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를 대하는 건축주의 자세
집을 설계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쩌면 집을 잘 시공하는 일이다.
설계를 할 때는 맘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수정할 수도 있고 정말 최악의 경우라고 하더라도 설계를 처음부터 다시 하면 된다. 하지만 시공은 한번 하면 다시 되돌리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의외로 설계할 건축가를 선택할 때는 매우 신중하면서 시공사는 누군가의 추천이나 혹은 견적 비교만으로 선택하곤 한다.
단독주택단지에 살다 보면 여러 시공사에서 지은 집의 공사 과정을 보기도 하고 입주 후에 일어나는 문제점을 보기도 한다. 어떤 집은 비만 오면 지붕에서 물이 새서 지붕보수를 몇 번씩 받기도 하고 겉으로 보기에는 멋지고 잘 지은 듀플렉스인데 그 집에 사는 세입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웃풍이 심해서 다음 전세계약은 하고 싶지 않다고도 한다. 공사현장을 보면 시공사가 일을 잘하고 있는지 대충 하고 있는지 건축 문외한이어도 보이는 것이 있다. 그러므로 시공사를 선택하기 전에는 최소한 그 시공사가 지은 집을 가보거나 그 시공사가 공사하고 있는 현장을 방문해보아야 한다.
집을 지으면서 모르면 몰라서 시공자가 잘못하는 줄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알더라도 그걸 다 꼬치꼬치 따지고 들 수가 없다. 시공사는 경험적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을 정도의 꼼꼼함으로 시공을 한다. 어느 시공자는 더 꼼꼼하고, 어느 시공자는 덜 꼼꼼하다. 물론 더 꼼꼼하면 좋겠지만, 덜 꼼꼼하게 시공했다고 해서 문제가 될 만큼의 허술함은 아니다. 물론 전제조건은 있다. 시공사가 그럭저럭 괜찮은 시공사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시공사 선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공사 선택을 신중하게 해야 하는 이유는 한번 선택한 시공사는 끝까지 믿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거꾸로 말하면 믿을만한 시공사를 선택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시공사도 경험이 있다. 어느 시공사도 하자를 염두에 두지 않고 짓지 않는다. 괜찮은 시공사라면 말이다. 입주 후 발생하는 하자는 시공사를 더 골치 아프게 한다. 그래서 시공사에서도 하자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의 신경을 써서 공사를 하는 것이다.
건축주가 시공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은 갖고 있어야 이런 멀쩡한 시공사를 고르고 최소한의 것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열정을 쏟아부어 전문가적 지식을 갖춘 건축주는 너무 꼬치꼬치 따지고 들다가 오히려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명문대를 나와 모 대기업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엘리트인 건축주가 있었다. 그 건축주는 큰돈을 들이는 만큼 확실하게 하고 싶어서 공부를 꽤 많이 하셨고 시공자를 능가하는 많은 지식으로 무장하고 집 짓기를 시작하셨다. 매일 공사현장에 나와 이론과 실제를 비교하고 확인하는 것이 어쩌면 재미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분은 하나하나 사사건건 시공 공정마다 다 이견을 내고 참견을 했고, 인부들은 그런 상황이 너무 힘들었고 결국 공사일정은 지연되었다. 급기야 주방팀은 돈을 얼마를 준다고 해도 이 현장은 맡지 않겠다고 두 손을 들었다고 한다. 더 튼튼하고 좋은 집을 지으려다가 오히려 그 집은 그저 빨리 마무리하고 싶은 그런 마음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그러니 시공자를 어느 정도 믿어주고 아주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면 시공자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시공자가 괜찮다고 하는데 끝까지 우겨서 재시공하고 시공자에게 모든 것에 대해 납득할만한 설명을 요구하고 혹은 더 나아가 시공자가 하던 방식이 아닌 건축주가 공부한 방식으로 시공을 요구한다면, 그 집은 건축주의 바람대로 더 튼튼하고 완벽하게 지어질 수 있을까?
이것은 비용과도 연결이 된다. 일정이 길어지고 재시공을 하거나 익숙지 않은 시공을 한다면 그것은 모두 건축주에게 비용으로 돌아온다. 어느 시공업자도 손해 보는 공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자.
가장 이상적인 것은 건축주가 어느 정도의 시공 상식을 갖고 시공자를 신뢰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공사를 지켜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그 꼬치꼬치 따지기만 하는 건축주에게 결국 시공자가 하루 종일 그렇게 귀찮게만 하지 말고 가서 간식이라도 사다 돌리시라 화를 냈다고 한다. 건축주의 역할은 또 하나의 현장소장이 아닌 그들의 작업을 응원하는 서포터스가 되어야 한다. 모든 건 사람이 하는 일이고 기분 나쁜 상태로 일을 좋게 마무리하기란 쉽지 않다. 아이를 엄마표로 가르치다 보면 욱 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때마다 예전에 누군가 해준 이야기를 떠올린다. 아이에게 화를 낸다고 해서 아이가 수학 문제를 더 잘 풀게 되지 않는다고... 궁극의 목표를 생각하여 더 효과적인 설득의 방법을 생각하라고 말이다. 집을 지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궁극의 목표는 완벽한 집을 짓는 게 아니라 하자 없이 살 수 있는 집을 짓는 것이다. 그리고 하자 없이 비용에 맞춰서 집을 짓는 방법은 건축주보다 시공사가 더 잘 안다.
그렇다면 어떤 시공사를 선택해야 할까?
- AS에 자신이 있는 시공사여야 한다. AS를 잘해주겠다는 시공사는 그만큼 하자에 신경을 쓰며 시공하기 때문이다.
- 가장 심각한 하자는 누수이다. 그렇기에 방수에 철저한 시공사를 선택해야 한다.
- 건축가가 설계한 집을 시공한 경험이 있는 시공사를 선택해야 한다. 시골정취에 어울리는 집을 짓고 싶다면 상관없지만, 도심의 단독주택지에 모던한 집을 짓고 싶다면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시공 디테일은 집의 분위기를 완전히 다르게 하기 때문이다.
주의해야 할 시공사가 있다. 현장소장 혼자 하는 1인 시공사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변에서 보아도 문제가 생기는 집들은 그런 시공사에서 지은 집들이 대부분이다.
모든 일들이 그렇다. 완벽하려다 보면 문제가 생긴다. 집 짓기도 결국 마음가짐을 어찌 먹느냐에 따라 10년이 늙을 수도 있고 즐겁게 마무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완벽한 시공사를 찾을 수 있을까?
그것은 시공사 리스트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안에서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