 들어앉아 눈을 감고 페루의 살리네라스를 떠올릴 그날을 생각하면 그 정도 무게는 참을 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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